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N드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상상의 나래

얼마전 신문에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써본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최근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죠. 그런데 사실
이 기사는 일반 독자들의 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동아일보 경제섹션을 챙겨보실
정도의 분들이라면 기업에서 일하시거나,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실 테니
이러저런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라 생각하고 보시면 괜찮겠지만, 대학생이나 가정주부들에게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문제가 중요할리 없을 겁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개인 사용자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구글
문서도구
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죠.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쓰는 MS오피스와
똑같은 기능을 합니다. ‘MS워드’처럼 문서작성 작업을 하고, ‘엑셀’처럼 계산표를 만들어 주며, 심지어
‘파워포인트’와 흡사한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MS오피스와 구글 문서도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 프로그램이 어디에서 실행되느냐는 것이죠. MS오피스는
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내 컴퓨터에 내가 만든 문서를 저장하며, 내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컴퓨터 한 대만 있다면 모든 작업이 완결됩니다. 다만
MS오피스가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는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MS오피스
프로그램을 돈 주고 사야 합니다. 구글 문서도구는 구글의 서버 컴퓨터에 이미 설치돼
있는 구글 문서도구 프로그램에 내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접속한 뒤 이 프로그램
기능을 사용합니다.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곳도 구글의 서버이고, 내가 만든 문서가
저장되는 곳도 구글의 서버이며, 인터넷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내
컴퓨터가 하는 일이라곤 웹브라우저를 작동시키고 키보드와 모니터를 제공하는 것
정도죠. 아, 구글 문서도구는 무료입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식의 개인 사용자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소개된 ‘네이버
N드라이브’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5기가바이트(GB) 용량의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네이버 가입자에게 무료로 주는 셈인데, 살펴보니 윈도 탐색기에서 바로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곧 제공할 예정이고,(쉽게 말해 네이버에 로그인하면
탐색기에 외장하드나 USB메모리를 꽂은 것처럼 N:이라는 드라이브가 생기는 기능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네이버 데스크탑
검색과도 연동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보도자료로 보니
지금 당장도 블로그, 카페, 포토앨범, 캘린더, 가계부 등과는 이미 어느 정도 연동이 되는
모양입니다. 이 서비스는 일반적인 ‘웹하드’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저장공간을 빌려주려는
게 아니죠. 그런 서비스를 할 목적이었다면 네이버도 사용자에게 돈을 받아야 할
겁니다.

 

N드라이브를 사용한다는 건 네이버의 서버에 내 파일을 저장해두고 검색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네이버에 내가 남겨놓는 다른 정보들(네이버
캘린더 일정관리,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네이버 가계부의 지출일지, 네이버 포토앨범의
사진정보 등)과 비교, 검색되면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3월 3일 김사장님을 만난
일정과 김 사장님과 점심 약속을 했던 강남구 신사동의 일식집이라는 일정 정보,
김 사장님에게 보내드렸던 제품의 프리젠테이션 파일 등이 고스란히 ‘하나의 연관
단위’로 묶이는 것이죠. 예. 네이버는 김사장이 일식집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며,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나라는 사람과 관계가 있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케터들에게는 경천동지할 획기적인 정보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우리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는 ‘빅브라더’가 될 것이냐, 글쎄요.
알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선의로 해석하자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생성되는 정보는 하나하나 감시하기엔 너무 많습니다. 특정 패턴과 문건을
분석해 수사 차원에서 이용하자고 든다면 어찌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서비스를
만드는 네이버가 그런 목적으로 이 시스템을 설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들은
그저 ‘자동화된 알고리듬’ 조금 쉽게 말하자면,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의미를 찾아낸
정보를 통해, 더 지능적이고 더 개인의 취향에 맞춘 검색결과를 얻어내고, 그에 파생되는 효율적인
광고 메카니즘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마주치는 결과들을 보세요. 내 의도와 관계없는 내용들이
수두룩합니다. 나는 그저 싸고 성능좋은 ‘디카’를 하나 사고 싶었을 뿐인데, 광고비를
제일 비싸게 낸 판매업체의 디지털 카메라가 검색결과 최상단에 나옵니다. 지식인이나
쇼핑몰 사용후기에서 사용자들의
이용소감을 들어보려고 하면 비슷비슷한 찬양 일색 또는 원색적인 욕설이 모든 기기마다
비슷하게 달려 있습니다. 문체마저 비슷한 걸로 보아,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감을
조작하는 것이죠. 기술로 이런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을 차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완전히 개인적이고
순수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기술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일입니다. 그런 순수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N드라이브, 캘린더, 가계부, 포토앨범, 블로그,
카페는 그런 서비스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해보죠. 사용자들이 네이버 캘린더를 이용해 자신의 약속을
친구들과 공유하기 시작한다면? 내 약속을 변경하면 친구에게도 자동으로 변경된
내용이 전달된다면? 회의도 이런 식으로 일정을 조정한다면? 나아가 구글 문서도구처럼 문서작업도
서로 공유해서 함께 진행하고, 이것이 검색가능해진다면?

 

물론 이 과정에서 내 정보는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백신조차 설치할
마음이 별로 없는 개인사용자들이 관리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안전하게
보호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존재가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는 불안감만은
지울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바로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듬이고 구글의 검색엔진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컴퓨터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게
되는 겁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나오는 인류의 적 ‘사이버넷’이라도 출현하게 되는 것이냐고요? SF소설같은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을 창업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공공연히 자신들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라고 밝히고 다녔던 건 "구글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이란 건 그런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의 집단지성이 우리 모두를 꿰뚫어
볼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우리의 모든 정보와 정신의 유산을 제공하는 행위라는
것이죠. 너무 디스토피아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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