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당신에게 땅이 생겼습니다. 밭을 갈겠습니까, 아니면 땅을 파겠습니까?

제목 그대로입니다. “나가서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온다”라는 농담이 통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이럴 때 성공과 ‘농사짓기 vs 땅파기’ 사이를 묻는 글이 좀 구시대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삶이란 농사와 땅파기 사이의 경쟁이겠죠.
간략하게 글의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땅이 좀 생겼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우선 씨를 사야 합니다. 이때 큰 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 씨를 뿌려서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는 밭을 갈아야 합니다. 씨를 뿌리고 흙을 덮고 거름을 줘야 하고, 1년 내내 농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첫 해에 좋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수확한 곡물 가운데 일부는 내다팔겠지만 일부는 내년 농사를 위해 씨앗으로 모아둬야 하고, 다시 농사의 모든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풍년이 오기 전 병충해나 악천후로 흉년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우리는 숙달된 농부가 됩니다. 그리고 매년 고되게 일하겠지만, 농사는 반복됩니다. 땅은 그대로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우리의 먹을 것을 얻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땅이 생기면 투자를 받습니다. 그리고 땅 속의 광물을 캐냅니다. 대단한 장비를 빌리고 사람들도 잔뜩 고용합니다. 마지막 광물을 캐낼 때까지 속도를 계속 높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처음 땅을 판 사람은 부자가 됩니다. 하지만 그게 끝입니다. 광물이 고갈되고 땅이 사라집니다. 원래 땅이 있던 자리에는 쓸모없는 분화구만 남아있게 되고 사람들은 다른 땅을 파헤치기 위해 이동합니다.

사업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 글의 주장입니다. 회사를 하나 만들고 빠르게 키워낸 뒤 매각하고, 그리고 다른 회사를 창업하고. 이건 땅을 파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잘 하는 분야에 깊게 천착해 회사를 유지시키고 많은 직원을 성장시킨다면 이건 땅에서 곡물을 길러내는 일과 비슷하다는 게 글쓴 사람의 생각이죠. 그는 “우리가 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땅을 파서 광물을 캐내는 일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일로 포장돼 있다”고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늘 ‘출구계획’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사실 그것이 투자자들의 목적이죠. 하지만 기업가들은 조금 다릅니다. 기업을 매각하는 게 비난받을 일이란 얘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많은 기업가들이 농사를 짓듯 일을 하면서 세상에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공급해 왔던 점을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들은 출구계획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지속가능성에 훨씬 무게를 두죠. 위대한 기업은 그래서 한탕 벌고 빠지는 것보다 회사의 가치를 유지시키는데 관심이 더 많습니다.

최근 젊은 창업자들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화려하게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멤버로 사업을 시작했던 분들인데, 짧은 순간에 하던 사업이 큰 위기를 맞게 된 분들이었습니다. 직업상 저 같은 사람들은 실패한 기업가의 경우 그들이 사회적 물의라도 일으키지 않는 한 잘 만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실패로 몰고가는지, 아니, 이렇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배우고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생각인지 묻고 싶었죠.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시 취직을 하면 어떨까라는 현실적인 고민부터, 사람을 믿고 협력하고 의지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자본이 없이 일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등등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제가 느꼈던 몇 가지 당혹스러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분들이 아직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만한 매출을 내는 회사도 아니면서 아이디어를 터놓고 얘기하는데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기자와 얘기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털어놓았다가 그것이 기사화되고 남들이 따라할 수 있다는 게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태도는 문제입니다. 첫째는 이분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기자에게 얘기하는 것만 두려워한 게 아니라 벤처캐피탈에게 얘기하는 것마저도 두려워했다는 겁니다. 사업 경험이 절대적으로 일천한 초보 창업자들에게 조언과 냉정한 평가를 해줄 수 있는 투자자의 존재는 투자를 받지 못한다해도 중요한 배움의 기회입니다. 적어도 그들은 이 업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다른 기업들의 현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투자 상담 과정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창업자에게는 중요한 교훈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이런 기회를 날리고 계시더군요.

둘째는 아이디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실행입니다. 제가 그 아이디어를 아무리 알고 있어봐야 그 사업에 뛰어들 능력이 없어서 못 뛰어듭니다.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 자기 사업을 하느라 바빠서 그 아이디어를 검토할 시간이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참 많아서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가 잔뜩 존재합니다. 이분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매우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저는 듣자마자 외국의 비슷한 사례를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이분들은 잘 모르던 덜 알려진 사례였고요. 윗글에서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아이디어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얘깁니다. 세상에 아이디어만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사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행은 아이디어보다 1000만 배는 더 중요합니다. 심지어 윗 글을 쓴 사람도 성공까지 18년 동안 “왜 그동안 이렇게 잘못했을까”라고 후회하며 제품을 뜯어고치다 결국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전 읽은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사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경의 인터뷰 생각이 납니다. 거기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옵니다. 다이슨 경이 다이슨의 첫 히트상품인 청소기를 만들 때, 15번째 시제품을 만들어 실패하던 때 즈음에는 셋째 아이가 태어났고, 2627번 째 시제품을 실패하자 집안에 돈이 똑 떨어졌으며, 3727번째 제품에 실패하고나니 아내가 돈을 벌러 나가야 했다는 겁니다. 성공을 거둔 첫 제품은 5127번째에야 나왔습니다. 그게 다이슨의 성공 비결이었고, 세상의 대부분의 발명가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혁신적인 발명이란 실패의 과정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이슨 경은 제품 개발의 과정 그 자체가 자신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었다고 합니다. 참, 다이슨은 2006년 기준(비상장사라 실적자료가 없습니다)으로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영업이익은 2000억 원에 가깝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닙니다. 청소기와 선풍기 만드는 회사입니다. 저는 지금 그저그런 성공이 아니라 엄청난 성공도 이런 농부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짧고 빠른 성공만을 따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마크 저커버그는 갑부가 됐지만 아직도 페이스북의 코딩을 합니다. 김택진 사장도 한국의 젊은 재벌로 손꼽히지만 여전히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우며 온라인게임을 만듭니다. 스티브 잡스는 병과 싸우면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성공 뒤에는 자기가 아끼고 사랑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모두 농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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