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2011 후기1: 스티븐 레비

기자들이 정말 인색한 것 가운데 하나가 다른 기자에 대한 칭찬입니다. 그래도 가끔 롤 모델 같은 사람이 하나씩 있게 마련입니다. 제게는 그 중 한 명이 스티븐 레비입니다. 뭐, 사대주의는 아닙니다. 같은 분야를 담당하기 때문에 레비에게 끌리는 것이고, 직업인으로서는 한겨레 구본준(twitter @goobonci) 선배도 좋아합니다. 2004년인가, 2005년인가에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구 선배를 우연히 만나고는 달려가서 “선배 기사 정말 열심히 읽었어요”라고 팬으로서 얘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런데 스티븐 레비에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쑥스러움 같은 건 많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게 초보 시절보다 더 소극적이 된 느낌입니다. 참, 많은 분들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실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조만간 국내에도 번역돼 나올 신간 ‘In the Plex'(구글플렉스에서)라는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이자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IT 잡지 ‘와이어드’의 수석 필진입니다. 1976년부터 기자생활을 했고 1981년부터 IT 관련 기사를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섯 권의 책을 썼으며, 첫 책인 ‘해커들'(Hackers)은 PC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과학기술 서적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2004년 쓴 ‘완벽함'(The Perfect Thing)은 아이팟과 애플에 관한 책이었는데 새 아이팟이 나오기 전 스티브 잡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직접 새 아이팟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 썼던 뉴스위크 기사가 책의 토대가 됐습니다. 애플의 결벽에 가까운 비밀주의를 생각한다면 이게 당시 언론계에서 얼마나 화제가 됐던 인터뷰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굉장히 IT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공은 문학이었고, 스스로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존경스러웠습니다. IT 분야를 맡는 기자들의 대부분은 기술에 매몰됩니다. 그래서 신기술에 대한 분석을 하고, 속보를 경쟁하고, 업체들 사이의 갈등 섞인 입장 사이에서 누군가의 편을 둘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놀아나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잘 이해해 업계 사람들에게 바른 정보와 분석, 통찰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그런 건 기자의 역할이라기보다는 학자와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전해야 하는 건 오히려 국외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기술이 이끄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레비만한 기자도, 작가도 이 분야에서는 영 흔치 않습니다. 레비 스스로가 IT 기사만 쓴 게 아니라 록 음악 관련 비평도 썼고, 영화 비평도 했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레비의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 구글 I/O 행사에서 그를 직접 봤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존경해 왔다”는 말 외에는 더 할 말이 없어서 말도 한 번 못 붙였지만, 기자회견장 무대에 올라서는 구글 중역들을 제외하고는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했던 사람은 레비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가 질문 전 “스티븐 레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질문을 하려 들면 모든 기자들의 눈길이 그에게 쏠렸습니다. 브리핑룸 뒤쪽에 기자들이 대기하는 라운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는 척 하더군요. 게다가 구글 사람들도 그는 약간 특별 대우를 합니다. (2년이나 구글플렉스를 취재해 책을 썼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구글 경영진이 유일하게 이름을 불러가며 대답을 하는 기자가 바로 레비였습니다.

구글 I/O가 끝났습니다. 전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지막 밤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기사도 괜찮게 소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여정은 좀 바빴지만, 막상 끝나고 돌아갈 때가 되니 아쉽습니다. 그래서 행사 자체를 다룬 첫날 기사와 둘째날 얘기는 기사 링크로 대신하고, 앞으로 몇 가지 뒷얘기와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좀 써볼 생각입니다. 구글 얘기가 지겹더라도 잠시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Day 1: 거실을 노리는 구글의 야망
Day 2: 구글의 노트북 혁명 ‘크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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