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애플은 잘 나가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자리를 걷나

 

이유는 간단합니다. CEO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자신을 쫓아냈던
애플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고, 스티브 발머는 2000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지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잡스가 맡았던 애플은 만신창이에 망하기 직전의 회사였고, 발머가
맡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 제국으로 성장해 누구도 견제할 세력이 없어 보였던
회사였습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경영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2010년 1월호에서 ‘최고의 CEO’를 뽑았습니다. 1995년 이후 CEO 자리에 오른 세계
주요기업 CEO 199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최고의 CEO였습니다.
망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은 잡스의 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으니까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계속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현금도
많고, 독점적 시장지배력도 여전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혁신이라고 이들이 벌였던
실험은 판판이 깨어졌습니다. 빌 게이츠마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늘은 스티브
발머 CEO가 이끌어갑니다. 빌 게이츠가 처음 뽑았던 관리자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적인 2인자였지만, 방향키를 손에 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따지고보면 MS-DOS를 IBM에
판매하는 역사적인 계약을 따낸 것도, ‘애플의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베꼈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윈도를 꿋꿋하게 개발한 것도, 기업들에게 과감하게 오피스를 판매했던
것도 모두 빌 게이츠였습니다. 발머는 어떠한 인사이트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관리자였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머는 여전히 중요한 인물로 손꼽힙니다. 빌 게이츠가 없어진
지금 빌 게이츠의 빈 자리를 대신해 미국 최대 가전쇼인 CES의 기조연설까지
맡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영 꺼림칙합니다. 도대체 넌 뭘 했느냐는 것이죠. HBR의
조사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더이상 회사의 규모나 개인의 유명세로
CEO를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죠. 또 단기성과 중심의 CEO 평가도 실제 CEO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HBR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특징인 ‘CEO의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같은 항목을
평가지표에서 모두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시가총액 상승률, 물가상승률 대비 주가상승률,
국가별 경제규모를 감안한 매출증가액 등 순수한 실적으로만 CEO를 평가했습니다.
대상은 상장사 CEO, 그 가운데서도 1995년 이후 재임한 CEO가 대상자였습니다. 그러자
HBR가 ‘숨어있는 보석’이라고 표현한 CEO들이 드러났습니다. 평소같으면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을 2000∼2008년 삼성전자를 이끈 윤종용 고문이 잡스에 이어 2위였습니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등 유명 자동차업체 CEO를 제치고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29위에 올랐죠. 이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만을 본 덕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CEO에게 기대하는 자질이 뭘까요? 그 사람의 말투일까요? 그 사람의
출신배경일까요? 그 사람의 아버지의 재산일까요? 아닙니다. 그냥 그 CEO의 실적일
뿐입니다. 그러니 윤종용 고문도, 정몽구 회장도 존경받아 마땅한 겁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얘기를 조금 더 해보죠.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돌아온
이래, 12년의 재임 기간 동안 잡스는 애플의 시가총액을 1500억 달러(약
175조 원)가량 늘렸습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40배 이상 올랐죠. 최악이었던
1997년 4월과 비교하면 90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주주도, 종업원도 모두 만족했습니다.
심지어 애플은 소비자까지 만족시켰죠.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어쨌을까요.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크게 앞섭니다. 하지만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죠. 한 때 애플의 수십배 이상이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2009년 말 현재 애플의 두배조차 되지 않습니다. 애플의
주가가 40배 오르는 지난 12년 동안 MS의 주가는 겨우 세 배 올랐을 뿐이거든요.

 

HBR의 조사결과 1위~100위 사이에 발머의 이름은 빠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아예 화제에서 멀어진
모양입니다. 윈도 7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윈도 7 노트북과 맥북 두 대를
모두 사용하는 저부터 평소엔 맥북을 쓰고, 도난 위험이 있는 출장 등을 떠날때만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준) 윈도 7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선보인 뒤 시장 1위가 됐고, 2003년 ‘아이튠스’라는 디지털 스토어를 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악을 파는 회사가 됐으며, 2007년에는 아이폰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됐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멈춰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OS)’와
‘MS오피스’ 등을 내세워 세계 최고가 됐지만 21세기인 2001년 야심 차게 내놓은
X박스 게임기는 소니와 닌텐도의 벽에 가로막혔죠. 새로 선보인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가운데 MS가 세계 1위를 하는 제품도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미디어 플레이어’, ‘MSN 메신저’ 등을 윈도 OS에 끼워 판다는
독과점 혐의에 대한 비난만 얻었죠.

 

제가 보는 21세기는 무엇보다 변화와 속도의 시대입니다. 빨리 변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규모와 속도가 서로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닌 모양입니다. 늦게 변하고, 경직돼 움직이며,
큰 규모 탓을 하며 늦어진 속도를 정당화합니다. 그렇게 2, 3년 흐른 뒤에도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CTO인 레이 오지가 이러저런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믿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CEO가
할 일입니다. 에릭 슈미츠는 구글의 비즈니스모델은 물론 검색 알고리듬의 원리와
기술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의 연결고리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발머는 잡스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슈미츠 만큼이나 자신들의 전략을 잘 꿰고 있는 걸까요? 그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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