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대한 다른 해석

고백부터 하자면, 제게 구글은 정말 멋진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마치 의적 홍길동이라도되는 것처럼 수많은 값비싼 서비스를 자신들이 사들여 소비자에게 무료로 나눠줬으니까요.
게다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낸 기술적 성과는 모두 공개해 다른 사람들의, 심지어
경쟁자들의 발전의 초석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그런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 자신들이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죠.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 구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벤처기업인으로부터 “구글도 이제 ‘조금’ 악해진 것 같다”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습니다. 구글은 한때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호로 유명한 기업이었는데 이를 비꼰 내용이었습니다.

 

근거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테코노미’ 콘퍼런스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가 한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떠한 익명성도 인터넷의
미래가 될 수 없다”며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당신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당연히 익명성 속에 숨고자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없애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이 고객을 위한 실명 서비스를 갖춰야 하고 정부도 기업에 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건 참 모순된 발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구글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고
한국에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기능을 아예 없앤 바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홍보팀은 “구글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CEO의 실명제 주장이라니요?

 

그래서 구글 측에 문의했습니다. 왜 이런 과거 입장과 모순된 발언이 나왔는지
배경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구글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이제까지
다른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즉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본인들의 철학과 주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기존 모습과 대조적이라 의외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완전한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 CEO의 입장에 동조하는 셈이죠. 하지만 그게 ‘실명제’라거나 ‘본인확인제’같은
제도로만 강제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모든 제도는 기술 발전을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발전하는 현실에 맞춰 빠르게 변하지 못하는 제도는 결국 기술
발전과 사용자의 편의를 제약하는 족쇄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본인의 신분을
그런 제도적 제약 없이도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순기능에서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수만 있다면 말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구글은 오라클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야
오라클을 잘 모를 수 있지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이나 서버 솔루션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라클은 세계 최대의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썬이라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썬은 ‘자바’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갖고있는 회사였죠.
문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면서 자바 기술을
활용했다는 겁니다. 복잡한 설명을 오류를 무릅쓰고 간단히 줄이자면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바 기술을 사용했는데 라이선스를 얻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사용료도 내지 않았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오라클의 지적재산을 무료로 세상에 뿌려버린
셈이라는 게 오라클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가 썬 출신이고,
구글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썬 출신이라는 것도 이런 오라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입니다.

 

생각해보니 많은 얘기들이 여기 겹칩니다. 구글은 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웹으로
갈 것"이라며 안드로이드는 일종의 ‘과도기적 OS’이고 웹브라우저처럼 보이는
‘크롬OS’가 구글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OS에 가깝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약간
의심을 갖고 해석하면 이런 공식 입장은 결국 자바에 기대 개발된 불완전하고
법적인 논란까지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되면 안드로이드에 올인하고 있는 모토로라나 LG전자
같은 회사들은 뭐가 되는 걸까요? 삼성전자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겠다고
‘바다’를 만들고 있는 이유도 이렇게 해석하면 이해가 갑니다. 게다가 구글은 중요한
순간 늘 책임지지 않고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안드로이드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소송을 걸었을 때 그 소송의 대상은 구글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낸 HTC가 끌고 가야 했고, 저작권자들이 유튜브나 구글북스의 저작권
침해를 문제삼았을 때에도 ‘사용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저작권자들의 ‘구태의연함’을
탓했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비디오도, 책도 사업의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무료로
나눠줘야 할 것’으로 만들면서 기존 이해관계자들과 충돌을 빚었죠. 그들은 대기업이기도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인세로 생활하는 글쟁이이기도 하고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켄 올레타(‘구글드’의 저자) 같은 사람들이 구글을 비판하는 지점이
바로 이런 겁니다.

 

하바드 법대의 벤자민 에델만 교수 같은 사람은 구글의 광고모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구글이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광고 사기를 방조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일부 업체들이 웹페이지를 조작해 광고노출 배너를 가린 뒤 광고를 보여주지
않고도 광고가 노출된 것처럼 광고주를 속여 광고비를 뜯어내고 있는데 구글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또 ‘오타 가로채기'(typosquatting)라는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카툰네트워크(Cartoon Network)라는 케이블
방송국은 ‘o’, ‘n’ 등이 두 차례씩 겹치는데다 주로 아이들이 찾는 사이트라서 오타가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를 틀리게 쓴 ‘cartonetwork.com’ 식의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면 광고 링크만 걸려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
경비행기를 살 정도로 부자가 된 사람도 나오는데 구글은 이를 다 알면서도(광고수입을
얻기 위해 구글 광고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냥 놓아둔다는 거죠. 소비자 대상이
아니라 광고주와 광고사기업체 사이의 문제라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고 있지만, 구글의
광고주 가운데 상당수가 영세 상인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것도 정의로운 일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외에도 구글이 최근 미국의 버라이즌이라는 통신사와 함께 ‘망중립성’에 대한
합의를 한 것도 논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합의의 골자는 유선통신에서는 중립적인
통신망 이용을 보장하고, 무선통신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 망중립성을 당장
요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가 인터넷을 오가는 데이터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돈을 받고 특정 정보를 더 잘 보이게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전에도 이 코너에서 ‘모든
비트(bit)는 평등하다
‘라는 제목으로 한 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 합의가 발표되자 구글이 원칙을 포기하고 통신사의 힘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생겼습니다. 구글은 현실적으로 무선통신의 용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통신사가 투명한
정보공개를 하기로 약속했으니 원칙을 지킨 타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반대론자들은
구글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이제 초기의 ‘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을
갑갑해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었죠. 지금도 구글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펄쩍 뜁니다. 구글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그 결정에 이른 내부 논쟁과 결정의 근거를 문서화해
공식적으로 밝히기 때문에 초기의 정신이 훼손될 리 없다는 거죠. 하지만 구글은
최근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무선랜(Wi-Fi)을 통한 개인정보 무단 수집 문제로 홍역을
겪는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구글은 우리 모두에 대해 이미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악한 구글’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 이 글은 25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실은 칼럼
에 지면 제약으로 싣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다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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