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으로 전향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이폰 통화품질이 너무 나빠서 통신사를 옮겨봤습니다. 위약금 고스란히 토해내고 온갖 손해를 감수했죠. 적어도 KT 건물 내부에서는 펨토셀(초소형기지국)을 달든, 직원들에게 와이파이 사용을 강제하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KT 기자실에서도 대책없이 끊어지는 휴대전화로 일을 하는 건 너무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이 회사는 “통신은 전력이나 수도 같아서 수요 관리도 해야 한다. 공급만 늘리라고 하면 하루종일 수도를 틀어놓은 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얘기만 반복했습니다. 소비자에게 “네가 좀 덜 쓰면 괜찮아 질거야”라고 말하는 식인데,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번호이동을 했으니 이틀 쯤 지났군요. 달라진 게 확 체감됩니다. 이틀 동안 단 한 차례도 통화가 끊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기계는 KT에서 쓰던 그 아이폰 그대로입니다. 물리적인 변화는 USIM카드 하나 뿐이었죠. 인터넷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지하철에서 아이패드로 각종 뉴스를 보는데, KT 시절에는 출근 시간의 경우 인터넷에서 조간신문 앱을 열 때 지면보기(이미지 모음)를 내려받느라 서너정거장을 그냥 지나가는 경우마저 종종 있었습니다. 이젠 그때와 비교하면 전화모뎀에서 ADSL로 통신망을 바꾼 느낌입니다.

사실 KT로서는 좀 억울할 만도 합니다. 아이폰 사용자는 KT가 SK텔레콤보다 훨씬 많습니다. 250만 명이 넘는 아이폰 사용자가 대부분 KT에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엄청난 트래픽을 사용합니다. KT가 아이폰3GS와 아이폰4를 앞서서 내놓으면서 SK텔레콤의 얼리어답터들이 모두 KT로 이동한 바 있지요. SK텔레콤도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트래픽은 KT를 추월했다고 하지만 두 회사의 전체 가입자 비중은 10:6 정도인데, 무선 트래픽 기준으로는 거의 1:1입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런 스마트폰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2.1GHz대역)가 KT보다 1.5배 많습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KT가 SK텔레콤을 따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시작합니다. 저도 그 요금제를 썼습니다. 아마 KT가 내놓지 않았더라면 지난해에 SK텔레콤으로 옮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기본 전제가 다른데 경쟁사와 똑같은 서비스를 한 무리수가 결국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을 칭송할 마음은 없습니다. 주위 분들이 묻더군요. “그럼 너처럼 SK로 옮겨가는 사용자가 많아져서 두 회사의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1:1에서 1:1.5로 변하면 SK텔레콤도 KT처럼 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최근 SK텔레콤은 통신사에 관계없이 무료로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던 와이파이망도 “7월1일부터 SK텔레콤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하겠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혼잡 상황에 이르면 “무선인터넷은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취소하겠다”라고 얘기하면서 그동안 SK텔레콤이 ‘콸콸콸’이라고 믿고 따라왔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떠올려볼만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강압적인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반대하지만 그래도 각 통신사 사이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온갖 요금은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입비입니다. 이번에 옮기려보니 SK텔레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거의 4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더군요. 이게 그나마 5만5000원에서 많이 할인된 거라고 합니다. 여기에 USIM 카드 비용 7000원을 추가로 받습니다. KT 시절에 쓰던 USIM이 있는데 왜 새로 사야하는걸까요. 그냥 업체들끼리 표준화해서 가입자 정보만 넘겨받고 데이터를 초기화해 쓰면 될텐데요. 지우고 다시 정보를 쓰는게 보안 등의 문제로 어렵다면 그냥 가입자 정보만 양사 간에 주고 받으면 자원 낭비도 줄일텐데 말이죠.

통신 품질도 만족할 수 없고, 이동 과정의 불합리함도 만족할 수 없는데,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고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고 우겨댑니다. 다른 통신서비스를 선택해 보고 싶은데 선택할 곳도 없어서 울며겨자먹기로 서로 정신차리고 경쟁하라는 뜻에서 이 안에서라도 자꾸 왔다갔다 하려했더니 거기에는 가입비에 위약금에 USIM 카드 비용 등 별별 돈을 얹어 이동을 최대한 가로막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소비자를 울타리에 몰아놓은 가축들처럼 가둬놓고는 여기서 거둔 이익으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하나SK카드나 KT가 인수한 비씨카드 등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사업입니다. 신용카드까지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가져가겠다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밤 구글이 씨티그룹과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KT와 국내은행과 비씨카드가 손잡고 발표할 모바일 결제 사업도 이 서비스 못잖게 훌륭한 사업일 수 있을 겁니다. SK텔레콤과 하나은행과 하나카드가 손잡고 발표할 모바일 결제 사업도 끝내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산업에 진출할 때 거둬온 성과로만 생각한다면, 저는 구글의 서비스가 더 기대됩니다. 참, 조만간 애플도 이런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 통신사들이 제게 “통화품질 개선에 돈을 더 쓰는 대신 구글-애플과 경쟁하는데 돈을 더 쓸테니 요금을 더 내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위약금 털어내고, 가입비 털어내면서 제 지갑은 이미 충분히 얇아졌습니다. 확률 낮은 도박에 판돈을 걸고 싶은 의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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