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바로 비즈니스다.” 크리스 앤더슨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


증기기관은 산업의 속성을 바꿔놓았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하던 일을 쉼없이 돌아가는 기계가 해내면서 생산성은 폭발했고, 사회에는 풍요가 흘러넘쳤습니다. 인터넷은 정보 산업의 속성을 바꿔놓았습니다. 과거에는 기자가 되려면 신문사나 방송사에 입사해야 했지만, 이제는 오마이뉴스에 기자로 등록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글을 쓰면 됩니다. 유통망을 구축하는데 전혀 돈이 들지 않고,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 트위터가 알아서 전 세계로 글을 실어 날라줍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죠. 필름값의 두려움에서 해방된 아마추어들은 프로 사진가 못잖은 사진을 찍고, 암실이 없어도 노트북컴퓨터 속에서 후보정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직종에서 생기는 첫번째 현상은 평균 임금의 하락입니다. 시장에 공급이 넘치면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죠. 두번째 현상은 생산성 향상입니다. 쓸데없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ENG 카메라와 중계차 대신 아이폰에 Ustream 앱 하나 깔아서 현장을 생중계하는 모습을 보는 세상입니다.

“Better, cheaper, faster.” ‘롱테일경제학’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은 제3의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시기가 왔다고 말합니다. 정보직종만 인터넷으로 변하는 게 아니란 것이죠. 이제 자동차 제조와 같은 전통산업조차 인터넷의 원리가 적용돼 혁신적으로 변화할 거라는 게 앤더슨의 주장입니다. 그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아무리 똑똑한 개인이 있어도 그가 만든 제품을 대량생산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들어 공장을 세워야 했고, 이를 소비자에게 팔려면 좋은 유통망을 찾아야 했으며,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써야만 했습니다. 똑똑한 사람 혼자서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물건을 만들 수 없는 구조였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시대는 ‘기업의 시대’였습니다.

이젠 다르죠. 이제부터 오는 시대는 ‘기업가의 시대’라는 게 앤더슨의 설명입니다. 이 똑똑한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면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에게 소량의 제품을 위탁생산한 뒤,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 유통망을 찾고, 마케팅은 소셜네트워크에게 맡기는 세상이 이미 다가왔다는 겁니다.

궁금해서 일자리 얘기를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냐는 얘기죠. 똑똑한 사람 한 명이 100명이 할 일을 해내는 동안, 99명의 보통 사람을 받아줄 대기업 공장이 문을 닫는다면 이건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앤더슨도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더군요. 그는 “기업가나 창조자 등은 잘 될 것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람은 아니다”라며 “평생직장이나 좋은 월급 등의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런 시대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우선 평균 임금이 하락합니다. 경쟁이 격화되고, 아마추어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1인 당 벌어들이는 평균 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반면 이와 동시에 생산성은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업무가 아웃소싱이 가능해지고,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을 벌게 됩니다. 앤더슨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스스로가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와이어드의 편집장이면서 모형 항공기를 만드는 3D로보틱스라는 회사를 운영합니다. ‘북투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아마존에 팔았고, ‘긱대드’라는 회사도 창업해 와이어드와 젒목시켰습니다. 스스로 기자이자 작가인데다, 이번에 방한한 것처럼 연설도 합니다. 직업이 여러 가지인 것이죠. 그는 “당신이 평소 하는 일을 조금 더 공개적으로 해보겠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 그게 바로 창업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은 와이어드 편집장으로서의 업무입니다. 그러다보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책을 써서 작가라는 직업을 얻었습니다. 책 내용을 강의하다보니 강연자도 됐죠. 저자로서 활동하다보니 저자들이 책을 써서 독자들에게 알리고, 강연회가 있으면 독자를 초청하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독자들도 자신이 있는 곳 인근에 저자 참여 행사가 열리면 이를 알고 싶어하게 마련이고요. 그래서 저자와 독자, 출판사를 연결시켜 이벤트와 각종 부대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북투어(Booktour)’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파는 아마존에게 이 회사를 매각했죠. 앤더슨은 또 다섯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IT 잡지 편집장인 아버지라 집안에는 온갖 게임기와 새로운 기계가 가득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아빠들은 어떻게 자식을 키울까요?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가 해킹당한 사실에 아들과 함께 슬퍼하고, 레고로 스타워즈 장면을 재현하며, 포켓몬스터를 함께 보지 않을까요? 이런 아빠들을 위한 블로그가 바로 ‘긱대드'(GeekDad)입니다. 와이어드의 인기 블로그 가운데 하나가 됐죠.

앤더슨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왜 취미를 산업화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전 많은 일을 하지만, 그 많은 일을 다 직업으로 만들어보려고 생각했던 거에요. 긱대드가 그런 대표적인 회사죠. 아이를 키우는 건 당신도 하는 일 아닙니까. 당신이 늘 하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면 그게 바로 회사가 되는 것이죠. 개방과 공유라는 게 별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비즈니스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삶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괴로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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