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Stay Hungry, Stay Foolish”

아주 적은 분들이 아시고, 대부분의 분들은 모르시지만 저는 ‘스티브 잡스’라는 책의 저자입니다. 비록 포켓판의 작은 책이지만 굉장히 즐겁게 썼던 기억 때문에 스스로 자랑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좀 심란합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도 그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책을 쓴 저 스스로도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했던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리고 이제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고 치료를 위해 회사를 떠나면서 사람들은 그가 다시 회사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지금 막 회사를 떠난 스티브 잡스에 대한 기사를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와는 다른 개인적인 느낌을 써볼까 하다가 여기 그냥 제 책의 마지막 챕터를 그대로 옮깁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Stay Hungry, Stay Foolish’였습니다. 출판사에선 이렇게 책의 일부를 전재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병마와 싸우러 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을 생각하면서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께서도 한 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죽음에 대한 고민은 늘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우리를 겸허해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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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Stay Hungry, Stay Foolish

그 때 난 정말 심하게 쫓기고 있었지. 내 마음은 매듭으로 묶은 듯 꼬여 있었고, 그저 했던 생각을 계속 되새김질하듯 반복하고 있었어. 하지만 언젠가는 말이야, 더 이상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인생에는 좋은 일이 몹시 많은데도, 나는 그 모든 걸 다 무시하며 살아왔지. 이제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언젠가는 말이야, 더 이상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 밥 딜런, ‘언젠가는'(Someday, Baby)

2004년의 스티브는 인생의 절정에 있었어야 했다. 애플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픽사 또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애플의 컴퓨터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았지만,(약 98:2의 비율)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은 해마다 20% 이상 성장했다. 2004년 1월의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자동차 시장에서 BMW, 벤츠, 포르쉐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높다”며 “애플이 BMW나 벤츠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자신했다.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Inside Steve’s Brain)의 저자 린더 카니는 “애플은 중산층과 최상류층의 시장을 겨냥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마진율인 약 25%를 누리고 있다. 델의 마진율은 약 6.5%에 불과하며, HP는 그보다 훨씬 낮아서 5%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스티브가 넥스트를 세울 때 꿈꿨던 ‘컴퓨터 산업의 포르쉐’가 됐다.

하지만 2004년은 스티브가 자랑하는 강인한 의지로도 헤쳐 나갈 수 없는 재앙이 닥친 해였다. 인생의 절정에서 그를 덮친 것은 병마였다. 8월 1일 스티브는 지인들과 애플의 직원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낸다.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으며, 지난주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내용이었다. 췌장암은 발병 후 1년 만에 사망할 확률이 높은 매우 치명적인 암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스티브가 걸린 췌장암은 치료가 가능한 암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티브는 9월부터 다시 애플 회의에 참석한다.

수술의 경과는 좋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iCon 스티브 잡스’의 저자인 제프리 영과 윌리엄 사이먼은 종양전문의의 말을 빌려 암울한 결론을 소개한다. 췌장암을 조기 진단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다고 해도 “환자의 50퍼센트는 5년 밖에 생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4년이 지난 2008년 6월, 3세대(3G) 이동통신을 이용한 새로운 아이폰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3G 아이폰의 마무리 작업으로 과로를 해 살이 빠진 것”이라 해명했다. 2008년 이뤄진 애플의 공식행사에는 스티브 외에도 유난히 애플의 고위 간부들이 많이 등장했다. 스티브의 연설 중간 중간에 디자인 담당 부사장 조너던 아이브, 마케팅 담당 부사장 필립 쉴러, COO 팀 쿡, 아이폰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 스콧 포스톨 등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언론은 이것이 ‘포스트(post) 스티브 잡스 시대’를 준비하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08년 말, 애플은 맥월드 컨퍼런스 불참을 선언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매년 맥월드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맡아온 스티브 잡스의 거취였다. 애플이 참석하는 마지막 맥월드 컨퍼런스인 2009년 1월의 기조연설조차 스티브가 아닌 마케팅 담당 부사장 필립 쉴러가 맡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2008년의 스티브는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북한의 김정일을 제외한다면, 개인의 건강 문제로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명사였다. 스티브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내 죽음에 대한 소문이 심각하게 과장돼 있다”고 했고, 2009년 1월에는 애플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체중감소는 호르몬 이상에 따른 것”이라며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이 때는 제프리 영과 윌리엄 사이먼이 암울하게 예고했던 5년이라는 시간이 다가오는 때이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도 영원불멸하지 못하다. 죽음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우리가 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오늘을 죽음조차 경배할 만큼 강인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그런 삶이란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우리에게 보여준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2005년 12월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를 통해서였다.

스티브 잡스는 비록 내일 죽는다 해도, 또는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의 삶이 지금 현재의 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사람이다. 그의 삶은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시작돼 특별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삶 사이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포르쉐 자동차를 사랑하게 된 것 정도를 제외한다면, 스티브는 한결같이 검은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팰로앨토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 그에게는 다른 보상이 필요 없었다. 그의 삶 자체가 그에게는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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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발췌 ― 죽음에 대한 부분

약 1년 전, 저는 암(癌)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30분에 스캔을 받았는데 췌장에 혹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췌장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의사는 제게 췌장암은 치료가 불가능하며, 남은 날은 3~6개월에 불과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삶을 정리하라는 충고를 해주더군요.

하루 종일 저는 이 진단만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 내시경 검사로 혹의 조직을 약간 떼어내고 얼마 지나자 아내가 다가왔습니다. 제 아내는 기뻐하며 의사들이 제 췌장암이 수술 가능한 매우 드문 종류의 암이라고 하더라고 말해줬습니다. 저는 수술을 받았고, 이젠 괜찮습니다. 이것이 제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경험입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저는 여러분께 아마도 죽음에 대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 사람들조차 천국에 가기 위해 죽겠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이란 우리 모두가 도달하게 돼 있는 종착역입니다.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죽음은 또한 삶이 고안해 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변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여러분이 바로 새로운 존재들이지만 점차 여러분도 나이를 먹고 사라져가게 될 것입니다. 너무 단적으로 얘기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시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에 갇혀서도 안 됩니다. 도그마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놓은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여러분의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가로막는 잡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심장과 직관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시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심장과 직관이야말로 여러분이 원하고, 여러분이 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모습을 얘기해 줍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일 뿐이죠.

제가 젊었을 때, ‘온 세상 카탈로그’(The Whole Earth Catalog)라는 멋진 책이 있었습니다. 우리 세대에겐 일종의 바이블이었죠.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멘로 파크라는 곳에 사는 스튜어트 브랜드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매우 시적인 감각으로 인생의 갖은 이야기를 책에 담아냈습니다. 이 책은 개인용 컴퓨터나 탁상출판 같은 것이 등장하기도 전인 1960년대에 타자기와 가위,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용해 출판된 책이었어요. 그러니까 구글이 등장하기 35년 전에 출판된 ‘문고판 구글’이었던 셈이죠.

스튜어트와 그의 팀은 이 책의 판본을 여러 개 냈는데, 1970년대 중반, 제가 여러분 나이였던 시절에 최종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최종판의 맨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 시골길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면 아마도 그 길을 통해 히치하이크를 떠나고 싶어질 법한 풍경이었죠. 그 사진 아래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늘 배고픈 상태로, 늘 어리석은 상태로 머무르라.”(Stay Hungry. Stay Foolish.) 최종판을 펴낸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였죠. 늘 배고픈 상태로, 늘 어리석은 상태로 머무르라는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저는 늘 제 마음 속에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학을 졸업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그 메시지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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