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게이트

자, 문제는 이랬습니다.

1. 아이폰4의 안테나 특정부분(왼쪽 아래)을 잡으면 통화가 끊기거나 안테나 신호표시가
확 줄어든다.

2. 애플에 이게 문제라고 했더니 스티브 잡스가 직접 별 문제 아니라고, 그렇게
쥐지 말라더라.

 

스티브 잡스의 답은 이랬습니다.

"아이폰4만 그런 것 아니다. 다른 폰들도 그렇다."

 

참 유치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열심히 이 ‘안테나게이트’ 기자회견 프레젠테이션을 다 봤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디테일이니까요. 한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우리 고객들이 우리 제품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불만을 모두 다 읽고 듣고 본다.
그리고 그걸 아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 들이고 아파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런 식의 인식이 좋은 PR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중은 결코 기업이
‘개인적으로’ 대하는 반응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오히려 이러저런
프레임을 통해 몇 차례 해석돼 재구성된 반응만을 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기업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직접 대화를 시도해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오리지널
포스트나 트윗을 보는 대신 언론이 해석해 쓴 기사나 의견을 단(Quoted) RT를 통해
문제를 보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 자신의 평소 성향과 맞는 내용을 강화시키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게 되죠.

 

이날 스티브 잡스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1. 자 봐라, 동영상으로 실험해보니 다른
회사 스마트폰도 다 안테나 문제가 있지 않는냐, 2.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겠다, 아이폰4는
AT&T가 얘기하기로 아이폰3GS보다 통화성공률이 더 좋다, 3. 안테나 문제를 겪는
소비자는 뭔가 문제가 있다며 우리 고객센터로 전화하는 고객 가운데 단 0.5%에 불과하다.
직접 그 얘길 면전에서 스티브 잡스로부터 듣는다면 어떤 소비자라도 아이폰4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을 겁니다. 진심어린 억울함처럼 들렸고, 이유있는 해명으로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 동영상을 직접 보는 사람들은 약 1000만 명이 넘어갈 수도 있어
보이는 아이폰4의 잠재고객 가운데 극히 일부란 겁니다. 게다가 영어라니. 구글코리아라면
번역 자막이라도 씌울테지만, 애플코리아가 그러기를 바라는 건 여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길 바랄 일이죠.

 

이런 식의 진솔한 해명이 왜 문제인지는 아주 살짝 한마디 걸쳤던 ‘7월30일 출시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
발매 예정국이던 17개국에서 30일에 그대로 발매될 예정이다. 단 한 곳, 한국만 빼고.
한국에서는 아직 정부 승인을 얻지 못했다." 마지막 문장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애플이 아직 승인(전파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저 한마디를 했을 뿐입니다. "Cause
it’s gonna take a little longer to get government approval there." 한국에서
정부 승인을 얻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란 얘기였죠. 한국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노릇은 전혀 없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데 대한
미디어의 각종 해석이 더해지자 결국 정부가 해명자료까지 내는 상황이 빚어진 셈입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자세는 좋지만, 대응도 개인적인 문제처럼
해봐야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화의
어려움입니다. 심지어 9월30일까지 세계 모든 아이폰4 고객들에게 무료 케이스를
나눠주겠다는 말도 "한국은 9월에야 아이폰이 나올 수도 있으니 혜택을 받는
소비자가 적을 것이며 이는 한국을 무시한 것"이란 얘기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갑니다. 스티브 잡스는 분명히 "9월30일까지는 케이스를 무료로 주고, 그
뒤로 어떤 혜택을 줄지는 그 때 가서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는데도요.
케이스를 계속 무료로 주든지, 감도를 높이든지, 아이폰4용 반창고(!)를 주든지 하는
다른 방식을 9월30일까지 만들겠다는 겁니다.

 

애플은 아주 드물게 마케팅과 PR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엔지니어 문화의 회사입니다.
많은 기술지향적 회사들이 마케팅이나 PR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차적 요소로만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광고를 하는 방식, 언론을 대하는 방식, 소비자의 구매경험
등에서 완전히 새로운 공식을 써왔지요. 하지만 이번 ‘안테나게이트’는 안테나게이트란
말이 생겨나는 걸 보고만 있었다는 점에서, 그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는 점에서, 해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들을 더 늘리고 잡음을 키웠다는(RIM의 반박 등) 점에서 이래저래
대응이 미숙해보이기만 합니다. 도대체 애플의 마케팅센터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p.s. 전 중국어는 전혀 못하지만, 중국어를 못해도 이 동영상은 잘 이해가 되네요.
Reality Distortion Field란 스티브 잡스가 말을 하면 근거없는 얘기도 현실적으로
들린다고 주변 동료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스티브 잡스 주변은 저런 ‘현실왜곡장’이
펼쳐져 있다는. 이외에도 폭스콘 노동자, 데스그립 등 이슈들이 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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