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무섭게 성장하는 세계 시장에서의 돌파력과는 달리 한국에서 구글은 참 형편없는
상황입니다. 점유율이 계속 거기서 거기인데, 한 때는 늘어나는 속도라도 빨랐다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아닙니다. 1%에서 3%로 점유율이 오른 건 대단한 일이지만, 3%가
빨리 9%가 되고, 9%가 빨리 27%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비율의 착시’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구글코리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검색광고로 먹고 사는 이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검색 광고로 성공하려면 뭘 해야 할까요? 광고영업을 잘 한다?
미국에서 구글이 검색광고 시장 1위인 이유는 모두가 구글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구글에서 검색어를 입력하고, 모두가 구글 맵스로 길을 찾으며, 모두가 유튜브로
동영상을 봅니다. 한국에선 모두가 네이버를 이용하고, 다음 지도로 길을 찾으며,
네이버 동영상과 다음tv팟으로 동영상을 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점유율의 확대입니다. 1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광고매출은 한국에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유튜브 같은 돈 먹는 하마도 유지하는
회사에서 한국에서 푼 돈 벌어오라고 한국지사를 재촉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지요.
하나씩 의문의 꼬리를 이어봅니다. 구글은 왜 한국 시장에서 검색 점유율이 낮을까요?
구글코리아 분들은 펄쩍 뛸지도 모르겠지만, 제 대답은 단순합니다. 검색결과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 구글을 쓰는 많은 분들이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전문적인 자료는
구글에서 찾는다. 구글 검색 정말 좋더라." 그런데 왜 검색 결과가 나쁠까요?
전문적인 자료만 여기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편도 못 봤지만, 조만간 한
번 날을 잡아 몰아서 보고싶은 드라마 ‘아이리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네이버에선
차곡차곡 잘도 정돈된 정보가 나옵니다. 구글에선 뉴스 검색, KBS 홈페이지, 한국
위키백과 정도가 검색 결과 상위입니다. 굳이 정돈까지 필요한 이런 트렌디한 검색어에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최근 UAE 원전 수주 소식이 주요뉴스였죠. ‘한국 원자력
역사’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네이버의 검색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펌질’을 한 자료들이 이곳저곳에서 중복돼 실제로는 동일 자료인데도 마치 서로
다른 자료인 것처럼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 자료는 더 형편없습니다. 저는
歷史를 찾았는데, 구글은 役事를 찾아줬기 때문이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의 웹 환경에서 구글이 자랑하는 페이지랭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구글의 페이지랭크는
많이 링크된 자료(인기도와 레퍼런스), 먼저 생겨난 자료(오리지널과 최초 알림),
자주 업데이트되는 사이트(꾸준히 관리되는 곳) 등에 가중치를 줍니다. 이런 웹페이지가
상위에 검색되는 것이죠.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선 사람들이 남의
저작물을 자기 것처럼 ‘펌질’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먼저 생겨난 자료가 웹 표준에
따라 작성 시점을 정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낸 곳의 업데이트
빈도도 중요하게 파악돼야 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선 정확히 반대의 일이 벌어집니다.
누구든 많이 퍼가는 경우가 생기니 ‘먼저 펌질한 곳’이 오리지널처럼 받아들여지고,
링크를 거는 문화가 없다보니 원저작자는 중요도에서 밀려납니다. 만약 개인 블로그의
글이기라도 하다면, 자주 업데이트를 해봐야 네이버같은 거대 사이트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블로그를 네이버 블로그에 퍼갔다면 페이지랭크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게다가 위 결과에서 役事는 링크가 단일하게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콘텐츠입니다. 누가 무단 펌질할 내용도 아니고, 네이버에서 서비스될 뉴스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歷史가 주제인 콘텐츠는 링크가 확산되는 콘텐츠입니다. 만약 이 콘텐츠가
언론사 기사라면, 똑같은 내용이 네이버 뉴스에도 있고, 다음 뉴스에도 있고, 네이트
뉴스에도 있고, 언론사 뉴스사이트에도 있는 셈이죠. 링크가 한 곳으로 단일하게
모아지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으로 퍼집니다. 중요도도 분산되는 것이죠. 링크를 통해
콘텐츠를 지목하지 않고, 콘텐츠를 사다가 가두리에 가둬 놓는 한국 웹의 특징 탓입니다.

 

그래서 점유율 확대가 목표고, 그게 안 되는 게 검색 결과가 후졌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면, 저라면 단기 목표로 웹 환경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할 겁니다.
‘한국형 초기화면’이란 걸 만들어 모자란 디자인 감각을 과시하는 대신 말이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콘텐츠를 가두리하는 일을 막으면 됩니다. 텍스트큐브를 인수하느라
수백억 씩 쓰는 대신에 그 돈으로 이미 존재하는 독립 블로그들에게 배너 광고라도
달아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인터넷에서 중복 게재된 사진을 분석해(이미 이미지
인식 기술도 갖고 있으니) 저작권 찾아주기 운동을 했다면 어떨까요? 언론사 뉴스콘텐츠를
포털에 보내지 못하도록 구글의 검색광고 솔루션 등을 이용한 제휴 관계를 맺었다면?
보다 근본적으로 네이버와 다음 등의 ‘펌질’ 콘텐츠를 찾아내는 알고리듬이라도 한
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캠페인과 이벤트를 벌여나가는 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글코리아 임직원들이 자신을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에
경력관리차 들렀다가는 철새 직장인 정도로 생각한다면야 단기 이벤트가 훨씬 폼나고
훌륭한 일이겠죠. 하지만 기업에게는 이런 식의 태도가 독일 겁니다. 구글은 하드웨어
인프라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비교되지 않을 수준으로 앞선 기업이고, 막대한
현금보유액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모험적 투자도 과감하게
지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기업의 한국 사업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조금만 잘 생각한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곳인 덕분에 적은 투자로도 확 앞서 나갈
수 있는 겁니다. 그들이 그러지 않고 있어서 NHN과 다음같은 회사는 다행인 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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