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

불법사행성 게임 얘기가 아니고, 삼성전자의 새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얘기입니다.제 무지였기도 했지만, 초기에 워낙 공개된 정보가 없기도 해서 ‘바다’가 어떤
형태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물어봐도 별 대답이 없고, 어떻게 개발되는지도 잘
모르겠었는데, MWC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니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전 처음에는 삼성전자가 일종의 가상머신(VM)과 비슷한 개념으로 안드로이드용 바다, 윈도
모바일용 바다, 리눅스모바일용 바다 등을 따로 만드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한
때 아이폰 도입을 앞두고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위피(WIPI) 플랫폼을 아이폰에서 쓰도록 하겠다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삼성전자가 그런 식으로 바다 플랫폼을 각 OS에 제공한다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구체적인 사실이 공개되고 나니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더군요. 바다는
안드로이드나 윈도모바일 같은 별도의 OS였던 겁니다. ‘바다폰’을
사야만 바다폰용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된 이상, 삼성의 바다는 품질 면에서 안드로이드나 아이폰OS, 윈도폰 7과
새 심비안 OS보다 더 뛰어나야만 합니다. 바다폰이 아이폰이나 구글폰이나 새로 공개된
윈도폰7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어야 소비자들이 삼성제품을 선택할 테니까요. 문제는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은
워낙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지지가 전통적으로 강한 회사이고, 아이폰OS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UI의 편리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란 거죠. 안드로이드조차 아이폰OS의
사용자친화적인 모습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새로 공개된 윈도폰 7은은 수십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장의 무기’입니다. 반응도 열광적이죠. 화려한
인터페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고려는 확실히 MS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심비안은 편리함이나 개발편의성은
둘째치고 일단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OS라는 기본적인 프리미엄이
있죠.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바다는 아직
아무 것도 아닙니다. 넘어야 할 경쟁자들의 벽이 지나치게 높다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어려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에 가깝습니다. 그런
회사가 이 분야에서 이런 어려운 길을 걷는다는 건 일단 제 생각엔 굉장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어디까지 밀어붙여 보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한 번 해본다면 이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국 업체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겁니다. 선두업체의 역할이란
게 사실 이런 도전을 해주는 건데, 기존에는 국내 업체들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죠. 아시겠지만 모토로라는 일찌감치 정면승부를 포기하고
안드로이드폰만 만들기로 맘을 먹은 상태입니다. LG전자도 같은 전략입니다. 이런
상태라 삼성전자의 도전이 더 가치있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바다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삼성전자가 세계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의 고객이 의미있는 시장임을 잘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삼성은 그동안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라서기 위해 ‘프리미엄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어차피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꽉 잡고 있는 휴대전화 시장, 그냥 들어가봐야 질 게 뻔하고 가격 경쟁해봐야
노키아를 이기기 힘드니 아예 차별화해서 ‘삼성=고급’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죠. 그래서 삼성 휴대전화는
단가를 경쟁사 제품보다 20% 가량 높게 정합니다. 그래도 잘 팔립니다. 모든 공항에 광고판을
세우고 광고 영상을 틀어대면서도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는 광고를 자제합니다.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보다 ‘돈이 되는’ 프리미엄 고객들이니까요. 그룹
차원에서 올림픽을 스폰서하고, 첼시를 후원했던 것도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그러자 돈 많은 사람들이 과시용으로 삼성 휴대전화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이미지 때문에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노키아보다 낮지만 이익률은
두자리수를 달성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바다용 앱이란
이런 돈 많은 프리미엄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앱이라는 의미입니다. 돈 많고, 과시욕 있고,
‘삼성’이란 브랜드를 기꺼이 뒤집어쓰고 싶은 사람들이 소구 대상이죠. 문제는
처음 들어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기존 휴대전화만큼의 품질을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요? 넘을
산은 그 뒤에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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