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독재와 불편한 자유의 기로에서 – 애플에 대한 상반된 감정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에 한번이라도 ‘스마트폰’이란 기계를 써본 사람이라면 아이폰을손에 쥐자마자 감탄하게 됩니다. 다른 모든 걸 차치하고 바로 그 편리함에 감탄하는
거죠. 사용설명서 한 번 보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은 직관적인 버튼 배열과, 버튼을
짧게 누르거나 길게 누르는 조합 만으로 ‘그럴 법 하다’ 싶었던 기능들이 모두 구현되는
쉬운 사용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전의 스마트폰에선 꿈도 꿀 수 없었던 편리함입니다. 게다가 굳이 해킹같은 걸 하지 않아도 편히 쓸
수 있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고, 그리고 일부러 아이폰의 구조를 바꾸는 ‘Jail Breaking’이라는
기기해킹만 하지 않는다면 ‘폐쇄적’이라고 욕을 먹긴 해도 바로 그 폐쇄적인
환경 덕분에 바이러스 등의 위협에서 안전합니다. 이런 환경이 사용자가 별 노력 없이도
굉장히 많은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윈도 모바일을 쓰던 시절에는 전혀
몰랐던 일이고, 메모리 관리와 필수 프로그램 설치 등으로 골머리를 썩었던 블랙베리보다도
훨씬 편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을 사랑하는 팬들은 애플의 폐쇄성을 ‘편안한 독재’에 비유하고,
개방적인 OS라 평가받는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는 ‘불편한 자유’라 얘기합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한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자유란
원래 불편한 것이죠. 개인의 책임이 요구되고, 구성원 전체의 합의도 존중돼야 합니다.
기계 하나 쓰면서 이런 거창한 의무까지 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무에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 쓰다보면 결국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도 나오고,
이들을 막기 위한 공동의 규제 합의도 이루기 어렵게 마련입니다. 쉽게 이런 일을
막으려면, 결국 누군가 알아서 이런 걸 맘대로 대신해주면 됩니다. 소비자의 뜻을
미리 잘 헤아려서 말이죠.

 

아이튠즈를 통한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의 일원적인
유통도 애플이 알아서 맘대로 편하게, 대신 애플의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차단하는 폐쇄적 서비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너무 편리하죠. 음악파일
하나 다운로드 하려면 수많은 액티브X콘트롤을 설치하고 신용카드 번호 집어넣은
뒤 각종 오류와 싸워가며 15분 쯤 진을 빼야 음악을 살 수 있는 한국 사이트들과는
달리 클릭 한 번 하면 내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팟에 같은 음악이 알아서 담깁니다.
물론 2, 3일 쯤 뒤에 고지서가 날라오긴 하죠. 어쨌든 편하다는 겁니다. 전 불법다운로드를
받는 것보다 아이튠즈에서 소프트웨어나 음악을 사는 게 훨씬 편해서 그냥 돈을 냅니다.
어차피 한달에 많이 써봐야 몇만원 쓰는 거니까요. 제가 중학생 때 레코드판을 사모으던
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폐쇄성이란 건 사실 장점입니다. 기계를 붙잡고 며칠씩 밤을 새우는 일은
제가 돈도 벌지 못하고 직업도 없으며 시간은 많았던 대학생 시절에는 가능했습니다.
즐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기계는 그냥 제 일을 돕는 도구입니다.
도구에 시간을 쓰고 골치를 썩이다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낭비하긴 싫습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아이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놀아주는 게 훨씬 가치있는 일이니까요.
이게 제가 애플의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방식과 그렇게 생산된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소비자로서 제게 애플은 참 만족스러운 기업입니다. 하지만 직업으로 대하는 애플은
어떨까요? 애플은 제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대상 기업이기도 하거든요. 다음엔
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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