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사라지고 대결만 남는 인터넷 민주주의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셸링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흑인과백인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던 지역이 어느 순간 갑자기 ‘흑인 동네’와 ‘백인 동네’로
자로 줄을 그은 듯 나뉘어지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흑백 갈등이 충격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종적 편견이 거의 없으며, 서로
다른 인종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도 관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도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고르게 나뉘어 있었으며, 소득 수준마저도
비슷했습니다. 차이는 그저 ‘피부 한꺼풀’일 따름이었죠.

 

하지만 이들은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조금 더 편하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특성이고요.
그 결과 어느 순간 백인 한 명이 다른 백인 옆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바둑판의 흑백
돌이 하나씩 차례로 움직인 것이죠. 아주 단순한 동기로, 별 생각없이 비슷한 피부색을
찾아나선 개인들의 사소한 행동이 결국 마을 전체를 피부색으로 갈라놓게 된 것입니다.

 

1970년대의 인종분리를 다룬 이 ‘분리모델'(Models of Segregation)은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재에 이르러 훨씬 심각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집을 옮기려면 직장의
위치도 생각해야 하고, 집값 추이도 봐야 하며, 아이들의 학교와 이사 비용 등 고려할
게 한 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나와 조금 더 비슷한 의견’을 찾아 움직이는
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의 의견을 듣느라 불편하고 불쾌한
것보다는, 나와 비슷한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훨씬 쉽고 편안하니까요.

 

 

그래서 아예 조사를 해봤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이 기사가 소개
됐죠. 아니나 다를까, 댓글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던 사람들의 숫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감합니다. 신문에는 지면 제약도
있고, 자료 조사의 엄밀함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 소식을 전한 기사 하나만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이 기사 외에도 다른 몇몇 기사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충격적인 예선 탈락 소식에 대해서도 박태환의 개인적 잘못이라는 의견과
박태환보다는 그를 둘러싼 협회와 기업 등의 문제라는 의견, 그리고 양쪽 의견 모두에
동조하지 않는 의견 식으로 기사를 조사했죠.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박태환이 꼭 잘못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고, 협회나 기업을 탓할 수만도
없다는 얘기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견들은 단순화됐습니다. ‘박태환의 잘못이냐
아니냐’라는 흑백논리였죠.

 

이런 연구가 없나 찾아봤습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를 한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대표적인 경우가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박한우 교수님
의 경우입니다. 눈길을 끌었던 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캠프의 홍보 캠페인 사이트 조사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
박근혜 후보는 모두 같은 정당 출신이고, 이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이트에 링크를 건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뚜렷하게 분리된 현상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걸까요? 기사에도 적었지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나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나와 조금 비슷한 의견’의 ‘편’에 서는 건 이사를 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인터넷이 사회적 이슈를 재생산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사용되고 주목받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생길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성급히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생각엔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서 엄청난 역할을 차지하게 된 인터넷,
그 공간에서 우리는 오늘도 끊임없이 분열돼 갑니다. 합의를 찾기보다는 차이점을
발견하고, 토론으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욕설로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이 우울한
현실이 ‘민주주의의 꽃’으로 포장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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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는 사라지고 대결만 남는 인터넷 민주주의”의 6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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