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노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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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욕구 피라미드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는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모델입니다. 사람은
기초적인 생물학적 욕구에서 시작해 점점 고차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는 거죠. 사이버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에브게니 모로조프의 사이버욕구
피라미드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TED 동영상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우리는 저 5단계 최고의 경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르게 될 경지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에서 자아실현과 같은 고상한
욕구를 갖게 되기까지 거치게 되는 단계가 많다는 걸 감안할 때, 사이버 욕구 또한
그렇게 바람직하진 않아보입니다. 인터넷이 한 사람을 깨어나게 만들면, 다른 두
사람은 노예로 만들어버린다는 모로조프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그동안 인터넷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돼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인터넷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구원하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며 우리의 생활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재창조할 존재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돼 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인터넷이 종교가 되는 순간입니다. 전에 이런
의미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웹2.0’이란 칼럼을 한 번 썼다가, 역시 융단폭격을 당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무식한 녀석이, 웹2.0의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저런
철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었죠. 그 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인터넷은 종교가 아닙니다. 종교가 인간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현실에서의 도덕적인 삶을 살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광신으로
빠질 때 우리를 전쟁과 살육으로 몰아넣는 것처럼, 인터넷도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맹신할 때 여러 부작용을 낳습니다.

 

인터넷은
점점 사람과 닮아간다
고 합니다. 단순히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오싹할
정도의 유사점이 있고,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합니다.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발전하는 구글의
검색기술
은 우리의 생각까지 꿰뚫고 있는 듯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런 블로그를
쓰고, 트위터로 나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 중계하며, 플리커에 사진을 올릴 때면 친절하게
설명까지 달아줍니다. 우리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 인터넷이라는 아기에게
세상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의 하인이 되어 정보를 수집해다 주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발전과 진보를 향해 달려가는 공학자들과 같은 페이스로 뛰되, 뒤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문학과 철학의 사색으로 역사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논하는 인문학이 이런 때일수록 중요하지 않을까요? 쉽지야 않겠지만, 미래를
향해 뒷걸음질치는 인문학자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달리는 역할 가운데 한 축은 저널리즘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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