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가 하고 싶어요

취재 때문에 다양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써보게 됩니다. 특히 신모델이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애플 제품과는 달리 제조사도 많고 신제품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안드로이드OS 관련 기기는 정말 많이 써보게 되죠. 그때마다 늘 똑같은 일을 하게 됩니다. 첫째가 제 구글 계정을 새 안드로이드폰에 동기화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제 아이폰에서 쓰던 앱들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찾아서 설치하는 일입니다. 포스퀘어나 트위터, 에버노트, 엔도몬도, 사운드하운드, 네이버나 다음 앱 등은 스마트폰 OS에 관계없이 양쪽으로 나와 있으니 iOS와 거의 흡사한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쓰면서 차이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앱 가운데 정말 자주 쓰는 또 다른 앱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앵그리버드’입니다. 앵그리버드는 핀란드의 작은 게임회사 로비오(Rovio)가 만든 스마트폰 게임입니다. 새총에 새를 날려 돼지를 잡는(!) 게임인데 묘한 재미가 있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고, 수많은 밤을 지새게 만들었던 게임이죠. 지금까지 다운로드된 횟수가 7500만 건이 넘었을 정도로 인기있는 게임입니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유료로 판매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무료입니다. 광고를 봐야하지만 가격 부담이 전혀 없어서 기쁜 마음으로 설치해 사용하곤 했습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팔리는 안드로이드폰에는 안드로이드마켓은 있지만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는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앵그리버드는 아예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게임 사전심의 제도 때문입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애플 계정을 두 개씩 갖고 있습니다. 국내 계정과 해외 계정이죠. 안드로이드폰에도 이런 식의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마이마켓’이라는 ‘앱스토어 앱'(이 이상한 표현…)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이용 통신사를 해외 통신사(국내 통신사를 이용하면서도)로 설정하고서는 앵그리버드를 이 앱스토어에서 검색해 내려받는 번거로운 일을 해왔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저도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리뷰용 스마트폰에 앵그리버드를 설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난해 ‘갤럭시탭’이 처음 나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무료로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앵그리버드를 7인치 화면에서 하면서 신나했었죠. 이 게임은 화면이 클수록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길조차 막혔습니다.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마이마켓’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마이마켓을 내려받을 수 없으니 새 안드로이드폰에서 앵그리버드를 내려받을 길도 함께 막혔습니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apk’를 직접 내려받는 방법이 검색됐습니다. 앱 실행파일을 바로 다운로드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스마트폰’을 스마트하지 않게 쓰는 번거롭고 불편한 방식이죠. 파일을 찾아내서 컴퓨터로 내려받은 뒤 e메일로 첨부해 보내고는 그걸 안드로이드폰에서 열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고 앱스토어를 만든 것인데 자연스레 구식 스마트폰인 ‘윈도모바일’ 시절로 퇴보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보안입니다. apk를 직접 내려받아 쓰는게 일반화되고,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도 쉽게 스마트폰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셈이죠.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은 심의나 검수 과정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발견된 앱도 남겨둘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구글은 사후에 삭제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개입을 하면서 안드로이드마켓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apk를 통한 직접설치 방식은 이런 사후 조치의 가능성마저도 없애버립니다. 이에 더해 저작권 문제도 생깁니다. apk 형태로 파일을 유통시키다보면 저작권이 있는 유료앱이 불법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지니까요.

저는 결국 앵그리버드를 포기했습니다. 게임 한 번 하겠다고 불편해지거나, 위험해지기는 싫었거든요. 저만이 아닌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앵그리버드는 곧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 극장에 영화가 걸릴 예정입니다. 앵그리버드의 새와 돼지 캐릭터를 주제로 한 인형들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갑니다. 이 정도로 인기를 끈 게임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슈퍼마리오 이후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다 남들의 얘기입니다. 게임은 ‘마약’이라면서 한국을 게임 따위가 발도 못 붙일 나라로 만들겠다는 기세로 두 눈을 부라리는 구태의연한 사람들과 이 기회에 권력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보겠다고 맘 먹은 일부 무능한 공무원들, 이 기회에 이름 알려 학부모 표 좀 얻어보겠다는 기회주의적인 일부 국회의원들 탓에 500만 명이 넘는 국내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반쪽짜리 앱스토어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안 환경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앱 개발자들은 불법복제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점점 퍼져 나가는 걸 바라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코리아 분들은 어떻게 앵그리버드를 즐기는지 물어봤습니다. “앵그리버드가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가끔 천사가 강림하듯 천국의 문이 열릴 때가 있어요. 그 때 전화드릴게요.” 아, 속이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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