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한계, 다른 곳에 있습니다.

트위터 여기저기에서 ‘애플의 한계‘라는 글을 추천하는 분들이 계셔서 읽어 봤습니다. 글 쓴 분 말씀이 어떤 의도이신지는 이해가 가는데 과연 맞는 말이고, 동의할 수 있는 말인지에 대해서는 갸우뚱합니다.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1. ‘애플의 한계’에는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The Book of Jobs‘라는 기사가 ‘잡스의 성서’이며 이 기사가 스티브 잡스를 예수에 비견되는 혁신적 인물로 소개했다는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제 생각엔 해석이 조금 무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기사는 말 그대로 ‘잡스의 책’으로 해석돼야 합니다. 잡스가 신문사와 잡지사 등을 구원할 예수와 같은 인물로 활자매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라는 전자책 기계를 들고 나타나 활자매체 업계를 예수와 같이 구원하리라는 기대가 넘쳐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Even the Jesus Tablet cannot perform miracles.(예수와 같은 타블렛조차 기적을 행할 수는 없다.) 예수와 잡스의 관계는 그저 알레고리일 뿐입니다.

 

2. 잡스가 내놓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건 애플의 ‘폐쇄성’ 때문이라는 것도 사실 1980년대의 얘기입니다. 지금은 온당치 않죠. 특히나 구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사이를 비교하는 얘기라면 모르겠지만(이는 현재진행형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와 비교하는 건 완전히 불공정합니다. 시대가 그때와 다르거든요. 많은 분들이 1984년 발표된 매킨토시 컴퓨터와 그 이후 진행된 애플과 IBM의 폐쇄적/개방적인 하드웨어 정책의 시기 얘기를 알고 계십니다. 이 때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를 운영체제로 선택했고, 수많은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IBM과 똑같이 MS-DOS를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IBM 호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했죠. 이건 많은 비즈니스 스쿨 마케팅과 전략 과목에서 ‘표준 확보’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소니의 베타맥스 사례와 함께 예로 드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애플의 폐쇄성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3. 애플의 폐쇄성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1990년대에 이르러 애플이 파산 직전의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스스로 쫓아냈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시 회사로 불러들여야만 했던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당시 애플의 위기를 가져왔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개방’이었습니다. 매킨토시 OS를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맥 호환 컴퓨터’를 다른 업체들에게 개발토록 했기 때문이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돌아가는 컴퓨터가 늘어나는 것처럼 맥도 ‘맥OS’를 돌리는 컴퓨터를 늘리려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미미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매킨토시 하드웨어 매출 급감이라는 절망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독점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정면대결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죠.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모든 맥 호환 컴퓨터의 제조를 금지시키고 다시 옛 폐쇄 정책을 부활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부활은 이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맥’이 대성공을 거뒀고, 아이팟과 아이폰 모두 폐쇄적인 방법으로 자기만의 시장을 만들어내죠. 이런 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은 같은 얘길 했습니다. "저런 제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우리 모두 알듯 정반대였습니다.

 

4. 또 이 글에선 애플이 몇년동안 판매한 아이폰은 3500만대이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한해 판매한 휴대전화는 2억2000만 대가 넘는다고 지적합니다. 아마도 삼성전자의 훌륭함을 보여주려 하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훌륭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단순한 숫자 비교 말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의미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일단 숫자부터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아이폰 누적 판매량은 4000만 대가 넘었습니다. 좀 옛날 통계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관심있게 살펴봐야 할 건 아이폰  분기당 판매대수가 계속해서 매 분기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아이폰은 단 하나의 모델이거든요. 물론 2G와 3G, 3GS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 설계가 같고, 같은 앱이 돌아갑니다. 첫 아이폰 이후 나온 새 아이폰들은 ‘업그레이드’ 모델이었던 거죠. 바꿔 말하면 애플은 ‘단일 모델’로 3500만 대를 팔았던 겁니다. 지난 분기 판매대수만 봐도 870만 대입니다. 삼성전자도 물론 1000만 대 이상 판매한 단일 모델을 다섯 종류나 갖고 있는 대단한 회사입니다. 제가 왜 ‘단일 모델’ 이야기를 하느냐면 이게 수익성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많은 모델을 수없이 바꿔가며 만들면 다양한 소비자군을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지만 개발비 및 생산원가가 높아져 이익을 내기는 어려우니까요.

 

5. ‘애플의 한계’ 기사는 이렇게 끝납니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는 지금 ‘아이패드’의 계보를 이어갈 또다른 혁신제품을 구상하는지도 모른다. ‘아이폰’ 판매대수는 까맣게 잊은 채." 여기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전 2004년 1월 맥월드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자동차 시장에서 BMW, 벤츠, 포르쉐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높다. 애플이 BMW나 벤츠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현대자동차와 포르쉐를 함께 비교할 수는 없는 겁니다. 판매대수가 모든 걸 말하는 건 아니죠. 몇 가지 간과되는 숫자들이 있는데, 애플은 현재 ‘고급PC’로 시장조사회사들이 분류하는 1000달러 이상 PC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91%에 이릅니다. 물론 이런 숫자들이 애플이 문제없고 튼튼하며 앞으로 계속 성공할 회사라는 증명은 되지 못합니다. 여러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애플의 진짜 한계는 ‘애플의 한계’에서 얘기하는 한계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제가 생각하는 한계도 정리해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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