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터넷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까요?

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지난해 미국에서는 IT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의 도발적인 글 한 편이 꽤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카는 2003년 ‘IT doesn’t matter'(IT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도발적인 논문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기고해 미국 IT 산업을 들끓게 만들었던 유명한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2008년에 논란을 불렀던 글은 애틀란틱 먼슬리에 기고한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Is Google making us stupid?)라는 논문이었죠. 요약하자면 구글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팬케익형 인간’(얇고 넓은 형태)이 된다는 겁니다. 지식을 인터넷에서 단시간에 검색해 찾아내는 습관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심지어 지식인들조차 책을 과거보다 적게 읽고, 정보를 겉핥기식으로만 파악한다는 지적입니다. 사람들에겐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관심사가 생겼으나 깊이 있는 사색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죠.
카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 런던대의 연구를 인용합니다. 도서관 논문이 디지털화되자 학생들이 도서관 시스템에서 같은 논문을 2페이지 이상 읽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죠. 다른 사례들도 많으니 한 번 직접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보다 인터넷이 우리의 지식 습득과 정신노동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는 사실이었죠.

이렇게 ‘인터넷 정보’는 기존과 사뭇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과연 넘쳐나는 홍수같은 정보가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이득만을 줄까요?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는 예전보다 더 똑똑한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고력이 퇴화되고 있는 걸까요?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이용해야 우리가 좀 더 발전적으로 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또 인터넷은 오프라인처럼 수많은 관계망을 형성하는데 이걸 계량해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터넷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요?

수많은 질문들이 인터넷을 향해 쏟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10월 1일부터 우리 팀은 이런 주제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논의를 되짚어 봤습니다. 그게 ‘인터넷 40년, WWW 20년‘이란 제목의 기사로 소개됐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1회는 ‘페타바이트 시대’를 다뤘습니다. 기가바이트, 테라바이트를 넘어 일상적 단위가 페타바이트까지 성장했다는 뜻이었죠. 이렇게 어마어마한 인터넷의 정보량은 이미 세상 대부분의 정보를 쌓아두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죠. ‘통계물리학’이라는 일반인들에게는 약간은 생소할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런 정보를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연구분야로 새로 지정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2회는 인터넷에서 생겨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인터넷의 정보가 가진 함의를 해석하는 인문사회학적 방법론
등을 알아봤습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정치, 사회, 경제에 더 많은 영향력을 줄 것이라는 얘기였죠. 과연 우리는 인터넷으로 점점 바보같아 질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TEDx 컨퍼런스와 iTunes-U 같은 지식의 공유와 전파를 위한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보다보면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물씬 생깁니다.(하지만 그런 좋은 콘텐츠를 제대로 보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다보면 미래에 대한 절망도… ㅠㅠ)

3회는 휴대전화와 결합한 인터넷입니다. 현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증강현실’의 시대가 곧 오리라는 것이죠. ‘검색 2.0, 발견의 진화’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미국의 IT컨설턴트 피터 모빌은 ‘앰비언트 파인더빌리티'(Ambient Findability)라는 개념으로 이런 시대를 예상합니다. 미래의 인터넷은 우리가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공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미래의 인터넷은 우리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변 어느 곳에서 언제라도 줄 것이라는 예상이죠. 우리는 지금 그저 숨만 쉬어도 정보가 발견되는 앰비언트 파인더빌리티의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겁니다. 모빌은 다른 이야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죠. ‘정보의 역설’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킹즈칼리지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정보량이 일정 수준 늘어나면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지지만, 지나치게 증가하면 의사결정의 질이 오히려 퇴보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이를 실증해냅니다. 그리고는 ‘너무 많은 정보는 마리화나보다도 더 업무를 방해한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인터넷의 발전은 우리에게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무슨 정보’를 ‘어떻게 습득’할지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 문명의 이기에 짓눌려 오히려 퇴보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성찰이 결여된 인터넷 검색 행위를 ‘지식 노동의 테일러주의’라고 비꼬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자본주의 초기 시절에 우리의 선조들은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단순노동자일 뿐이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하도록 강요받았고, 기계가 되라고 독촉당했습니다. 비극이었죠.

지금 우리는 어쩌면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단순히 습득해 옮겨놓기 바쁜지 모릅니다. ‘펌질’에 너그러운 문화와 표절을 검증하지 않는 저열함, 독창성에 박수가 인색한 문화가 모두 그 반증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바꿔 놓아 복지사회의 문을 연 것도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인터넷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역시 사람일 겁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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