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와 애플 아이폰 비교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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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해외에선 아이폰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스마트폰인양 관심이 뜨거운데 국내에선
단 한 모델도 손에 쥐고 비교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CES에서도 수백가지는 될법한
안드로이드폰이 쏟아져 나왔지만 진득하니 며칠 정도 들고 써 볼 수가 없으니 그냥
수박겉핥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모토로라가 만든 ‘모토로이’라는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쿼티 키보드를 좋아하는지라 ‘드로이드’가 나오길 바랬지만 모토로라코리아에선 "한국
소비자들은 쿼티 키보드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더군요. 물론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쿼티 자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처럼 쓰는 것이죠. 게다가 모토로이는
쿼티 키보드만이 아니라 손으로 글씨를 쓰는 필기인식 기능과 전통적인 휴대전화
키패드 자판 등을 갖고 있습니다. 두께도 얇게 했으니 오히려 이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은 일종의 ‘연합군의 맹주’ 격입니다. 구글이란 거대
회사+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한 편으로 묶여 있죠. 반면 애플은 그냥 ‘제국’입니다.
혼자 모든 걸 다 하고, 전략적 동맹은 몇 가지 만들 수 있겠지만 결코 연합군
같은 걸 구성하지 않습니다. 제국은 효율적입니다. 단일한 이해관계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며 잡음을 최소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냅니다. 연합군은 세가 큽니다.
아무리 공격 당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합군 내부의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
배가 산으로 가게 마련이죠. 구글이 넥서스원을 만들고, 구글 보이스를 팔아 제끼는
지금의 상황이 구글에겐 기회일지 모르겠지만 연합전선에는 어쩌면 균열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연합군이 드디어 한국 전선에도 상륙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드로이드가 인기를 끈 뒤 CES에서 공개된 ‘백플립’ 이후 첫 제품입니다. 다음달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니 백플립보다는 더 빨리 상용화되는 셈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 제일 처음 판매되고 3월 쯤에는 미국에서도 판매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리 좀 써봤습니다. 이미 전에 여러번 밝힌 바 있지만 제가 쓰는 휴대전화는
애플의 아이폰입니다. 안드로이드폰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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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상파DMB
수신 기능이 눈에 띕니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경쟁사에서 내세웠던 국산폰의 장점이
DMB TV 수신이었죠. 한국 휴대전화 사용자의 상당수가 출퇴근시 휴대전화로 DMB TV를
봅니다. 애플은 이런 니즈를 위해 따로 제품을 손볼 생각은 전혀 없었죠. 모토로이는 이런 부분을 파고
듭니다. 중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곁다리로 FM 라디오까지 들을 수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화면은 정말 차이가 크더군요. 둘다 TFT LCD를 사용하니까 화질에 큰 차이가
있겠냐 싶었지만 모토로이 화면 크기가 3.7인치, 아이폰 화면 크기가 3.5인치라 화면 크기는
비슷한데 모토로이가 480X854, 아이폰이 320X480 해상도라 도트피치의 위력이 대단하더군요.
같은 화면에 화소 수가 4배 3배 가까이 많으니 HD TV와 SD TV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번도 초라해보이지 않았던 제 아이폰이 뭔가 후졌다는 느낌을 받은 유일한
부분이었죠.

 

카메라 성능도 스펙상으로는 모토로이의 압승입니다. 아이폰은 300만 화소 카메라에
플래시도 없지만, 모토로이는
800만 화소 카메라에 제논 플래시를 사용합니다. 플래시를 흉내낸 일반 휴대전화
플래시가 아니라 일반 디지털카메라처럼 ‘팍’ 하고 밝은 불빛이 나오는 제대로
된 플래시인 거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토로이로 찍은 사진에는 영 정이 안 갑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애플 앱스토어에도 있는 ‘fx 카메라’를 내려받아 효과도 줘봤는데
그래봐야 대동소이합니다. 역시 기본으로 찍히는 화질이 좋아야 하는데, 모토로라가
스펙만 높이고 이미지 프로세싱 최적화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안드로이드 OS인 만큼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검색하는 ‘구글 고글’이나
자동차에서 무료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게 하는 ‘구글 내비게이션’ 등은 잘 작동했습니다.
문제는 구글 고글은 영문도서나 CD앨범자켓 등에나 원활하게
작동했고, 구글 내비게이션도 미국 지도에서만 가능했다는 거죠. 구글 고글을 살펴보니
그냥 이미지 분석만 하는 게 아니고, 촬영 장소의 위치 정보와 사진 속 텍스트에
대한 광학판독(OCR) 등을 종합적으로 이용해 검색 결과를 나타내더군요. 조만간 결과가
나아지리란 기대는 있었지만 아직 한국 검색결과는 너무 색인값이 작아 보입니다.
구글 내비게이션 또한 당장 시작할 일은 아니겠죠. 구글코리아에 물어보니 "준비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두루뭉수리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 안드로이드 OS의 장점인
멀티태스킹도 괜찮았습니다. 아이폰에서 가장 갑갑한 것이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모토로이가 완벽하게 좋은 ‘아이폰 킬러’가 되기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안드로이드 OS는 아직 아이폰 OS와
비교하면 기본적인 반응속도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이폰에선
손가락을 움직이면 화면이 손끝에 달라붙은 듯 빠르게 움직입니다. 아이폰을 써본
사람들이 첫눈에 반하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죠. 이건 맥OSX에서부터 중요시해온
애플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모토로이에선
이 반응속도가 한 박자씩 느립니다. 정전식 멀티터치 스크린을 쓰고 있는데도 감압식이
아닐까 처음에 오해할 정도였습니다. 넥서스원 사용 영상 등을 살펴보니 CPU 속도가
스냅드래곤으로 높아진다고 해도 해결되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또 아이폰의 가장 큰 장점인 어플리케이션 수도 안드로이드가
부족하긴 합니다. 하지만 ‘오카리나’ 앱이 없다고 나쁜 기계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폰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앱이 안드로이드로 빠르게 컨버팅되는 중이라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로컬라이즈 전략도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안드로이드폰에는 말로 문자를 입력하고 검색하는 음성인식, 음성검색
기능이 빠져 있기 때문이죠. 이 기능은 해외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능입니다. 휴대전화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 그냥 말만 하면 검색결과를 알려주는
휴대전화는 종종 데스크톱 컴퓨터보다 편합니다. 구글코리아는 아직 한국어 음성인식이 개발되지 않아 아예
이 기능을 한국 안드로이드에서 뺐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아이폰에서는 한국어는 아니어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음성검색이 가능합니다.
아이폰에서도 되는 구글의 기능이 정작 자신들의 OS를 사용하는 안드로이드폰에서는
빠졌죠. 이상합니다. 왜 이런 일을 했을까요?

 

모토로이의 판매 가격은 약 90만 원입니다. 출고가 기준이죠. 하지만 SK텔레콤이
보조금을 지급하면 소비자에겐 요금 패키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이폰 수준인 20만 원 선에 판매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10년 전 삼성전자가 만든 TV가
생각이 납니다. 당시 삼성전자 TV는 소니의 TV와 비교하면 뭔가 달랐습니다.
두 제품의 화면 크기도 똑같고 삼성 제품에는 소니 TV에는 없는 새 기능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더 값비싼
소니의 TV를 골랐습니다. 소니 TV가 사용하기도 익숙하고 소니 TV의 화질이 미세하게 더 나았기
때문이죠. 높은 브랜드 가치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10년 뒤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을 석권했고, 이제 화질과 브랜드가치마저 소니가 더 낫다고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날 본 모토로이의
인상이 딱 그랬습니다. 아직은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 대신 사용할 마음이 없습니다.
아이폰의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능이 좀 덜 다듬어졌고 품질도 약간
떨어졌던 10년 전 삼성전자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배우고 발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 2년 뒤 안드로이드
연합은 오늘날 TV의 삼성전자처럼 혁신을 통해 최고가 되고, 애플은 과거의 영화에
갇혔다가 소니의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언뜻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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