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지금, 달라진 외국 가는 길

어제 해외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해외출장 한두번 다닌 것도 아니고, 외국 물처음 먹어본 것도 아닌데 이번 출장길엔 참 이것저것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0년 전이 떠올라서였습니다. 저는 1999년 처음으로 혼자서 스페인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전에도 외국에는 가봤지만 가족 패키지 여행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떠나는 어학연수처럼 가이드가 다 도와주는 여행이었습니다. 1999년은 그래서
일종의 모멘텀이었습니다. 값싼 비행기표를 사는 일부터 시작해서 숙소를 잡는 일,
밥 먹고 물을 마시는 일, 기차표를 끊어서 국경을 넘는 일까지 모두.

 

이번 출장은 참 드물게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준비했던 출장이었습니다.
대개는 회사 담당 부서에서, 방문 예정 기관에서 이러저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를 찾아가서 누구를 만날지부터 시작해서 값싼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일, 묵을 숙소를 정하고 이동 동선을 짜는 일까지 모두 직접 다 했습니다. 회사에
부탁해도 되는데 일정이 워낙 막판까지 계속 변했던 탓에 부탁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10년 전 여행 때 이랬더라면 전 스페인에 가는 걸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인터넷 덕분이지요.

 

저는 항공 여행이란 미국만의 것인 줄 알았는데 완전 촌놈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유럽도 이미 거대한 하나의 비행국가(飛行國家)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것도 미국 못잖게 편리한 인터넷 서비스로 무장한 채였죠. 저는
skyscanner.net이라는 웹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 회사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있는 회사입니다. 가능한 모든 날짜의 모든 가격대의 항공권을 출발시간, 가격대,
도착시간, 비행시간 등 다양한 옵션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런던과 파리 같은 대도시
항공망만 고르는 게 아닙니다. 과연 공항이란 게 있을까 싶었던 작은 섬마을행 항공권까지
한국에서 원스톱으로 예약과 결제를 마쳤습니다. 출발 전날 밤 자정의 일입니다.
예전에는 여행사에 찾아가서 일정을 짰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그게 불과
10년 전이죠. 또 현금도 거의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여행 때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아서 현금을 잔뜩 싸들고 가야했습니다. 분실 위험 때문에 현금
대신 여행자수표(Traveller’s Check)라는 것도 꽤 썼죠. 기억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젠 다릅니다. 비자 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는 별로 없습니다. 100~200유로
정도의 비상금 외에는 현금 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10년 전 제게 가장 획기적인 통신서비스는 ‘콜렉트콜’이었습니다. 수신자부담
전화였죠.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국에 전화할 때면 인터넷전화를
통해 국내와 전혀 차이없는 통화료로 전화를 해결합니다. 심지어 ‘페이스타임’은
영상통화인데도 무료죠. 몇 년 전 3세대(3G) 이동통신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자동 음성로밍이 그렇게 편리한 제도였습는데 이제는 현지 선불 SIM(가입자식별)카드를
사서 쓰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 데이터통신도 값싸게 되거든요.
자동로밍 데이터요금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지만 제가 찾아간 나라에서는 데이터통화료가
10유로에 50MB 정도였습니다. 50MB면 큰 데이터만 사용하지 않고 2, 3일 정도 지도나
간단한 메일 확인 정도를 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용량입니다. 다 쓰면 10불짜리
선불카드만 하나 더 사면 되죠. 국가마다 다르지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선불카드를
파는 나라도 꽤 있다고 합니다.(싱가포르 같은…)

 

선불카드와 스마트폰은 여행 안내도 바꿔 놓았습니다. 전에는 길을 찾아야 하니까
공항이나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지도부터 한 장 구해들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와
똑같이 구글 지도와 인터넷 검색이 모든 걸 대신합니다. 예전에는 론리플래닛이라는
여행 가이드를 가는 도시마다 한 권 씩 샀는데, 이번에는 ‘스마트폰 시대’라는 생각에
아이폰용 론리플래닛 가이드 앱을 사봤습니다. 결론적으로 후회했습니다. 론리플래닛
가이드(4.99달러)보다 인터넷의 효용이 훨씬 높았습니다.

 

짬이 날 때 찾아갈 주변 명소는 위키후드(http://www.dawikihood.com/English.html)를
이용하면 되고 지도는 당연히 구글 지도의 압승입니다. 게다가 이번 출장 때에는
유럽 기상이변으로 공항이 폐쇄되고 비행기가 결항하는 등 난리가 났는데, 이런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려면 인터넷만한 게 없습니다. 전통의 론리플래닛이 과연 어떻게 스스로를
바꿔 나갈지 궁금해졌습니다. 또 하나, 집 떠나면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음식점입니다.
론리플래닛의 음식점 추천은 ‘전통적으로’ 별로였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곳을 추천해주지도
않습니다. 이번에는 포스퀘어(http://foursquare.com/)
덕을 많이 봤습니다. 현지인들이 써놓은 팁을 읽다보면 해당 식당의 값은 어느 정도인지,
맛은 어떤지 쉽게 결정이 됩니다. 게다가 걸어서 갈만한 주위의 식당들만 검색되니
더 훌륭하죠.

 

게다가 이건 제가 써본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워드렌즈(http://itunes.apple.com/us/app/word-lens/id383463868?mt=8)라는
아이폰 앱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이폰 카메라로 글씨를 비추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다른 언어로 번역해주는 거죠. 아직은 영어와 스페인어 사이 번역만 된다고 해서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앱입니다.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며 불편했던 시절을 추억합니다. 저도 그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이었죠. 하지만 이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했고, 저도, 아마도 여러분도 그 변화에 너무
쉽게 익숙해지셨을 겁니다. 기술은 마치 자유와도 같아서 한 번 맛 본 뒤에는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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