가디언이 인용한 의학박사 켄 머레이 교수의 ‘의사는 어떻게 죽는가‘를 읽고 유서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정신도 못 차린채 뇌사 상태로 빠져들어가는데 알량한 ‘현대의학’이 하루에 수백, 수천만 원의 돈을 써가며 나를 며칠에서 몇달 더 살려놓는 꼴 따위는 절대로 겪고 싶지 않다.
1. 나는 죽은 뒤 화장되고 싶다. 따로 묘를 쓰지 말아달라.
2. 제주도 남쪽 바다에 뼈를 뿌려주면 좋겠다. 산골은 불법이다. 유족에게 평생 법을 존중하고 지키며 살라고 가르치고 설득하겠지만, 이번 한 번은 범법자가 돼 줬으면 좋겠다. 제주도 남쪽 바다. 배를 타고 나가는 게 힘들면 그냥 바닷가에서 날려줘도 괜찮다.
3. 죽기 전 내 의식이 먼저 사라진다면 유족에게 과도한 치료비 부담을 지우는 치료는 모두 거절한다. 과도한 치료비 부담이란 죽기 전 내 연간 소득의 30분의 1을 넘는 치료비가 하루에 들어가는 경우, 그리고 연간 소득의 3분의1을 넘는 치료비가 1개월 이내에 사용되는 경우를 뜻한다. 모두 반대다.
4. 3의 경우에 보험에 과도한 치료비 부담을 지우는 치료도 모두 거절한다. 생존 확률이 거의 없는 치료법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