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트위터

지난해 4월, 제가 처음으로 트위터에 남긴 글은 이랬습니다. "Start twittering".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시절이었고, 트위터라는 게 유행이라기에 한 번 써보자고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남긴 글이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제 트위터 계정은 일종의
강의노트였습니다. 시장 경쟁과 독과점, 연구개발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의 수업을
듣다가 한두마디 깨달음이 오는 글귀를 트위터에 옮겨놓았죠.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혼자 메모장처럼 쓰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트위터는 그냥 공책이었던 셈이죠.

 

얼마 전, 구글의 부사장 앤디 루빈이 트위터에 일반인이 보면 암호처럼 들리는
글을 처음으로 올립니다. 첫 시도라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인데,
내용은 이랬습니다. "the definition of open: "mkdir android ; cd android
; repo init -u git://android.git.kernel.org/platform/manifest.git ; repo sync
; make"". 리눅스 명령이라고 합니다. 대충 이런 식의 프롬프트 명령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해석이 됩니다.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내 컴퓨터에
옮기는 명령어죠. 해석하자면 "개방이란 말의 뜻은 소스코드를 맘대로 복사하고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야"라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전날 구글이
주장하는 개방이란 말은 그저 ‘파편화’를 듣기 좋게 포장한 것이라며 공격한 데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게 루빈의 처음이자 여태까지 유일한 트윗입니다.

 

그러니까 앤디 루빈에게 트위터는 방어의 수단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오늘, 제 아내가 트위터에 글을 남깁니다. 남들이 한다기에 한번쯤 따라해보는
사람이 공책에 낙서하듯 남기는 의미없는 트윗도 아니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외부인에게 대항하는 방어의 수단도 아닙니다. 아내는 이렇게 썼습니다.
"아들이 다 나았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기분 up! 약도 없고, 재진도 없다.
이런거에 이렇게 기분이 좋아 질줄이야. 엄마의 기쁨은 별게 아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물날뻔." 이게 아내의 첫번째 트윗입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트위터는 기쁨의 확성기였던 셈이죠.

 

누군가에게 트위터는 공책입니다. 누군가에게 트위터는 방어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트위터가 기쁨일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사람들
사이에 기쁨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면 그건 공책이나 방어수단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지고 쿨한 일일 겁니다. 평소 제가 IT 기술과 관련해서 하는 얘기의 절반조차도 애써
이해하려 들지 않는 아내와
같은 사람들이 지금은 마니아의 문화에 더 가까운 트위터라는 공간에 더 많이 찾아와서 단순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기쁨의 네트워크’로
바꿔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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