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IT 대한민국

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주위의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외국에 다녀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었죠? 최근까지도 제 주위 분들은 외국에
다녀오시면 거의 ‘국수주의적’으로 보일 정도로 한국 칭찬을 했습니다. "독일
출장을 갔는데, 별 다섯 개 호텔에서도 인터넷이 안 되더라.", "미국에
갔는데 무선랜 쓰기가 너무 힘들더라.", "프랑스에 갔는데 아직도 탱크만한
크기에 흑백 화면인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들이 많더라." 등등등. 한국은 정말
별천지와 같았습니다. 전국 어디에서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을 쉽게 쓸 수 있고, 아무 데서나 노트북을 열면 어렵지 않게 무선랜
신호를 잡아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로 TV도 보고 게임도 하는 모습.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마도 1, 2년 전까지의 얘기로 그칠 것 같다는 데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 북동부의
버몬트 주에는 ‘세계의 시골'(country of the world)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주 전체 면적의 80%가 숲이고,(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려도 나무밖에 안 보입니다.)
가장 큰 도시의 인구가 약 6만 명에 불과합니다. 대표 산업은 낙농업이고(뉴욕에서
소비되는 우유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납니다.) 단풍나무로 만드는 시럽과, 직접 빚는
지역 맥주, 벤앤제리라는 아이스크림 회사의 고향으로 유명합니다. 이 버몬트 주의
고속도로 휴게소마다에는 맛좋은 공짜 커피가 놓여 있습니다. 시골 인심이죠. 그리고,
한 가지가 더 공짜입니다. 바로 무료 인터넷입니다. 주 정부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무선랜 접속포인트(WiFi AP)를 설치해서 여행객 누구라도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전화로 한국에 전화하는데 이 곳을 애용했습니다. 미국의 시골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말 그대로 ‘아이폰 열풍’이었습니다. 거리에는 아이폰으로 신문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띄었고, 지하철 안에서는 "당신의
모바일 기기가 도둑의 가장 손쉬운 표적이니 주의하시오"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무선랜을 지원하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작품 해설과 미술관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저렴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광고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대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시가 나서서 ‘무선 필라델피아'(Wireless
Philadelphia)를 만들겠다며 도시의 인터넷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었고, 인구 수만
명의 수많은 소도시 모텔에서도 ‘무선랜 접속 가능’이 중요한 세일즈포인트였습니다.

 

 

10년 전, 이른바 ‘닷컴 버블’이 붕괴될 때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던 투자자들은 ‘닷컴 벤처 사기꾼’들을 비난했고, 역시 인터넷은
믿지 못할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키웠습니다. 한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당시 한국의 선택은 미국과는 사못 달랐습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은
정보통신’이라는 생각에 민-관 모두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동통신 사업을 과감히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위기는 곧이어 더
큰 기회로 돌아와 우리 경제를 살찌웠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 앞에서 미국은 과감한 투자에 나선 상태입니다. 낡은 도로를
정비하고,(미국에서 운전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 도로는 정말 엉망진창입니다.)
초고속 통신망을 대폭 늘리며, 낡은 전력망을 교체해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죠. 도로와 전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긴
하지만, 가장 먼저 제 눈을 끌었던 건 달라진 통신 환경이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공약은 그렇게 ‘변화’를 불러오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펼쳐든 신문에서는 포스데이타가 와이브로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KT, SK텔레콤에 이은 3위 사업자였는데, 도무지 차세대
통신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고 보고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또 다른 뉴스는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이 수입되느니, 마느니, 이동통신사들이 줄다리기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뉴스였습니다. 그 언저리에는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최신 휴대전화가
한국에서 일부 기능을 축소하고 발매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의 데이터 통화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무선랜’ 기능과 ‘GPS’
기능을 뺄 것을 요구한다는 분석이 함께 있었죠.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별천지같은 세상을 만들어가던 한국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일까요. 다시 돌아온 ‘IT강국’의 오늘은 이래저래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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