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생각하는 방식

기사를 쓰다보면 늘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뽑아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됩니다. 기자들이 누군가를 만날 때 나눴던 이야기 중 상당수가 사라지죠. 방송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블로그가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문에 기사를 쓸 때만큼 많은 분들이 보시지는 못하겠지만, 기사에 미처 못 쓴 기자가 만난 분들의 이야기, 차마 전해지지 않았지만 결코 덜 중요하지는 않은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저 스스로 과거 자료를 찾아볼 때도 편할 테고, 제 취재기록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정보를 검색해 이용할 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이야기는 6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글 ‘검색의 과학’ 행사 얘깁니다.당시 기사는
‘검색의 미래는 검색이 사라지는 것’
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게재했습니다. 검색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옮기지 못했던 얘기들을 적어봅니다.

 

아밋 싱할 검색분야 수석연구원(Fellow)은 굉장히 학구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차분한 말투는 신뢰감을 주고,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대답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검색에 평생을 걸었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체물리학자가 우주를 연구하고, 생화학자가 미생물과 씨름하듯, 이 사람은 기업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디지털 비트(bits)와 부대끼는 모양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 구글은 개인화 검색을 한다고 했다. 음식점이나 쇼핑센터를 내게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는 건 환영이지만, 만약 사회 현상에 대한 견해나 논쟁, 다양한 의견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면 그건 구글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로 다른 견해가 다양하게 논쟁돼야 하지 않을까?

=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지적인 논쟁을 검색결과를 보는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즉 지적인 논쟁은 음식점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다양성을 고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래서 검색결과가 나타날 때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구글의 컴퓨터가 여러 신뢰할 만한 레퍼런스를 참조하고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담은 글의 문맥을 살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견해도 찾아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과연 기계가 글의 내용을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그래서 구글은 ‘워드 히스토그램'(Word Histogram)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내용을 유추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만드는 중이다. 이런 시스템이 단어의 사용되는 형태를 분석해 논쟁의 어느 편에 섰는지를 살펴 검색결과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돕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같이 인터뷰를 했던 기자는 네이버 얘기를 하더군요.

– 한국의 네이버를 보고 있는가?

=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는 그 점유율이 많은 걸 말해주는 훌륭한 회사다. 우리는 그래서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어려운 경쟁을 겪어야만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 사용자를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는 것도 이런 시장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경쟁으로 이익을 보는 건 소비자다. 우리가 네이버와 엄청나게 경쟁한다면 한국의 검색서비스 자체가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

 

– 개방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개방성(Openness)이란 사용자 가치라는 목표로 가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결국
사용자를 위해 개방을 하는 것이다. 혁신에 ‘트레이드마크'(상표)를 붙이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표가 붙는 순간 그건 독점적 사용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
혁신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게 해야 우리 스스로가 더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결국 혁신을 넘어선 혁신(outinnovate)을 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앨런 유스타스 부회장과의 인터뷰 시간도 별도로 주어졌습니다. 그 또한 개방성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저는 애플에 대해 물었습니다. 마침 이날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발표한 날이었기 때문이죠. 아이폰4를 선보이면서 애플도 개방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통제할 수 없으며 통제할 필요도 없는
완벽히 개방된 플랫폼인 HTML5와 적절히 큐레이팅된(curated) 플랫폼인 앱스토어라는
두 가지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려줬지요.

 

– 애플도 개방을 얘기한다. 당신의 동료인 빅 군도트라 수석부회장은 얼마전 구글
I/O에서 애플을 ‘빅 브라더’처럼 조롱하며 놀리더라.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얘기는
군도트라의 조롱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 인정한다. 애플은 이전의 모바일 산업 플레이어 전체가 만들어낸 어떤 플랫폼보다
더 개방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저 더 개방적인 게 아니라 훨씬 많이 더 개방적인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산업을 바꿨다.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견해인데, 나는
구글이 애플보다 더 개방적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앱스토어에서 승인을
받지 않아도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의 버그를 빨리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HTML5 정책에서 우리는 애플과 거의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물론
플래시를 대하는 자세는 많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라고 본다.
애플과 우리는 모두 개방적이고,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개방된 플랫폼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게 아닌 법이다.
애플 혼자 있는 것보다는 구글과 경쟁하는 게 결국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 애플은
매우 성공적이지만 우리는 그들과 현실적으로 경쟁하는 대안 모델이다. 두 모델이
모두 성공하고 서로를 견제한다면 그것이 바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 구글이 모든 정보를 다 소유하는 진짜 ‘빅 브라더’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생각해 보라. 신용카드 회사는 구글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디로 여행을 다니며, 어젯밤에 어디에 있었고,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알려고 들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카드회사다. 그리고 신용카드 회사가 이런 엄청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정보를 기꺼이 이런 회사에게 위탁한다. 믿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을 신뢰하는 것 덕분에 우리는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효용을 얻게 된다. 구글이 수집하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면 소비자가 기꺼이 정보를 우리에게 맡길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카드회사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맡긴 정보를 동의한 내용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계속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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