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일하라, Rework

책을 산지는 좀 됐는데, 휴가 때가 되고서야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왜 하루라도 빨리 읽지 않았을까 후회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톡톡 튀는 경영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이 책을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좋은 책들이 그렇듯 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그 때문에 끝까지 읽기 전 수없이 다른 일을 해야만 했고(글을 쓴다거나, 다른 책을 더 찾아본다거나), 무엇보다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습니다. 좋은 책이란 그런 것이죠.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인데도 읽고 나면 멀게만 느껴지는 내 삶에도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 책은 창업 단계의 작은 기업을 운영하거나 그럴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하지만 월급쟁이라도, 심지어 가정주부나 학생들이라도 도움이 될 이야기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나중에 생각날 때마다 해당 문구를 찾아 책을 뒤질 수는 없을테니 개인적으로 잊지 않고 자주 찾아보고 싶은 구절들을 여기 옮겨둡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신다면 좋겠네요.

26p. 일단 출발해도 괜찮다. 그냥 비행기를 타고 떠나라. 깨끗한 셔츠와 면도용 크림, 칫솔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구입해도 상관없다. 계획 없이 일하기가 두려운가?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
= 정보는 일을 하는 도중에 얻는데도 불구하고 정보도 없는 일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세운 계획에 따라 ‘계획대로 일하자’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가요. 하면서 고쳐나가는 게 제일 낫습니다. ‘가설검증법’과 같은 다른 일하는 법 등에서도 많이 얘기하는 요령이지요.

75p. 제약은 저주의 가면을 쓴 축복이다. 제약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 이건 개인적으로도 일하면서 늘 느끼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산이 부족해서 못 한다”거나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하지만 그들은 돈과 사람을 무한정 지원해줘도 그 일을 못해냅니다. 오늘날의 애플은 부도 직전의 기업을 스티브 잡스가 맡은 뒤부터 생겨났고, 구글이 성공한 건 메인화면에 검색창 말고는 아무 것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창업자들의 옹고집과 같은 제약 덕분이었습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77p. 야망을 반으로 줄여라. 반쪽짜리 (결과)를 가지느니 (목표를) 반만 가지(고 완전한 결과를 얻)는 게 낫다.
= ( )는 이렇게 옮겨놓으니 약간 이해가 어려워 개인적으로 덧붙인 부분입니다. 뒷부분에 저자들의 설명이 나와있는데 이런 얘기입니다. “세상만사 대부분이 짧을수록 좋다. 영화감독은 위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럭저럭 좋은 장면을 잘라낸다. 음악가는 위대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그럭저럭 좋은 곡을 빼버린다. 작가는 위대한 책을 만들기 위해 그럭저럭 좋은 페이지를 잘라낸다. 우리도 마지막 순간에 이 책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고나니 정말로 훨씬 더 좋아졌다. 가지치기를 시작하라. 위대함으로 가는 여정은 그럭저럭 좋은 것을 쳐내는 일로 시작된다.”

191p. 마리오 바탈리의 요리책을 사서 그의 가게 맞은 편에 레스토랑을 열기만 하면 그가 가게 문을 닫도록 만들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봐 경쟁자에게 자신의 사업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사업가가 매우 많다. 당신은 그러지 마라. 오히려 유명 요리사들을 따라 하라. 그들은 요리를 하니까 요리책을 쓴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가? 당신의 ‘레시피’는 무엇인가? 당신의 ‘요리책’은 무엇인가? 당신은 세상에 어떤 유익한 것을 알려주고 싶은가?
= 직업 때문에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간혹 뵙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리사만이 아니라 패션업계에도 저작권이란 없습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도 됩니다. 루이 비통의 핸드백에 ‘LV’ 마크가 잔뜩 새겨진 건 그게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상표권’은 베끼면 안되기 때문에 똑같은 모양의 핸드백을 만들지 못하도록 무늬를 상표로 대체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LV를 MV로 바꿔 쓴 핸드백이 루이비통과 같은 값에 팔리지는 않습니다. 패션업계에 혁신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 그래서 개인적으로 글 쓰는 요령에 대한 카테고리를 블로그에 하나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써서도 아니고, 남에게 뭘 가르칠 능력이 되기 때문도 아닙니다. 저는 글을 쓰니까 글 쓰는 ‘레시피’를 정리해 보려는 것이 한 가지 이유고, 또 다른 이유는 다음 문장 때문입니다.

194p. 사람들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호기심이 많다. 공장 견학이나 영화의 제작 후기가 인기 있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커튼 안쪽을 공개하면 관계가 변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얼굴 없는 회사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보게 되면서 동질감이 싹튼다. 사람들이 당신이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배인 땀과 노력을 보게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 이렇게 마법처럼 되려나요?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관심을 가지실는지는 모르겠지만.

200p. 이왕 인력을 고용할 거라면 최고의 작가를 고용하라. 마케팅, 판매, 디자인, 프로그램 그 어떤 자리에서도 글 쓰는 기술은 빛을 발한다. 그것은 글을 잘 쓰려면 단순한 글 솜씨 이상의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을 명쾌하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명료하다는 말이다. 뛰어난 작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공감 능력과 불필요한 것을 빼는 편집 능력도 뛰어나다.
= 아마 원문에서는 writer를 뽑으라는 얘기였을거라 생각되는데, 작가를 뽑으라기보다는 글 잘 쓰는 사람을 뽑으라는 얘기일 겁니다. 요즘 기업들의 블로그를 읽고 있으면 최근 들어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특히 미국처럼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업무 능력의 대부분으로 평가받는 사회에선 더 중요하겠죠. 한국도 그렇게 변해갈테고요. “윗분과 얘기 다 해놨다니까요”라는 건, 이제 한국에서도 안 통합니다.

275p. 직원들을 5시에 귀가시켜라. 빨리 마쳐야 하는 일이 있으면 가장 바쁜 사람에게 맡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는 바쁜 사람이 필요하다. 일터 밖의 삶이 있는 사람, 관심사가 여러 가지인 사람. 직원들이 일밖에 모르고 살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들과 오래 일하고 싶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 빨리 퇴근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짧은 시간에 더 많이 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할 일을 안 하고 빨리 퇴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사실 더 불행한 사람입니다. 동료를 믿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언제라도 누군가 나타나 자신의 뒷덜미에 칼이라도 들이댈거라고 생각하며 벌벌 떨고 살아가겠죠.

291p. 뭔가를 하고 싶다면 당장 해야 한다. 영감이 충만할 때는 두 주가 걸릴 일을 단 두 시간 만에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영감이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영감은 현재에만 존재한다. 영감이 솟거든 지체하지 말고 작업에 돌입해라.
= 간혹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일을 하곤 합니다. 일 중독이라서가 아니라, 그 때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럴 때의 성과가 늘 좋습니다.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이렇게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그 순간이라도 전화를 걸어 그 일을 해내는 게 좋았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렇게 강렬히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런 마음에 하루이틀, 한달두달 미루다 보면 몇 년이 흘러 그 순간을 후회하게 마련입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입니다.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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