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TEDxSeoul 후기

사진=문영두 작가님

 

요즘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신봉자입니다. 인터넷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줬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줬으며,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는 거지요.
조금 더 나가면 인터넷이 직접 민주주의를 꽃피울 것이고, 인터넷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인터넷이 사람들을 더 착하게 만들 거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전 이런 얘기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닷컴 버블의 시기에도,
‘웹2.0’ 담론이 화제가 됐던 시기에도 이런 종교적 수사는 여지없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처참하게 끝났습니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도시를 운영했던 시대
이래로 (좀 염세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기술의 발전은 권력자의 이익에 잘
어울렸고, 기술을 잘 이해했던 자들 가운데 일부 이런 이익의 인과를 읽어낸 사람들이
새로 권력의 줄에 합류했을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는 있습니다. 이젠 지식을 구하고, 토론을 벌이고,
기술을 이해하는 일이 예전처럼 ‘접근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환상’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환상을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인터넷입니다. 그리고 전 기왕 기술이
새로 등장한 바에야 그걸 사람들이 최대한 긍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이
긍정적일까요? 인터넷이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TED가 바로 그 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TEDxSeoul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부터, 이 행사의
사전 예약이 시작됐을 때
, 마침내 행사가
진행됐을 때
까지 여러 차례 기사로 소개했습니다. 아마도 처음 이쪽을 취재하기
시작했던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인터넷의 미래가 바로 이런 것이었으니까요.
이미 뛰어난 지식으로 성공에 이른 사람들이 자신의 남다른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 이를 아낌없이 나누고 서로가 함께 발전하는 데 사용하는 문화, 그게 TED와
같은 방식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서는 정신없이 빠져들었죠.
지금도 제 아이튠즈에는 새로 나오는 TEDtalks 팟캐스트가 꾸준히 쌓입니다.

 

행사 날 느꼈던 감정도 기대를 배신하진 않았습니다. 연사 분들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까지 뛰어난 분들이셨고, 이를 함께 즐겼던 관객 분들의 몰입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용히 몇 분을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강연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거죠. ‘한옥이 돌아왔다’는
책도 샀습니다. 아마도 다음 ‘사천가’ 공연은 직접 보러가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제 개인에겐 평년과는 달리 여러 차례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스스로의 미숙함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던 해입니다. 아이도 태어났고, 철 든 다음 처음으로
뉴욕에서 지내며 ‘세계의 수도’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제게 저 자신의
지난 삶과 저를 있게 한 수많은 도움들을 돌아보게 했다면, 뉴욕의 경험은 ‘세계의
규모’라는 걸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였습니다. 연말의 TEDxSeoul은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규모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땅에
다리를 딛고 살아가는 거니까요. 그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스스로에 대한 몇 가지
고민들을 약간 가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귀한 생각을 나누어 제 삶을 변화시켜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p.s. 아 참, 그날의 강연들은 편집 및 자막처리 과정을 거쳐 소개될 예정입니다.
TEDxSeoul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곧’ 나온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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