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버블의 시대가 온 걸까요?

페이스북이 500억 달러의 평가를 받게 되고, 징가와 그루폰 등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기 시작하자 솔솔 ‘제2의 닷컴버블’ 얘기가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저런 벤처기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고, 이른바 ‘소셜커머스’를 표방한 벤처기업들을 위시해 이러저런 성공 사례도 들리는 중이기 때문이죠. 이럴 때면 늘 지금 상황이 버블인지 아닌지 논쟁이 벌어집니다.
국내에 ‘구글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The Search의 저자 존 바텔은 지금은 버블의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논리적이라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선 버블의 ‘원흉’으로 꼽히는(마치 지난날의 야후처럼) 페이스북, 그루폰, 징가 등은 이미 수억 달러의 매출과 적지 않은 이익을 내는 회사입니다. 게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실적이 있는데 거품으로 몰아붙이는 건 틀렸다는 겁니다. 또, 시장도 변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은 공짜’라고 생각했던 10년 전과는 달리 이제 인터넷은 다양한 수익모델과 유료모델을 갖추고 있고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거죠. 게다가 이제 사람들은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인터넷 사업모델에 다시 믿음을 보낼만큼 충분히 기다리면서 이 산업을 검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페이스북 이전에도 성공모델은 많았습니다. 소셜네트워크의 ‘원조’라 할만한 프렌드스터가 있었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페이스북에 앞서 거뒀던 마이스페이스도 있습니다. 프렌드스터는 확장해야 할 시기에 서버 문제로 흔들리다 마이스페이스에게 추월당했고, 마이스페이스는 유행이 지나면서 페이스북에게 밀렸습니다. 페이스북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있을까요? 페이스북이란 플랫폼 덕에 성장하는 징가의 경우는 더 큰 문제입니다. 새로운 소셜네트워크가 페이스북처럼 징가에게 친화적인 플랫폼이 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그루폰은 또 어떻고요. 지역기반 공동구매라는 사업모델은 현재까지는 잘 먹히고 있지만, 사실 수많은 벤처가 최근 비슷한 모델을 들고 나옵니다. 오히려 작은 지역에서 지역밀착형으로 움직이기에는 그루폰보다 이들이 더 경쟁력이 있을지도 모르죠.

개인적으로는 버블이 와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버블은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블이라는 현상은 자산이 ‘제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자산에 버블이 끼기 시작하면 낙관적인 사고의 혁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죠. 고평가된 자산을 이 낙관적인 혁신가들이 제 값으로 생각하는 한, 이들은 투자를 늘려 더 높은 부를 원하게 마련입니다. 낙관론자를 움직이는 건 보수적 전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니까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자산 가치에 거품이 끼기 시작하면 기업가들은 생산시설을 대형화합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투자를 늘리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고정비도 줄어듭니다. 이는 비용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즉 공격적인 신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와 단위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고정비 지출 감소는 결국 비약적인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시기에서는 이런 식의 도약은 쉽게 일어나지 않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보죠. 싸이월드와 프렌드스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이 모두 베꼈던 서비스가 하나 있습니다. ‘식스디그리즈’라는 미국의 SNS였죠. 1990년대 말에 미국에서 등장했지만 당시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서 네트워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더 발전된 한국에서 싸이월드가 그 아이디어를 차용해 대박을 냈고, 이후 미국에서 차례대로 프렌드스터와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이 인기를 얻게 되죠. 식스디그리즈는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좋게 말하면 시대를 앞서가는 서비스였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쓰지도 않을 서비스였습니다. 과잉투자였던 셈이죠. 하지만 이렇게 시대를 앞서가 훗날의 거름이 될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버블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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