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싸이월드가 달라진 그 때

시작은 모두 대학생들의 단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하버드 대학생들이 똑똑하기야 하지만, 싸이월드를 만들었던 KAIST 학생들이 딱히 이들보다 덜 똑똑하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죠. 우연히 어느 날 갑자기 주목을 받았고, 한 번 사용에 탄력이 붙으면서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난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 모두 다를 바 없는 역사였습니다. 시기는 약간 달랐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만들어졌고, 페이스북은 2004년에 만들어졌으며, 싸이월드가 이름을 얻기 시작한 건 경쟁서비스였던 프리챌이 유료화 정책을 밝혔던 2002년이었고 페이스북이 이름을 얻게 된 건 2004년 말이었죠. 시기적으로보면 싸이월드가 훨씬 앞서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오늘날의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은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페이스북 서비스가 기업의 전체인 페이스북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500억 달러, 싸이월드를 한 ‘부문’으로 갖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가총액은 약 7600억 원. 달러로 환산하면 7억 달러 좀 못되겠군요.
이런 차이에 대한 분석은 많습니다. 실명제 때문에 싸이월드의 해외진출이 막혔다느니, 한국 사용자만을 위한 우물안 개구리 식 서비스 탓이라느니, 심지어 ‘페이스북은 개방인데 싸이월드는 폐쇄’라는 식의 선언에 가까운 분석까지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전 오히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가 각각 성장과정에서 만난 그들의 파트너에 더 관심이 갑니다.

페이스북의 성공에 이르는 길은 장미꽃잎 뿌려놓은 아름다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오물을 피해야 하고,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가며 덜컹거리면서도 전진해야 하는 거친 황무지에 가까웠죠. 마크 저커버그에게는 페이스북의 아이디어가 자신들의 것이었다는 윈클보스 형제의 소송이 있었고, 친구 에듀아르도 세버린과의 분쟁이 있었으며, 초기 조언자이자 페이스북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던 핵심 인물이었던 숀 파커가 마약 사건 때문에 경찰에 긴급체포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어야 했죠. 회사가 인정받을만큼 충분히 성장한 뒤에도 페이스북은 도무지 프라이버시라는 걸 모른다는 각계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저커버그가 그다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픈 과거들만 꼬집어내 모아 쓴 ‘Accidental Billionaire’라는 책이 영화화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릅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돈은 엄청나게 벌었지만 결코 순탄하게 벌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싸이월드도 그다지 아름답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KAIST 동아리에서 함께 싸이월드를 만들었던 친구들은 결국 끝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에 흩어져 제 갈길을 갑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SNS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별로 없던 시절에 처음 서비스를 만들어낸 이 회사 앞에는 비슷한 형태의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프리챌이란 강력한 경쟁자도 있었습니다. 프리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싸이월드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거대한 선발주자는 싸이월드의 몇몇 기능을 그대로 표절하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리챌이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싸이월드가 반사이익을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싸이월드가 성장할 때가 되자 새 투자자가 필요했고, 결국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어떤 회사였던가요. ‘네츠고’라는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인터넷 연결 사업과(유선통신서비스) 라이코스의 한국 서비스였던 라이코스 코리아(인터넷포털), 그리고 OK캐시백(멤버십마케팅)까지 도무지 서로 어울려보이지 않는 사업들을 짬뽕으로 섞어놓았던 회사였습니다.

두 회사의 운명이 달라진 건 그 이후입니다. 페이스북은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페이팔을 매각한 돈으로 성공적인 벤처캐피탈을 만들어낸 피터 티엘을 만납니다. 숀 파커의 소개였죠. 티엘은 페이스북을 뒤바꿔 놓습니다. 창업자인 저커버그에게는 계속해서 페이스북을 다듬고, 하던 일을 할 것이며, 당장 큰 돈을 가져갈 생각 따위는 꿈도 꾸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티엘은 창업자가 그때까지 잘 하던 일에 계속 집중하도록 도왔죠. 그리고 다른 운영과 관련된 일은 실리콘밸리와 비즈니스에 익숙한 자기가 직접 맡습니다. 그렇게 티엘은 필요한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 기숙사에서 함께 꿈을 나눴던 친구 가운데 사업을 맡았던 에듀아르도 세버린이 쫓겨납니다. 페이스북의 코드를 쓰기 위해서는 마크 저커버그와 그 못잖은 프로그래머였던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세버린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배짱이 필요한 큰 협상의 경험도, 수백명이 넘어가는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도 없는 대학을 막 졸업한 철부지 사업가였고 티엘은 산전수전 다 겪은 실리콘밸리의 공격적인 벤처캐피탈리스트였으니까요. 저커버그는 여전히 하버드 기숙사처럼 생긴, 하지만 부동산 가격과 건물 설비만은 최고 수준인 새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코드를 짭니다. 티엘의 원칙은 하나였죠. “CEO가 봉급을 적게 가져가는 회사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창업자가 한 눈을 팔지 않게 하는 조력자이자, 필요한 인력을 소개해주는 조언자, 그리고 필요할 때면 기꺼이 비난을 뒤집어쓰며 구조조정의 악역을 맡는 큰 형 역할을 맡습니다. 결국 티엘의 투자는 더 큰 투자자를 불러들여 페이스북을 새로운 단계로 성장시키고, 이제 골드만 삭스까지 달려들어 페이스북에 500억 달러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싸이월드는 어땠을까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인수와 함께 ‘대박’을 터뜨립니다. 싸이월드는 크게 성공했고, 거의 모든 한국인이 쓰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창업자를 비롯한 초기 멤버는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 자리는 SK텔레콤에서 온 사람들로 대체되거나 외부 기업에서 스카웃한 사람들로 바뀌어갑니다. 회사의 핵심역량은 커뮤니티라고 표현하든, 네트워크라고 표현하든 간에 관계없이 ‘Social’이었음에 분명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싸이월드를 운영하던 SK텔레콤 출신의 자칭 ‘전문가’들은(싸이월드 개발 당시 코드 한 줄 쓰지 않았던) 소셜은 던져버리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본령은 검색”이라며 난데없이 검색회사를 인수합니다. 배가 산으로 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산으로 가는 투자를 한 사람이 책임지고 회사의 전략을 실행해나가도 될까말까한 위기 상황 앞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사령탑도 교체됩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벤처투자의 기본은 뭘까요? 사람들마다 다르게 얘기하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이런 얘기를 합니다. 1. 종잣돈 투자 2. 올바른 고용에 대한 조언 3. 벤처캐피탈의 네트워크를 통한 고객 소개 4. 벤처캐피탈 자체의 명성을 통한 신용 제공. 피터 티엘은 돈이 없어 성장의 문턱에 멈춰 있던 페이스북에게 50만 달러의 종잣돈을 댔고, 직접 믿을만한 사람들을 소개해 회사의 경영을 안정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페이스북에 투자할 제2의 투자자를 찾아줬고, 무엇보다 자신이 투자한다는 점을 내세워 다른 투자자들을 안심시켜 줬습니다. 반면 SK커뮤니케이션즈는 돈은 댔지만 회사를 흡수해버린 셈이라 핵심 역량이라 할만한 초기멤버를 유지하는데 실패했죠. 티엘은 마크 저커버그가 비싼 사무실을 하버드 기숙사처럼 만들어놓고 사는 데 찬성했지만 SK커뮤니케이션즈 사람들은 싸이월드 사람들에게 대기업 문화를 가르쳤습니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는 훌륭한 조언자가 될 사람을 소개해주는 대신 점령군처럼 ‘본사’에서 내려온 사람들로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제2의 투자자나 훌륭한 고객을 소개하는 대신 싸이월드의 잘 나가던 모델을 안 나가던 SK식 서비스에 강제로 덧붙이기에 급급했습니다.

제가 조금 과장해서 얘기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좋은 투자자의 시의적절한 조언은 작은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회사가 되도록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입니다. 싸이월드의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아쉬워지는 건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이런 좋은 조언자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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