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을 어찌 하나요?

오늘 서울고등법원이 NHN과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의 법적 분쟁에서 NHN의 손을들어줬습니다. 공정위는 NHN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NHN에게 시정조치를
명령했는데, NHN은 이런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정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갔던 것이죠. 법원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명령을 취소시켰습니다. 공정위는 멍해졌고,
NHN은 쾌재를 부르며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NHN의 보도자료 내용 가운데 발췌>

    공정위는 지난해 8월 NHN이 포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지위에 있고, 이를 남용하여
    동영상업체의 선광고를 제한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NHN은 검색점유율 및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지위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더욱이 컨텐츠 제공업체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한 바
    없다며 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번에 법원에서 NHN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해 취소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의해 NHN은 포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으며,
    컨텐츠 제공자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한 사실이 없음이 명확해졌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원 판결문 요약본을 봤는데, 법원은 "NHN은 포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으며, 컨텐츠
제공자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한 사실이 없음이 명확해졌음"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NHN의 취소 소송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검색점유율과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결정한 공정위의 논리에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선 NHN이 어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검색점유율’이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검색어 입력 건수 가운데 네이버에 입력되는 입력
건수가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겁니다. 반면 ‘매출액’은 게임사업도 하고, 여행정보도
제공하고, 뉴스도 서비스하는 NHN의 매출을 뜻합니다. ‘검색서비스’와는 관계가
없죠. 이렇게 서로 다른 개념을 서로 연결시켜서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을 하니까
부적절하도 한 겁니다.

 

그렇다면 검색광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요?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NHN의 검색광고 매출액은 ‘검색광고 시장’ 규모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한민국 검색광고
시장의 절대 강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야후의 자회사 오버추어코리아입니다. NHN도
강력한 사업자이지만, 오버추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오버추어는 NHN과 서비스하는
영역이 완전히 다릅니다. 오버추어는 광고주를 모으는 광고대행업체이면서 검색광고
솔루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솔루션 업체입니다. NHN은 광고를 싣는 미디어회사이면서
검색광고 솔루션도 일부 만듭니다. 약간 겹치면서도 다른 영역입니다. 검색광고 매출로
비교를 할 수도 있어보이고, 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오버추어와 비교하면
NHN은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할 뿐이죠. 둘의 사업
영역이 다르다고 별개로 생각한다면, ‘검색광고 시장’이란 것도 참 애매모호한 분류가
돼 버립니다.

 

그러면 아예 포털사이트의 검색광고 시장으로 영역을 한정지으면 어떨까요? 이른바 ‘포털
시장’이란 카테고리를 만드는 방법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포털도
다 다르기 때문이죠. 네이버와 다음, 싸이월드와 야후코리아, 구글코리아 등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이게 ‘포털’이란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서비스인가요? 방송은
시청률, 신문은 구독률, 통신은 가입자 수, 휴대전화 업체는 휴대전화 판매대수와
매출액 등으로 같은 카테고리에서 점유율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정확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릅니다. 공정위는 사실 이런 식의 기준부터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명확하게 마련했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공정위의 문제의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공정위는 de facto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NHN을 어떻게든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작은 실패를 겪게 됐다는 것 정도죠. 시장을 제대로 나눌 수 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며, 어떻게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증명해야 하는 지난한
숙제가 공정위에게 남아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들은 끝없이 독점을 향해
움직입니다. 개별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상태가 바로 독점이기 때문이죠.
이건 나쁜 일도 아니고, 비판받을 일도 아닙니다. 그러자고 기업 활동을 하는 거니까요.
NHN은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과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됐다는 건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지, 자신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변명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NHN의 대응은 실망스럽습니다. 1위
사업자답지 못하죠. 그저 자신들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면
훨씬 깔끔했을 겁니다.

 

그래서 전 이번 법원 판결이 공정위에게 이 새롭고 변화무쌍하며 복잡한 시장의
경쟁 질서를 제대로 바로잡아보라는 질책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위는
기존의 틀로 매출액과 검색어 입력건수를 비교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한 번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찌 생각하면 이런 문제는 애초에 공정위의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저작권법과 같은 법률을 개정해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훨씬 더 치밀하게 보호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일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게 동영상제작업체가 자신들의 동영상 앞에 광고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NHN은 자신들의 검색결과에서 이 업체의 동영상이 노출되면서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걸 참지 못했던 것이고요. 광고를 붙이는 행위조차도 저작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 이런 식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논란은 없어도 됐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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