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토어를 닮은 자동차 가게

인터넷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만들었던 엘론 머스크가 2003년 자동차를 만들어 팔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실리콘밸리의 행운’에 힘입어 떼돈을 번 젊은 벤처기업인이 지나친 자만으로 무리한 사업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그게 테슬라 모터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대신 IT 산업의 중심지였던 실리콘 밸리에서 태어난 자동차 기업은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상장까지 이뤄내며 당당히 ‘미래형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하나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손익분기점은 고사하고 천문학적인 적자조차 면치 못한 상태지만, 손실폭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다봤던 그대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관련 부품 및 기술 가격이 급속히 떨어진 덕분입니다.

이들이 최근 새로운 실험을 하나 벌였습니다. 애플스토어를 닮은 자동차 매장입니다. 애플에서 애플스토어를 만들던 사람까지 스카웃해 만든 매장이죠.

기존 자동차 업계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소비자 입장에서 차를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경험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로 차의 품질에 대한 간접 평가일 겁니다. 미디어를 통해 차의 리뷰를 읽고, 주위 사람들의 평판을 들어보며, 수많은 간접 정보를 통해 차에 대한 이미지를 마음 속에 세우죠. 그러고 나면 둘째로, 실제로 그 차를 한 번 보러 갑니다. 중고차를 사려면 넓은 부지에 세워진 중고차들 틈에서 내 차를 고를테고, 새 차를 사려면 화려한 쇼윈도 뒤에 놓인 번쩍이는 신차 모델을 살필 겁니다. 테슬라모터스는 ‘대중들이 살 수 있는 값싼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가 파는 유일한 전기차인 ‘테슬라 로드스터’는 가장 싼 모델의 가격이 세금과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도 10만 달러가 넘습니다. 1억 원이 넘는 차를 일반인이 쉽게 살 수는 없게 마련입니다. 내년이면 좀 더 저렴한 세단형 모델인 ‘테슬라 S’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 또한 절반으로 값이 낮아져도 5만 달러는 훌쩍 넘을 예상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이 회사는 ‘비싼 가격’과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서 노린 게 두번째 경험입니다. 실제로 차를 사는 고객들에게 기존의 자동차업체들과 다른 경험을 주기로 맘 먹은 것이죠.

이를 위해 테슬라는 지난해 조지 블랜켄십을 고용합니다. 그는 애플이 만드는 애플스토어를 설계한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애플 제품 또한 업계의 일반적인 제품들보다 값이 비싸고, 기존에 없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인데다, 직접 보기 전에는 장점을 쉽게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직영 매장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합니다. 뉴욕에서는 가장 번화한 동네인 5번가(Fifth Ave.)와 첼시에 애플스토어를 냈고, 도쿄에서는 긴자, 파리에서는 루브르를 택하죠. 모두 장소만으로도 주목받는 곳인데다 구매력 있는 잠재고객들이 끊임없이 몰려다니는 지역입니다. 애플스토어 내부에는 ‘지니어스바’라는 곳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사용자들에게 애플 제품에 관해 1:1로 설명을 해주는 상담 코너죠.

블랜켄십이 테슬라에 와서 한 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번화가에 테슬라 매장을 열었습니다. 밖에서 들여다보면 한 번 꼭 들어가보고 싶은 널찍한 전시장입니다. 안에는 테슬라 자동차가 전시돼 있고, 벽에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각종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테슬라의 이러저런 모습을 상영해 줍니다. 놀라운 건 위치선정입니다. 테슬라 자동차 매장 옆에 있는 가게는 구찌와 살바토레 페라가모, 투미(Tumi) 등의 매장입니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일반적인 자동차보다 훨씬 비싼 전기차이긴 하지만 이 인근을 지나가는 고객들은 테슬라의 잠재 고객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비자군입니다. 애플스토어가 긴자의 패션거리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경쟁자는 많고,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너무 비싸며, 충전 인프라는 주유소에 비해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는 이제 “다음 물결은 자동차”라면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합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가 다시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의 삼성은 자동차 산업에 대해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 외환 위기 때 고생했지만, 이제는 다를지 모른다는 겁니다. 디지털과 전자기술은 이제 가장 기계 위주의 산업이었던 자동차 산업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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