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에서 글쓰기, Compositions+StoryMill

세상에 글쓰기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모두가 쓰지만 너무 비싸서 직접 내 돈 주고 쓰지는 않는 MS워드가 있고, 대부분의 한국인이 쓸 줄 알지만,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람 찾기가 국가유공자 찾기보다 더 어려운 아래아한글도 있습니다. 공짜라는 장점으로 쓰기는 쓰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싼 게 비지떡’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글 문서도구도 있고, ‘저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쓰는 이유는 최악의 호환성으로 문서보안을 지키기 위해서일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삼성그룹의 훈민정음도 있군요.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그저 글이나 쓰면 좋겠는데, 아래아한글은 호환성이 떨어져서 이걸 쓰고 있으면 나홀로 왕따가 되는 느낌이고, MS워드는 도대체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는 기능만 작년에 갔던 각설이가 되돌아오듯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돈만 새로 뜯어갑니다. 이럴 때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금 공무원처럼 여겨집니다. 맥을 쓰기 시작한 뒤로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아래아한글은 맥에서 아예 돌아가질 않고(한컴에서 뷰어 프로그램을 만든 게 한달도 채 안 된 최근의 일입니다.) 맥용 MS워드가 있긴 한데, 이상하게 PC용 워드와는 달리 한글 문서를 만들면 같은 프로그램인데도 제대로 규격이 유지가 안 되는 겁니다. 게다가 이 모든 프로그램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문서를 만들면 서로 호환이 되면서 한 곳에서 하던 작업을 다른 곳에서도 이어가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한 것이죠.

애플은 이럴 때 말합니다. 애플 소프트웨어를 쓰라고. 그래서 ‘페이지'(Pages)라는 애플이 만든 워드프로세서를 써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실망입니다. 맥에서의 페이지는 자동저장 옵션을 외부 플러그인을 통해 줘야 하고, 한/영 자동전환도 형편없습니다. 게다가 기본 양식이라고 들어있는 게 죄다 미국식 문서양식 뿐입니다. 한글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페이지를 쓰라는 건 마치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한국 가수 지망생에게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상을 받아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페이지는 애플이 만든 소프트웨어이고 동시에 아이패드앱으로도 나와 있는 주제에(심지어 저는 맥용, 아이패드용을 모두 사기도 했습니다) 맥과 아이패드 사이의 동기화 기능은 정말 형편이 없습니다. 아이튠즈에 아이패드를 꽂고, 동기화할 파일을 왔다갔다하면서 번갈아 저장하다보면 이들이 ‘동기화(sync)’라는 개념을 알기는 하는걸까 싶어집니다. 너무 맘에 안 들어서 과연 이게 애플이 만든 것 맞나 싶을 정도죠.

좀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이러저런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칭찬하는 Plain Text라는 앱을 받아봤습니다. 이 앱은 드롭박스에 문서를 저장해준다고 합니다. 드롭박스를 이용하면 저장장치를 클라우드 서버의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작업을 마치면 그 상태 그대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오가면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PC에선 별 문제가 없다는데, 유독 맥에서는 글을 쓰려면 한글이 제대로 저장이 되질 않습니다. 인코딩 방식에 차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제작사가 한글 인코딩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겠죠.

다음에 택한 방식이 구글 문서도구였습니다. 최근 모바일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글쓰기가 자유로워진 덕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글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복잡하고, 느리고, 데스크톱에서 쓰던 느낌 그대로 ‘싼 게 비지떡’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글 문서도구는 좀 더 단순하고 빨라지거나, 아니면 그냥 돈을 받고 복잡하더라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전에는 저작도구라기보다는 그냥 뷰어로서의 역할 밖에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맥용 앱스토어를 뒤지던 중 ‘컴포지션(Compositions)’이란 앱을 알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우선 맥용 컴포지션 소프트웨어는 무료입니다. 기능은 돈을 받기 민망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긴 합니다. PC의 메모장이라고 할까요? 그저 단순 텍스트 편집기일 뿐입니다. 대신 폰트가 큼직하고, 드롭박스 폴더에 저장해 ‘동기화’하는 기능도 완벽합니다. 보기 편하고, 단순하며, 굉장히 빠르고 가벼운데다, 동기화까지 완벽하며 사용법을 따로 익힐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도 함께 나와 있어서 함께 사서 써봤습니다. 역시 단순하고 동기화가 완벽합니다. 유료이긴 하지만 값은 0.99달러에 불과합니다.(다음 업데이트까지 한시적이라고 하긴 합니다.) 한 번 사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양쪽에서 각 화면크기에 맞게 사용 가능하죠. 그래서 이젠 웬만한 글은 대부분 컴포지션에서 씁니다. 쉽게 쓰고, 이동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고쳐쓰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글 쓰는데 집중하기에는 복잡한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메모장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약간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긴 글을 쓴다거나, 책이라도 쓰려면 좀 더 전문적인 도구가 있었으면 싶어집니다. 그럴 때 찾아낸 게 스토리밀(StoryMill)입니다. 챕터로 구분해 글을 쓰는 게 가능하고, 글에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을 태그로 달아서 필요할 때마다 해당 인물의 변화라거나, 각 장소에서 벌어진 일 등을 챕터 구성과 관계없이 따로 꺼내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굳이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단행본을 쓰고자 한다면 이러저런 형태로 구성을 번갈아 점검할 수 있는 스토리밀이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한글 지원도 이 정도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복잡한 프로그램이라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같은 경우에는 초고는 컴포지션으로 쓰고, 그걸 모아서 구성하는 일은 스토리밀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글쓰는데 아이폰-아이패드-맥 콤비에 버금가는 도구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경험은 나눠야겠죠. 제 시행착오를 통한 앱 정착 경험담은 이렇습니다.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좋은 의견 좀 알려주세요.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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