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따라온 안드로이드, 쉬지 않고 달리는 애플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2세대 태블릿’들이 국내에서 판매됩니다. 늘 해오던 예약판매 행사는 건너뛴 채 아이패드 판매가 29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모토로라 줌(Xoom)은 벌써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블랙베리를 만드는 RIM도 플레이북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줌과 아이패드2를 최근 며칠 동안 들고다니면서 써봤습니다. 지난해에는 ‘하드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드웨어가 참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게가 많이 차이가 나거든요. 겨우 100g 남짓이지만, 아이패드2는 줌과 비교하면 정말 얇고 가볍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어야 그냥 그런가 싶어지죠. 문제는 줌을 비롯해 대부분의 태블릿이 별다른 유통경로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 대리점에서 판매될 거라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KT와 SK텔레콤 두 통신사의 대리점에서 아이패드2도 함께 팔 거라는 점이죠. 비교는 피할 수가 없고, 비교될수록 경쟁제품은 첫 인상부터 구기게 됩니다. 얇고 가벼운 태블릿이 값까지 더 싸다면… 저라면 차라리 줌이나 플레이북을 온라인에서만 판다거나, 아이패드2를 전시할 수 없는 곳에서 독점적으로 팔겠습니다.

외관을 제외하고 본다면 줌도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정도라기보다는 구글의 성취에 놀랐습니다. 안드로이드 허니콤은 프로요와는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애니메이션 효과와 구글 서비스 사용에 최적화한 기능들은 이제 아이패드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iOS가 10점이라면 아직도 안드로이드는 8~8.5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1. 화면 로테이션 잠금 장치가 없습니다. 설정에 들어가 켰다 껐다를 설정해야 하는데, 두 번의 탭이 필요합니다. 아이패드2에선 우측 볼륨 묵음 버튼을 할당해 회전 잠금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 기능, 의외로 많이 씁니다. 버튼을 없애는 미니멀한 디자인도 좋지만 디자인의 기본은 사용자 편의입니다.

2. ‘뒤로’ 버튼을 여전히 많이 씁니다. 각종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갤럭시탭과 줌까지, 안드로이드 관련 제품을 꽤 많이 써 본 편인데도 이 ‘뒤로’ 버튼에는 적응이 안 됩니다. 화면에서 작업을 되돌리려다가 갑자기 “어, 그래서 어쩌라는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iOS 앱에서는 ‘뒤로’ 버튼을 따로 빼놓는 대신 앱 UI 내부에 포함시킵니다. 이거 의외로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처음 본 제 세살짜리 아들은 두어번 갖고놀다 사용법을 깨달았는데, 허니콤 줌을 앞에 두고는 고민하고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포기하고 아이패드를 내놓으라더군요.

3. 가로보기에 대한 집착같은 게 느껴집니다. 이건 허니콤의 문제인지, 모토로라가 이렇게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자체가 와이드 형태(1280X800)인데다 안드로이드 마켓도 가로모드에서 실행됩니다. 모토로라의 하드웨어 버튼 배열도 가로모드 사용자를 고려해 구성됐습니다. 책을 보라는 게 아니라 동영상을 보라고 강요하는 느낌입니다. 길게 진득하니 뭔가를 보라는 게 아닌, 빨리 콘텐츠를 소비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라는 인상이죠. 실시간으로 인기 동영상을 보여주는 유튜브 위젯도 디폴트로 화면에 구성되는데,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태블릿으로 주로 이러저런 글을 읽는 저로서는 썩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4. ‘완전한 멀티태스킹’을 자랑하는 안드로이드지만 그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답니다. 줌은 배터리 지속시간 10시간을 내세우지만, 두 제품을 비슷하게 써봤을 때 아이패드보다 상대적으로 사용시간이 짧습니다. 제가 백그라운드 작업을 별도로 종료시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이 백그라운드 작업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이패드2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smoother than smooth’라고 할까요. 아이폰과 아이패드2를 써본 사람들이 장점으로 꼽는 UI의 특징이라면 손가락에 화면이 달라붙은 듯 움직이는 터치스크린의 반응성과 물흐르듯 흘러가는 애니메이션일 겁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간혹 버벅이는 느낌도 있고, 기계가 고성능을 요구하는 앱을 못 따라간다는 인상도 가끔 들었습니다. 아이패드에선 이런 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앱들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때까지는 가장 쾌적하게 쓸 수 있는 태블릿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1. 안 변해도 너무 안 변했습니다. 일관된 사용성은 좋은데, 뭐가 확 달라졌다는 느낌이 없어서 약간 심심합니다. 값을 500달러로 그대로 받았으니 망정이지 값 올렸다면 약간 실망하는 소비자도 있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이 값에 이 성능’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2. 카메라는 좀 심하게 별로입니다. 70만 화소 카메라가 이 큰 덩치에 달려있는데, 얇다보니 CMOS 센서에도 제한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동안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에 감탄해 왔던 걸 생각하면, 아이패드2의 카메라는 너무 덜 떨어져 보입니다.

3. 라운드 처리한 옆면은 보기엔 멋진데, 이어폰을 꽂거나 충전케이블을 꽂을 때 조금 어색합니다. 안 꽂히는 것도 아니고, 잘못 꽂히는 것도 아니지만 비스듬하게 금속 단자를 연결하는 느낌이라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싶습니다. 연결 때마다 불안한 느낌입니다.

머잖아 아이패드2보다 싸고, 가볍고, 얇은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결국 나오게 되겠죠. 그때가 되면 애플은 또 어디로 달아나려나요. 올해는 확실히 태블릿을 한 대 쯤 장만해도 후회하지 않을 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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