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CEO인터뷰#3/ KT 이석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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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통신시장의 이슈를 만들고 주도해 온 건 KT입니다. 요금, 아이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경쟁사들은 KT가 만들어내는 이슈를 뒤따라가며 대응하기
급했다해도 크게 틀린 얘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패를 다 보여줬다’는 느낌도
듭니다. 더 이상 단말기 한두대가 시장의 이슈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만한
충격을 주지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땐 1, 2위 사업자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단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패를 다 보여준 KT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요?

 

– 더이상
KT가 이슈를 주도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앞으로 계속 성장을 주도하려면 핵심역량을
잘 파악하고 집중해야 할텐데 무엇이 KT의 핵심역량인가요?

이석채
회장=KT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을 갈고 닦아 글로벌 ICT 컨버전스 리더가 되겠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컨버전스라는 단어 속에 많은 게 있어요. 과거와 다른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얘기고, 과거에 잘했던 사람들이 계속 잘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거죠. 형식은 무선통신이라도 유선통신의 백업이 필요한 그런 서비스를 기업과 사람 모두 필요로 할 테니까요. 미래에는 이게 성패를 가루는 대전제입니다. KT는 그 컨버전스 무대에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여러 개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세계 최강이에요. 스마트폰, 스마트디바이스. seamless한 통신망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강력한 유선과 와이브로까지
과거에 쓸모없어 보였던 네트워크 자원이 다시 주목받습니다. 예전엔 우리가
네스팟, 와이브로 얘기하면 주식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제 아무도 그런 얘기 않습니다. 와이브로 이렇게 많이 깔면 전에는 주가 떨어졌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와이파이 이미 3만 개 돌파했고, 머지 않아 10만 개
넘어서면 세계최강 될 거에요. 향후 데이터가 폭증했을 때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우리는
답이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예전에 깔아놓은 통신망 말고는 별 게 없다는 얘기같습니다.

=
클라우드컴퓨팅이 있습니다. 지금 유클라우드 한 번 보세요. 적어도 고객들에게 이걸 무료로 해준다고 할만큼
자신이 있는 겁니다. KT가 이런 서비스 시작한 시간은 짧지만 나름대로 국내에선 최고의 클라우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역량을 월드클래스, 세계 톱클래스로 올려보려고
해요. 이 능력을 갖추는 전략을 갖고 있고 그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연 KT가 세계 톱클래스라고 볼
수 있겠냐 싶겠지만 우리는 그걸 목표로 전진 중입니다. 줄(wire)만 파는 게 아니고, 컴퓨팅만 파는 게 아니고, 이를 융합해서 개인과 정부, 기업 등이 뭔가 달라지고 생산성도 높이고 소셜네트워크도 만들고
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우리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걸 마치면 그 다음은 글로벌로 가는 것만
남는 셈이죠.


그게 현실이 되면 KT는 통신사라고 보기 힘들어집니다. IT서비스 회사가 되는 게
아닐까요?

=
이미 우리가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KT이노츠라는 회사를 만들었겠습니까.(KT이노츠는
티맥스소프트와 KT의 합작사로 소프트웨어 회사) 왜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바꿔가면서 아웃소싱하던
일을 우리 핵심사업으로 규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년 전 세운 KTDS라는 SI자회사가 최근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 게다가
요즘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업자와 연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글로벌 얼라이언스에요. 인텔과 에릭슨,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니 지금 제가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러 회사와 얼라이언스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협조관계가 많아요. 중요한 게 수많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입니다. 그런데 그들과
협력한다는 게 제가 모으려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벤처, 중소기업들이 우리를 신뢰하고 애정을 가져야
우리하고 새 사업을 같이 할 수 있죠. 얼마 전 3불정책, 동반성장 등 중소기업 관련 협력안을
발표했던 게 그런 이유입니다. 중소기업에게 자선사업 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그들이
우리의 동반자여야 우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그 결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조만간 공개할 예정입니다.

– 사실
IT서비스라거나 클라우드컴퓨팅,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 등은 경쟁사에서도
다 하는 얘기입니다. KT는 뭐가 좀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나요?

= 얘기만
한다고 다 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나라가 인터넷이 미래라며 초고속인터넷을 깔자고
했어요. 그 때 다 브로드밴드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결과는 달라요. 왜 그랬나요. 누가 핵심역량이 있고, 제대로 실행을 했으며, 결과를 만들어냈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겁니다.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건 다르죠. 우리는 지금 컨버전스가
목표라고 선언을 했고, 이후 그런 선언을 바탕으로 한 실적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고객은 더이상 늘지 않고, 음성통화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인데 KT가 상반기 실적을
보면 통신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데이터트래픽 증가량이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 엄청난 트래픽을 다 수용하고도 일부 남은 상태입니다. 기업고객 측면에서도 아주 작지만 중요한 스타트가
있어요. 경남 농가에 단순한 기술이지만 적용해서 파프리카 농가 지원하기도 했고, 비용 줄이고 신뢰 높이는
모습을 보여줬죠. 이런 걸 다른 사례로 이어서 발전시키는 겁니다. 이런 솔루션을 현실적으로 시장에 적용해 실적을
낸 곳 있는가요?. 없습니다. 물론 어려운 건 아니에요. 하지만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것과
비슷하죠. 수많은 모험가가 나왔지만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는 건 핵심역량과 결과에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이런 걸 착착 진행하는 중입니다. 통신회사가 아닌 IT서비스 회사로 우리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거죠. 이미 KT는 통신회사라고 진단하기에는 많이 변한 상황입니다.

– 인력을
한 번 보시죠. 통신사는 통신망 운영/관리 인원이 전체의 80% 쯤 됩니다. 그런 회사를
통신사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 옛날
얘기입니다. 예전엔 그 얘기가 맞았어요. 하지만 전통적 네트워크부문 인력을 제가 취임한
뒤 40% 이상 줄였습니다. 인공위성 사업부문을 분사시켰고, 기업고객분야는 이미 통신회사
업무가 아니라 총체적인 IT역량을 갖추고 컨설팅하는 업무로 전환하고 있어요. 이렇게
변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새 사람도 참 많이 데려왔습니다. KTDS CEO는 삼성SDS에서 데려왔고, KT이노츠는 티맥스소프트의 인재들을
대거 수혈하는 계기였죠. 목표를 가지고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 가는 겁니다. 제 의지가
그런 거에요. 직원들에게 늘 얘기합니다. “KT가 통신회사로 남아있는 한 미래는 없다”는 거죠. 여기에 필요한 역량은 대단히 달라져야
합니다. KT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전통적인 통신업체에서 IT업체로 변화하느냐, 그리고 그렇게 변하면서도 우리의 통신사로서의 핵심역량은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 취임하신
후 그런 변화를 강조하는 탓에 직원들이 ‘혁신피로’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 저도 직원들하고 대화를 합니다. 그
때도 혁신피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우리 자신이 살기 위한 거에요.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닙니다. CEO나 임원을 위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여러분 자신을 위해
혁신을 하는 거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바뀌는 것인데, 전쟁터에서
한참 싸우다 피곤하니까 잠깐 쉬워야겠다 생각하나요? 우리가 대학 시험치고 KT같은
직장에 입사시험 볼 때, 피로를 호소하며 쉬었던가요? 우리 자신을 위한 거라면 열심히
쉬지않고 하는 것 아닙니까. 전 직원들이 따라오리라 생각합니다. 계속 강도 높게 할 겁니다. 나폴레옹이,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을 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지만 넘지 않으면 죽는데, 멈춰서
잠시 쉬면 죽는데 어쩌겠습니까. 난 직원들에게 "조금만 더 참으면 저기 젖과 꿀이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싫든 좋든 넘어야 할 우리의 운명입니다. 가야만 하는데 멈추는
일은 없습니다. 직원들이 혁신피로를 호소한다고 거기서 멈추거나 속도를 늦출 생각은 전혀 없어요. 우리는 이미 늦게 출발한
회사입니다. 컨버전스 시대는 벌써 4, 5년 전에 왔는데 우리는 뒤늦게 깨닫고 이를 따라가는 입장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뒤졌어요. 삼성에서 갤럭시를 만드는데 개혁피로라는 말 하던가요? KT 바뀔 겁니다. 바뀌는
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게 우리의 숙명입니다.

– 클라우드
얘기를 좀 더 해보죠.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서 KT는 인프라가 없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과 경쟁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아요. IDC가 있긴 해도
너무 부족하죠.

= KT가 IDC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건 말하자면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같은 겁니다. 그건 이미 경쟁력을 잃었어요. 구글이 우리보가
훨씬 싼 값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코리아 사장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싸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IDC를 인프라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우리는 죽는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우리 고객, 그리고
세계적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할 수 있어야 제대로 서비스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닙니다. 우리보다 더 낫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 구글이나 아마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들과 경쟁한다고 해도 우리는 크게 걱정 않습니다. 얼마전에 세일즈포스닷컴의 린지 암스트롱
CEO가 한국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가장 경쟁력있는 클라우드 사업자는 텔코(통신사)라고
선언합디다.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 자신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도 강력한 네트워크죠. 심지어
오렌지나 보다폰 같은 해외사업자보다도 우리 네트워크가 더 뛰어납니다. 유무선이 자유자재인 이런 통신사는 없습니다. IDC에서 (우리가 밀려도) 우리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결국
클라우드는 네트워크와 함께 가니까요. 네트워크 작업은 우리가 이미 많이 했고, 클라우드는 외국도 계속 진화중이니까
우리도 계속 경험 쌓고 따라가면 됩니다. 세계 톱수준이 될 거라고 봐요.

 


그건 국내 얘기같습니다. 국가간 통신망에서 한국이 내놓을만한 사업자는 없다고
알고 있어요. 특히 클라우드를 하면서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고 동북아 클라우드
허브가 되겠다 이런 얘기를 하시려면 국가간 통신망이 필요할텐데요?

=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어요. 한국이 국가간
통신망에서 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그 사업을 하고는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죠. 그런데 아직 세계적인 사업자들과 국가간 통신망을 놓고 동등하게 협상할 역량이
안 됩니다. 어렵고 힘든 건 어렵고 힘들다고 얘기해야죠. 그 부분은 우리 약점입니다.

 

– 어쨌든
IDC가 문제였다면, 내놓을만한 데이터센터를 새로 만들고 계시나요?

= 허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기업들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자 하거든요. 대규모 투자를 하기엔 시장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하지만
물론 우리도 잠재적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인, 중소기업들이 KT의 서비스가 편하다는 걸 알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 IDC는 과도기로 존재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클라우드컴퓨팅 능력이 증가하면 이분들도 지금의 IDC가 아닌 다른 걸 보게 될 겁니다.(KT는
최근 ‘클라우드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 서비스
어떤가요? 유클라우드는 반응이 좋던데요.

=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존하는 시스템 중에 베스트를 골라와서 한국에 적용시키고 있어요. 우리는
기업하는 사람들이니까 과연 이런 것이 기업에 성장을 가져오느냐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원래 학자를 안 좋아했어요.(이
회장은 정통부 장관 이후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습니다.) 액션이 중요하지 말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말한 모든 건 집요하게 액션으로 옮겨왔습니다. FMC, QTS, 와이파이 등 모든 걸 다 액션으로 옮겼어요.

– 경쟁사의
데이터무제한

요금제가 인상적입니다. KT는 왜 안 하시나요?

= 소비자가 우리를 신뢰해야 합니다. 달콤한 말이 아니라, 소비자가
우리한테 속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는 거죠. 지구상의 어떤 통신사도 무선통신을 100% 무제한 쓰게 할 수 있는 곳은 없어요. 불과 10%만 무선네트워크를 쓰고, 90%는 사실상 유선네트워크를 씁니다.

 


그거야 이동통신망을 쓰면 비싸니까 무료 와이파이 찾아가는거죠.

= 물론 3G를 쓸 때 소비자들이 겁을 내긴 합니다. 하지만 3기가바이트라는 용량은 보통 싸람은 다 쓸 수도 없는 용량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 3G 자원도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디바이스는 아이폰보다 더 데이터량을 늘릴 텐데 그걸 어떻게 무제한으로 하겠습니까. AT&T도 취소했잖아요. 기술자가 아니라서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무선통신이 4G, 5G 가긴 하겠지만 그때가면 결국 세상이 또 달라질
겁니다. 3G 속에서 무선인터넷 자유롭게 되리라고 우리가 상정했지만 결과는 아니잖아요.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진짜
무제한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게 우리가 와이파이에 신경쓰는 이유죠. 전국에 와이파이 다 깔아드릴 테니 그걸로 안심하고 쓰시라는 얘기입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안 돼요. 소비자에게 약속한 건 지켜야죠.

 

– 솔직히
5년 전 유선 초고속인터넷을 월 정액제 대신 사용량에 따른 종량제 요금을 받겠다던
것과 똑같은 논리같습니다. 그때도 소수 사용자가 망부하를 일으켜 다수의 선의의
사용자가 손해를 본다거나 했지만, 결과적으로 종량제는 서비스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로 논쟁이 정리됐다.

= 좀
달라요. 지금은 어느 누구도 무선에 대해서만큼은 망중립성 얘기 못하지 않습니까. 무선은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유선처럼 탄력적이지도 못해요. 사람이 확 모이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죠. 무선에 대해서 망중립성 못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KT가 소비자 마음 잡기 위해 무제한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 후폭풍을 감당 못합니다. 와이파이 이렇게 많고, 와이브로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무선
무제한은 할 수 없어요.

 

– 그런데
경쟁사는 왜 가능한가요?

= 표현을 잘 읽어보세요. 그들이
어떤 자신을 갖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자신은 없어요다. 그래서 그렇게 얘기할 수 없는
겁니다. KT의 대안은 와이파이와 다른 네트워크를 제공해드릴 테니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그곳에서 쓰시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통신회사 사장이지만 에그(Egg) 켜놓고 인터넷 합니다. 빠르고
편해요. 데이터가 더 필요하면 이런 것 쓰시면 되는 겁니다. 소비자에게 우리는 무제한으로 3G 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신 다른 네트워크를 드리는 것이죠. 소프트뱅크처럼 부하조절하면서 무제한 하려면
누구나 하겠죠. 하지만 그게 망중립성 관련해 논란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는 우리의 토탈네트워크로 소비자들에게 마음껏 쓰시라는 얘기를
할거에요.

– 아이폰
얘기 좀 해보죠. KT 분들이 아이폰 얘기하면 굉장히 감정적으로 되십니다.

= 왜 이런
일이 초래됐을까요. 세계를 살펴보세요. 전세계 모든 통신사 가운데 아이폰을 파는
회사는 다른 회사 단말기도 다 같이 팝니다. 애플과 비즈니스한다고 차별받는 회사 하나도 없어요. 그런
행위가 용납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겁니다. KT가 처음부터 애플하고만 거래했던가요? 쇼옴니아라는 걸 적극적으로 개발해 팔려고 했던 게
우리 아닙니까. 한국이든 어디든 단말기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겁니다. 애플 걸 쓰든, 대만제를 쓰든, 삼성이나 LG를 쓰든 그건
소비자의 선택이죠. 그런데 한국에서만 유별납니다.

 

– 그럼
그냥 삼성 단말기 안 사서 안 팔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삼성에게 섭섭해 하시는지?

= 다른 단말기도 소비자가 원하면 팔아야죠. 세계적으로도 괜찮은 평가를 받는 제품은 다
가져다 팔아야죠. 불행하게도 지금 그런게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애플만 파는 것 아니에요. FMC폰, 안드로원 다
잘 팔리고 있습니다. 한번 보세요. 경쟁사에선 갤럭시S밖에 안 파는 것처럼 보여요. 의존도가 너무 심한
거죠. 그런데 그게 소비자 선택 아닙니까? 아무리 다른 걸 팔고 싶어도 갤럭시S가
잘 팔려서 그런거라는 것 아닙니까. 그게 소비자 선택의 특징입니다. 아이폰도
그렇게 많이 팔린 것 뿐입니다.

– 애플 브랜드에 문제가 생기면
KT 브랜드 가치도 같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분들이 내부에 계신다는 인상을 받는다.

= 그건
사실 한국 언론의 문제에요. 예전에 애플 아이폰이 아닌데, 다른 폰으로 해킹되는
것 시연했는데 그게 아이폰이 해킹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그랬던 언론사도 있지 않습니까. 보안이란
게 원래 100% 안전한 건 없지만, 아이폰은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폰이거든요. 그런데도 애플에 흠만 좀
있으면 막 쓰는 국내 보도 탓이 있습니다. 마치 아이폰만 문제있는 것처럼 나오는데 균형잡히지 않은 보도죠.

물론 안테나게이트같은 건 아예
그런 일이 없는 것보다는 문제입니다. 그래도 미국처럼 기지국 듬성듬성 있는 곳에서 더 문제죠. 우리와 통신
환경 비슷한 일본에선 그런 문제 한 건도 안 생겼어요.

– KT 분들이 애플 문제를 마치 자신의 문제처럼 받아들이는 정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폰4에 대항할 수 있는 단말기는 지금
세계에 없습니다. 외국 나가서 사보세요. 없어서 못 사요.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죠. 아무 문제없을 정도로 인기있는 폰인데 그게 유독 문제있고, 열등한 것처럼 한국언론에서 자꾸 얘기합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팔아야하는 회사죠. 그러니 할 수 없는 측면이 좀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언론이 KT
직원들 얘기를 듣고 기사로 써줍니까? 안 써주잖아요. 아이폰4 나오면 다시 돌풍을 일으킬
겁니다. 전 아이폰4가 소비자에게 굉장한 만족을 주리라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 앱스토어
예를 들며 새 성장동력 말씀을 하시는데, EA같은 큰 게임회사 1년 매출이 겨우 4조
원 수준입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부가가치는 높지만 매출도 작고, 고용효과도 낮아요.

= 아이폰이 가져온 시장은 다릅니다. 뭐가
다르냐면 기존의 조각난 시장을 한 데 모아 교통비와 수송비, 관세도 없는 세계 단일 시장을 만들어낸 겁니다. 지금껏 우리가 경험못했던 큰 규모의 시장이죠. 1조 달러 시장이 열리고,
더 큰 시장이 열릴 겁니다.

– 벤처기업의
성공을 강조하시는데…

= 미국에서도 벤처기업 100개 나오면 1, 2개만 성공합니다. 다만 실패해도
실패의 경험을 살려 나중에 다른 곳에 흡수돼 다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한국과
차이점이죠. 우리도 그래야합니다. 한국에 MP3같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걸 아이팟
만든 애플처럼 더 크게 키우는 토양이 없습니다. 인적기반이 부족할 수도, 기업문화가 성숙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수많은 패자들이 패가망신한다는 겁니다. 그들을 재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룬 일부를 더 성공한 사람들에게 팔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내놓은 3불정책도 그런 거에요. 난
늘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직원들은 꼭 벤처나 중소기업에게 완성된 제품을 요구하는데, 난 그러지 말고 "대충 된 걸 사라"고 해요.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KT를 보면서 ‘비전이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에서
완성된 걸 사겠다고 들면 도대체 뭘 팔 수 있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완성된 제품이란
게 아이디어 가운데 도대체 몇 %나 되겠습니까. 완성품까지 기껏 갔는데 그걸 안
사겠다고 대기업이 고개돌리면 벤처기업은 실패하고 완전히 다 망하는 겁니다. 우리가 미국에서 배워야 하는 건 작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클 수 있느냐는 거에요. 우리가 그 풍토를 만들어야 하고, KT도 그렇게 아이디어를 키워줘야죠. 우리와 협력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인상을 줘야 KT도 성장할 수 있고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전 정부가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도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왜 MP3플레이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는데
꽃을 못 피우고 만 걸까. 이런 부분을 고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폰4가
좀 늦게 나왔습니다.

= 아이폰4가 왜 딜레이됐냐면 한국이 한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세계와는 다른 스펙을 요구하는 게 많아서
그런 겁니다. 예전 예를 들자면 위피 같은거죠. 그러다보니 글로벌 기업은 90% 이상
국가에서 별 무리없이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한국에 물건 팔 때면 늘 특수작업을 다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병목현상이 생겨요. 물론 우리보고 이런 특수작업을 하라면야 우리가 쉽게 하겠지만 애플같은 회사는 한국만을
위해서 우리에게 그걸 맡기는 예외를 둘 수 없는 겁니다. 자기들이 직접 작업해야만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더 걸리는 거죠. 우리가 여기서 심각하게 생각할 건 우리가 이렇게 남과 다른 정책을 언제까지 계속
지속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지난해 위피를 없앤 건 참 대단한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세계와 달리 가는
게 꽤 많아요. 이걸 다 어찌하느냐 이제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와이브로도 보세요. 8.75메가헤르츠
주파수대역도 너무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세계표준으로 정해졌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10메가헤르츠로 대역 변경하니까 바로 인텔하고 협력 맺어지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표준은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한국만의 고유한 걸 어디까지 갖고, 어디까지 버릴지 이제
심각하게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와 한국이 동떨어지지 않고 동시에 갑니다. 그러지 못하면 계속 우리는
한 템포 늦게 살 수밖에 없어요.

통신CEO인터뷰#3/ KT 이석채 회장”의 10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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