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글은 크롬을 만들었나

한국시간으로 8일, 미국 시간으로는 7일, 구글이 드디어 크롬OS를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모양새로 공개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얼리어답터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미리 써볼 수 있게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도 시작했죠. 이 제품의 이름은
Cr-48, 작명도 구글 다워서 ‘크로미움'(Chromium)의 동위 원소 기호를 뜻한다고 합니다.

 

크롬은
운영체제(OS)이자 웹브라우저입니다. 저도 아직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데모
영상을 보면 컴퓨터를 켜면 웹브라우저가 나옵니다. 윈도 또는 맥OSX과는 접근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를 켜면 ‘바탕화면’이 나오죠.
이는 우리가 흔히 쓰는 컴퓨터 OS가 ‘책상’을 흉내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컴퓨터는 늘 책상 위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당옇니 컴퓨터에 담긴 전자정보는 ‘문서'(documents)라고
불렸으며, 각각의 문서는 ‘서류'(파일, File)라는 형태로 보관됐고 ‘서류철'(폴더, Folder)에
담겨 ‘책상 위'(데스크톱, desktop)에 정리됐습니다.

 

크롬은
다릅니다. 크롬은 ‘단지 웹'(nothing but the web)일 뿐입니다. 30여년 전 윈도와
맥OSX의 모태가 됐던 제록스 PARC의 사용자 환경은 책상에 놓인 컴퓨터에서 개발됐습니다.
크롬은 다릅니다. 무릎, 침대, 자동차나 비행기에 놓인 ‘랩톱’ 컴퓨터(무릎위, laptop)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때로는 휴대전화에서, 때로는 다른 사람의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이들은 어는 곳에서든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크롬을 만드는 사람들은 과거
PARC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컴퓨터 안에 파일을 하나하나 서류정리하듯
차곡차곡 모아두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다룹니다. 이들은 정보를 그냥 쌓아놓고,
필요할 때 찾아내 이용하죠. 이들에겐 엄청난 보관함(Google Storage)에서 빠르게
정보를 검색(Google Search)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바탕화면은 없습니다. 크롬 컴퓨터를 부팅하면 그 자리를 웹브라우저가
대신합니다. 필요한 정보는 거대한 구글의 병렬 컴퓨터 저장공간인 클라우드에 올려둡니다.
중요한 계산, 작은 컴퓨터가 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계산 등도 모두 구글의 컴퓨터가
대신 해줍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버를 사용하는 회사가 구글입니다. 이런 시스템에
접속해 일을 하는 건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나사(NASA)나 IBM 같은 대형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연구자들만 할 수 있던 일입니다.

 

구글은
그렇게 슈퍼컴퓨터를 평등하게 만든 겁니다. 돈이 없어도, 좋은 연구소에 다니지
않아도, 컴퓨터를 잘 몰라도, 이제 사람들은 전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컴퓨터
시스템에 일상적으로 접속돼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구글의
발표가 끝난 직후, 크롬 팀을 총괄하는 구글의 제품개발 담당 선다 피차이 부사장과
화상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궁금한 점들을 몇 가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에는
같은 팀의 브라이언 라코브스키와 펠릭스 린 두 사람이 함께 동석했습니다.

– 도대체
크롬 앱을 왜 따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뉴욕타임즈앱은 어차피 HTML5로 만들었다는 것 아닌가? 그냥 웹
서비스라면 안 되는 건가?

=
브라이언: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발자들은 개방된 웹표준을 이용해 앱을 만든다.
따라서 그들이 굳이 크롬용 앱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냥 웹서비스를 만들면 되긴 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거나 그래픽을 처리하는 기계적 능력도 갖고 있다.
크롬 OS는 그런 능력도 활용할 수 있는 OS다. 크롬 앱을 만들면 이런 하드웨어적인
성능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모든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보편적
서비스로도 괜찮다면 웹 서비스를 만들면 되고, 웹 앱은 크롬에만 집중해 좀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선택의 문제다. 또 앱이 웹보다 비주얼한 디자인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물론 앞으로 이런 각자의 장점들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이와 함께 오늘 발표된 뉴욕타임즈 크롬 앱을
보면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돈을 받고 앱을 팔 수 있다는
것도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장점이 된다. 웹스토어가 이런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인기도 있다. 오늘 발표했는데 오늘 하루에만 500개 가까운 웹
앱이 올라왔다.

– 크롬의 의미를 좀 설명해 달라. 구글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

=
피차이: 번역같은 기능을 살펴 보자. 당신의 컴퓨터로는 번역 프로그램을 돌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터를 이용하면 당신의 컴퓨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순간 검색이라거나, 구글 고글을 이용한 이미지
검색, 음성 검색 등은 슈퍼컴퓨터에서나 가능한 작업이다. 이런 일을 하는 개별 컴퓨터용
프로그램은 없다. 크롬에서는 훨씬 많은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건 컴퓨터니까.
바꿔 말하면 이제부터는 클라이언트 디바이스의 파워를 얘기하는 일 자체가 의미없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크롬의 의미다.


파트너가 좀 이상하다. 삼성전자와 에이서, 인텔인데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라면 몰라도
PC 시장에서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고, 에이서는 저가 제품 메이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인텔은 아톰칩을 공급한다고 했는데, 아톰은 낮은 퍼포먼스로 악명높은 프로세서다.
도대체 왜 이런 파트너십을 맺었나?

=
피차이: 우리는 그들에게 모든 걸 만들어달라고 한 게 아니라 OEM 업체를 고른 것이다. 우리와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장기적인 협력사를 선택했다고 봐 달라. 크롬OS는 이제 시작단계라서
레퍼런스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우리가 새로 개념을 정립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능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와 에이서는 아주
좋은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텔의 아톰은 기존의 넷북에서는 몰라도 크롬OS를
작동시키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수준의 괜찮은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다. 크롬은 아톰이면 충분히 괜찮은
OS다. 아톰이 나쁘다는 건 동의하기 힘든 견해다.

 

– 크롬
전용 컴퓨터라는 게 꼭 필요한가. 크롬 컴퓨터를 따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
피차이:

(대화
도중 계속 사용하던 노트북을 들어보이며) 이게 바로 오늘 공개한 Cr-48이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컴퓨터다. 이건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험을 줄 것이다. 기존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르다. 크롬을 자동차에 한 번 비교해보자. 크롬OS는 완전히 새로
설계한 새로운 모델의 차량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혁신적인 새 차를 만들어냈는데
이 차를 잘 작동시키려면 휠도, 차축도, 프레임도 다 새로운 소재로 바꾸거나 기존
제품을 개량해야 한다. Cr-48은 그렇게 개량된 차의 구성품인 셈이다. 우리는 이
제품을 만들면서 키보드를 기존 키보드와 달리 새롭게 설계했다. 웹브라우징을 위한 키보드로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이 키보드에는 ‘앞으로’, ‘뒤로’ 등의 키가 있다. 또 크롬 컴퓨터에는
더 이상 드라이버를 설치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일은 우리가 유저를 위해 다 만들어서
제공한다. 쓰기 쉽고, 안전하다.

 

– 크롬
브라우저를 보자. 한국에서 크롬 브라우저의 점유율은 굉장히 낮다. 1% 수준으로
안다. 인터넷익스플로러 기반의 액티브엑스 환경 때문이다. 브라우저가 이런데 크롬OS는
크롬브라우저가 사실상 전부다. 과연 크롬OS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
브라이언: 1%보단 높은데 여전히 한자리 수라는 건 알고 있다. 우리의 기대보다도
한국에서의 사용률이 훨씬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생각해보면 크롬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인터넷익스플로러만 쓰는 한국의 은행 프로그램과 같은 환경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웹개발자들이 중요하다. 이들이 표준 기술을 사용해줘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표준 기술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발자들이
굳이 표준 기술을 배울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사용 비중이
절대적이고, 제도적으로 인터넷익스플로러 외의 다른 기술을 쓰기 불편하도록 하는
장벽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를 이해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쉬운데, 이를 우리의 노력으로 고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나마 요즘 한국에서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가 이런 문제를 조금씩
느끼고 개발자들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나아진 현상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의 사용자는 사실상 선택할
권리가 없다.

= 피차이: 이런
게 문제가 되는 나라는 세계에 단 두 나라다. 중국과 한국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도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이런 현상이 바뀌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메이저 기업들도 점차 등장하는 추세다. 또 인터넷
익스플로러9은 새로운 기술을 가져온다. 따라서 기술 발전도 강제될 가능성이 높다.

– 나쁘다는 건 아니고, Cr-48의
첫 인상이 검정색 맥북처럼 보인다. 어제 넥서스S의 소개 페이지도 마치 아이폰 소개
페이지 같다는 얘기를 미국 언론에서 지적하더라. 난 이게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구글이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쓰고, 마케팅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어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피차이: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애플을 따라한다고? 우리의 2년 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던 당시의 마케팅 캠페인을 떠올려보라. 그 때 우리는 만화로 크롬 소개 영상을
만들었다. 그건 매우 독특하고 참신했던 캠페인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누군가의
카피캣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회사를 따라하지 않는다.

=
브라이언: 우리는 독특함이 특징이다. 그리고 스피드와 독창성을 마케팅 캠페인에서
강조한다. 하나하나의 제품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려고 만들며 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들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끝으로 물어보자. 크롬 컴퓨터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개발도상국 국민들?
나같은 저널리스트?
이걸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는가? 포토샵처럼 사진 편집도
하고, 강력한 동영상 편집도 할 수 있는가?

=
피차이: 크롬은 지금 시작 단계다. 기능이 생각만큼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똑같은 기계라고 해도 지금 존재하는 것보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다. 그게 크롬의 장점이다.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다른 컴퓨터를 쓰게 될 것이다. 포토샵을 쓰는 디자이너에게는 현재로서는 크롬이
적당한 기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 적합한 크롬은 한참 뒤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에 선택을 주려고 한다. 30년 동안 우리는 다른 컴퓨터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크롬은 다른 컴퓨터를 선택할 권리다.


크롬이 겨냥하는 고객층을 물어봤다.

=
피차이: 그런 것 없다. 사용 행태로 보자면, 음, 침대에서 강력한 컴퓨터를 쓰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모든 컴퓨터 사용자들 아닐까? 우리가 겨냥하는 고객층은
모든 사람들이다.= 브라이언: 기대해 달라. 앞으로 새로운 앱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크롬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브라우저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도 일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크롬은 환상적인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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