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게임: 노벨평화상 수상하기

1986년 타히토 사가 만든 히트게임 버블보블의 목표는 주인공 ‘버블’과 ‘보블’이 빼앗긴 여자친구를 되찾는 겁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고,(각 판을 깨야 하고) 중요한 아이템을 얻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버블과 보블이 되어 100개의 스테이지를 즐기지만 그 과정은 지루하지도 않고 여자친구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게임이니까요. 실패해도 괜찮고,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며, ‘결국은 100판을 깨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제인 맥고니걸은 인생을 게임처럼 바라봅니다. 그녀의 인생의 목표는 2023년까지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것이죠. 이집트의 민주화를 앞당기겠다거나,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기아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녀는 ‘게임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녀는 다음 단계에 도전하기 위해 판을 깨듯 새로운 성취(Achievement)를 풀어냅니다.(Unlock) 예를 들어 게임에서 보너스 스테이지로 가려면 적을 30초 내에 모두 무찔러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만족시키면 보너스스테이지의 자물쇠가 풀리는 방식이죠. 그녀가 이렇게 게임을 즐기듯 이뤄낸 일들은 별 스트레스 없이 이룬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룬 건 아니었습니다. 맥고니걸은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의 ‘세계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20명의 여성’으로 꼽혔고, 비즈니스위크의 ‘눈여겨봐야 할 10명의 혁신가’로 선정됐으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혁신적인 20개의 아이디어’로 지목됐습니다. 이외에도 마치 배지를 모으듯 거둬 들인 이런 식의 성취는 하나둘이 아닙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게임처럼 디자인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게임도 디자인합니다.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협력과 배려를 익힐 수 있다는 거죠. 뉴욕타임즈 Bits 블로그에 마침 그녀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지만 게임에 관한 얘기가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게임이란 유익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지만 그녀 주위 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다른 이들은 게임이란 시간낭비에 사람을 게으르고 아무 생각없는 반사회적 존재로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맥고니걸에게 게임은 사회적 관계의 확장이며 깊이있는 이야기를 즐기게 해주는 예술 작품이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과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을 반사회적이라고 부른다거나, 소설책을 읽는 사람을 생각없는 사람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 유독 게임만 그런 취급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이런 생각을 한 뒤 게임을 다시 바라볼 때, 게임은 좋은 교육 수단이 됩니다. 실제로 맥고니걸은 교육에 게임을 사용합니다. 어린이들이 학업을 성취(Achievement)하는데 있어서도, 어른들이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때에도 게임이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런 식의 교육을 연구하는 Institute of Play라는 곳의 멤버인데 이 곳은 예전에 게임 시리즈를 쓰면서 알게 됐던 피터 리(@mice3nyc_peter)님도 함께 일했던 곳이죠. 이 분께서도 지금 한국에서 ‘놀공발전소’라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성균관대 교수님이기도 하시죠. 리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게임이 어떻게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답은 이랬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실패란 금전적 손실이나 명예의 실추, 때로는 목숨까지 위협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선 아니죠. 그냥 툴툴 털고 다시 해보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습법은 ‘트라이얼 앤 에러'(trial & error)거든요. 하지만 게임 이전에는 그런 식의 학습을 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습니다. 그러다 정말 죽거나 재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시대는 이미 게임을 이용해서 비행기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사격 연습을 하는 시대입니다. 공부도 게임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끝으로 아마존의 서평란에 맥고니걸이 직접 올린 ‘게이머를 위한 다섯 가지 충고‘를 옮겨봅니다. 게임의 순기능을 더 늘리고 게임의 폐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1. 일주일에 21시간 이상은 게임하지 말 것: 하루 세시간을 넘어가면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합니다. 주당 40시간 이상을 쓰면 사실상 어떠한 효용도 없으며 육체와 정신에 해만 된다네요.
  2. 현실의 진짜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게임할 것: 혼자서 또는 온라인으로만 아는 사람들과 게임을 할 때와는 달리 실제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 실제 생활도 더 사회적으로 만들고 친구 관계와 가족 사이의 애정도 높인다고 합니다. 적어도 절반은 아는 사람들과!
  3. 실제 친구 또는 가족들과 팀을 이뤄 온라인으로만 아는 사람들과 경쟁해 승리할 것: 이건 엄청난 성취감을 주고 동료의식을 고취시키며 유대감을 높여줍니다. 행복한 경험이죠!
  4. 경쟁하는 게임보다는 협동하는 게임이 더 좋다: 서로 겨루는 게임보다는 서로 협조해 목표를 이루는 게임이 우정과 애정을 더 높여줍니다. 또 실제 생활에서의 역할 분담이나 희생, 배려 등의 가치에도 도움이 된다는거죠.
  5. 창의적인 게임은 뚜렷한 장점이 있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지어올리는 게이머라거나 기타히어로를 위해 기꺼이 작곡에 나서는 게이머 등은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죠. 당연히 다른 게임보다 훨씬 긍정적입니다. 맥고니걸은 좀 더 나가보고 싶다면 아예 게임을 만들어 보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녀는 게임 디자이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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