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오브맥과 블로터닷넷

구글이 ‘콘텐츠 농장'(Content Farms)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콘텐츠, 또는 스크랩해 복제한(‘펌질’한) 콘텐츠를 잔뜩 올려놓아 검색엔진에 걸리는 것만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매체를 걸러보겠다는 계획입니다. 검색엔진이 이런 매체의 중요도를 낮게 판단해 언론사나 수준 높은 블로그 등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거죠.
그런데 대부분의 일들이 늘 그렇듯, 이 새롭고 야심찬 시도도 처음에는 삐그덕거린 모양입니다. 애플 관련 소식을 전하는 컬트오브맥 사이트의 검색 순위가 구글의 새 알고리듬 도입과 함께 크게 떨어졌다는군요. 관련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주요 뉴스 매체로 다뤄지던 ‘구글 뉴스’에서도 순위가 확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말을 넘긴 뒤 출근해보니 트래픽의 절반이 날아가 버린 걸 본 이 사이트의 편집장 리앤더 카니는 “우리는 구글과 콘텐츠 팜 사이의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 희생자”라고 주장합니다. 다행히 문제는 금세 해결된 모양입니다. 구글이 계속 알고리듬을 점검하면서 컬트오브맥의 우선도를 다시 높여서 반영해 줬다는군요.

눈길을 끌었던 건 컬트오브맥과 구글 사이의 갈등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리앤더 카니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카니는 ‘컬트 오브 아이팟’, ‘Inside Steve’s Brain’ 등 애플 관련 베스트셀러의 저자입니다. 글도 잘 쓰고, 유머러스하며 애플에 대한 애정과 깊은 식견이 있죠. 하지만 그래봐야 겨우 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이 아무리 팔려봐야 백만장자가 될리도 없고요. 그래서 그가 만든 게 이 사이트, 컬트오브맥이었던 모양입니다. 구글 검색결과에서 밀려나 트래픽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로 신경질이 났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이 사이트를 성공적인 사이트로 만들려고 밤낮없이 일했으니까요. 컬트오브맥은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소규모 사업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스타트업이죠. 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아주 재능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렸고, 이들 가운데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입니다. 우리는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쥐꼬리만한 예산의 압박 속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겨우 터널 끝의 빛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불확실성이라는 어려움과 싸워 왔죠. 이제야 겨우 우리 사이트는 우리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퇴보라니요. 혹시 누가 래리(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핸드폰 번호 아는 분 없으세요?

컬트오브맥은 결국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게 될 겁니다. 이 사이트를 사랑하는 독자로서의 저 개인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사이트의 운영 방식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콘텐츠 업체의 몰락에 대해 듣는 데 익숙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신문업계는 단골 동네북이었고, 음반 제작업체나 영화사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종이책을 펴내는 출판사들마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죠.

그 한편으로 컬트오브맥과 같은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휘청거리지 않습니다. 다른 많은 역동적인 테크 스타트업처럼 이들도 고생을 거쳐 성공의 열매를 수확합니다. 한국의 사례도 생각납니다. 블로터닷넷이라는 회사 얘기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가끔 이 회사 분들을 마주치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불과 다섯 명이었다는군요. 그나마 풀타임 기자는 셋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쓰는 글의 수준은 수십 명이 일하는 회사보다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애초에 ‘원하는 글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사업이니까요. 이들도 5년 정도 터널을 뚫은 뒤 이제야 빛을 본 상태라는 점에서 컬트오브맥과 비슷합니다. 컬트오브맥의 성공을 구글이 만들어줬다면 이들의 성공은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만들어준 것도 재미있는 공통점이고요.

이런 식의 회사는 아마도 ‘콘텐츠 스타트업’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의 특징은 우선 극단적으로 적은 비용입니다. 클라우드컴퓨팅의 활성화는 이들에게 전산 자원에 대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줄여줬습니다. 블로그라는 강력한 콘텐츠 발행 및 전송 도구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인쇄 및 배달 시스템 없이도 콘텐츠업의 필수인 구독 모델을 유지하도록 도와줬고요. 역시 운영비용이 꾸준히 들어가는 광고영업 또한 구글이 상당 부분을 ‘무료로’ 처리해준 덕분에 부담을 덜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전자책이 활성화된다면 애플이나 구글의 구독 시스템이 추가 수입을 가져다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런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큽니다. 그래서 구독시스템 이용 수수료를 10%를 내느냐, 30%를 내느냐, 구독자 정보를 직접 관리하느냐, 대행을 맡기느냐로 왈가왈부하는데 정력을 쏟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매출의 90% 또는 이를 초과할지도 모를 막대한 추가 비용을 합리적으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저렴하고 편한 도구가 잔뜩 생겨난 것입니다.


이 그래프를 한 번 보시죠. 해당 회사의 직원 1인이 커버하는 독자의 수입니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만든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커버 독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즈를 훨씬 능가합니다. 물론 인터넷에서의 얘기지만, 점점 많은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합니다. 위기 정도가 아니라 눈 앞에서 산사태가 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물론 메인스트림 미디어도 이런 스타트업들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AllthingsD‘는 2007년 만들어진 월스트리트저널의 작은 미디어입니다. 스타 기자인 카라 스위셔와 월트 모스버그가 편집장으로 독립된 스타트업처럼 운영합니다. 사실 특별한 얘기는 아닙니다. 이런 식의 스핀아웃은 과거에도 언론사에서 흔히 있었던 일입니다. 많은 전문 미디어 기업이 이런 과정으로 탄생하기도 했고요.

콘텐츠 업계가 계속 급변한다고 합니다. 기존의 미디어들은 위기라고도 하죠. 하지만 변화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건 시장의 부침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으며 검증된 금언입니다.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만이 미래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런 작은 성공의 사례를 통해 큰 기업들도 뭔가 새로운 법칙을 학습하게 될테고, 새로운 변화를 먼저 받아들인 기업들은 다른 성공의 사례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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