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와 넥서스S, 뭔가 놓치고 있는 것.

자,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만세. 소비자의 승리입니다. 또 다른 소식, KT가 SK텔레콤과 동시에 넥서스S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만세. 역시 소비자의 승리? 과연 그런가요?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KT도 아이폰4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들에게서 아이폰을 사야할까요? 그저 애플 매장에 가서 아이폰4를 사서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한 USIM 카드를 여기에 끼워서 아이폰을 쓰면 안 되는 걸까요? 매월 쓰지도 않는 요금을 꼬박꼬박 내는 대신 선불카드를 사서 저렴하게 쓰면 안되는 걸까요? 통신사들은 “그러면 단말기 값이 올라간다”고 주장합니다. 자기들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휴대전화를 대량 구입해 크게 할인받는다는 것이죠. 또 보조금도 줘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석채 KT 회장 본인이 “단말기 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합니다. 제조업체가 통신사의 ‘보조금 공동 지급’ 요청을 고려해 출고가 자체를 비싸게 높여 부르고는 여기서 할인하는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죠. 중국에서 만든 안드로이드폰 가운데에는 통신사와의 2년 계약 같은 것 없이 1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도 있습니다. 품질 차이야 있겠지만, 그것도 엄연한 스마트폰입니다. 한국에선 그런 제품은 아예 볼 수도 없습니다. 통신사가 질색하니까요. 10만 원 짜리 스마트폰을 사서 통신사와 계약같은 것 없이 한 달에 데이터통화료만 2만 원 쯤 내고 인터넷 전화를 실컷 할 수 있다면, 그게 소비자의 승리 아닐까요? 오히려 KT만 아이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듯 경쟁이 격화되는 게 더 나은 건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애플은 조만간 선불요금 사용자를 위한 저렴한 가격의 아이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팀 쿡 COO도 “아이폰은 부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죠. 그런데 경쟁이 없는 한국 시장에, 그것도 통신사가 모든 단말기를 100% 사들인 뒤 이를 재판매하는 것만 구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 이런 선불 아이폰이 들어올 수 있을까요? KT도, SK텔레콤도 이런 시장이 한국에 생겨나는 걸 원하지 않을겁니다. 게다가 어차피 이제 두 회사가 똑같은 단말기를 갖고 경쟁하게 된(또는 실질적으로 담합하게 된) 상황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단말기가 널리 팔리는 상황이 즐거울까요?

그런 점에서 넥서스S가 양사에서 동시 발매되는 것에도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또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해야겠지요.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를 레퍼런스폰이라면서 통신사 계약없이 판매했지만, 한국에선 그렇게 팔리는 넥서스S라는 건 아예 존재하질 않을 겁니다. 삼성전자 매장에서 ‘옙’ MP3플레이어를 들고오듯 넥서스S도 용산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아’ 40만 원 정도에 기계만 사다가 그동안 쓰던 휴대전화의 USIM카드를 꽂아 쓸 수는 없는 걸까요? 애초에 그게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만들면서 내세웠던 가치인데 어느 순간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비자의 승리라니요. 이제는 구글마저 우리를 계약에 묶어놓기 시작했군요.

통신사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 돈 7조5000억 원 가운데 7조 원 정도는 우리의 단말기 보조금과 우리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로 쓰였습니다. 한 해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는 2000만 대에 이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한 대 당 35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아, 참고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 평균 판매가격(ASP)은 100~150달러 사이입니다. 20만 원이 넘지 않죠.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단말기만 팔리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저 돈은 모두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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