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 단순하고 간단한 길안내 뒷편의 복잡한 세계


최근에 통신사를 KT에서 SK텔레콤으로 바꿨습니다. 통화품질도 약간 나아졌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만족하게 된 서비스가 하나 있습니다. 최근 아이폰용으로 나온 티맵(T map)이었습니다. 이 앱은 SK텔레콤과 SK마케팅앤컴퍼니(SK M&C)가 만드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인데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줍니다. 꼭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안드로이드폰이나 아니면 일반 휴대전화 중 티맵을 지원하는 기종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자로는 동부간선도로의 우회로를 알려줘 막히지 않는 길로 안내한다거나, 도착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해주는 기능 등을 소개하는 기사도 썼습니다.

사실 하고 싶었던 얘기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였습니다. 실시간 교통정보는 SK텔레콤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도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애플도 앞으로 수집할 계획이라는 걸 지난번 위치 추적 사태, 이른바 ‘로케이션 게이트’가 벌어졌을 때 밝힌 바 있습니다. 혼다도 자신들이 출고하는 자동차에 GPS를 달아 내비게이션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른 제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만족할만한 교통정보를 모으지 못해서입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대로 모으려면 한국 정도의 넓이에서는 최소 7만 대 정도의 ‘주행중인 차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것인데 이런 차를 ‘프로브카(probe car)’라고 한다는군요. 티맵을 만드는 SK M&C가 갖고 있는 프로브카는 약 3만5000대입니다. 나비콜 택시와 금호고속 버스, SK그룹이 갖고 있는 유조차를 포함한 업무용 차량 등이 있어 이 정도 숫자를 갖춘 셈이죠. 이것만 해도 세계 최고입니다. 미국의 실시간 교통정보 업체에서는 약 7만 대 정도의 프로브카를 갖고 있는 곳도 있다는데 미국이기 때문에 넓이와 규모가 워낙 달라 정확도에선 SK M&C보다 떨어진다는군요. 국내 다른 교통정보 제공업체의 프로브카는 보통 1만 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티맵이 다른 내비게이션 길안내 서비스보다 나은 건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가 다른 게 한 가지 이유입니다.

실시간 교통정보는 프로브카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수집됩니다. 통신사의 경우 주로 가입자의 이동경로를 파악해서 교통정보를 모으죠. 기지국1에 A라는 휴대전화가 접속해 있는데 시속 40km의 속도로 기지국2와 기지국 3, 기지국 4를 지나쳐갔다면 A는 차 안에 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 차안에 있는 건 아니지만 SK텔레콤 가입자는 2500만 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1000분의 1만 차 속에 있다고 가정해도 2만5000명의 이동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죠. KT와 LG유플러스도 이 정도의 정보는 얻지 못합니다.

SK텔레콤과 SK M&C는 앞으로 티맵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도 모으고 싶어합니다. 기지국 정보는 오차가 커서 골목길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교통정보를 알려주진 못합니다. 복잡한 빌딩숲이 있는 시대 도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주로 고속도로나 국도 안내에 사용됩니다. 반면 티맵 사용자는 GPS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3미터 이내로 크게 줄어듭니다. 골목 안내도 가능하죠. 법적인 문제도 없습니다. 이미 이 회사는 위치정보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니 익명으로 수집하는 사용자 위치정보는 충분히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법 때문에 적용을 꺼리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위치정보를 개인정보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익명으로 수집된다는 사실 자체에도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면 제 위치정보는 티맵을 사용할 때마다 제공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동의를 거쳐 익명으로 수집되는 위치정보는 결과적으로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게 마련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이런 부분을 잘 감시해 믿고 쓸만한 서비스가 더 나오도록 도와줬으면 합니다.

실시간 교통정보의 정확성이 티맵이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도 여러 가지 배웠습니다. SK M&C는 이런 교통정보를 다른 업체에도 판매합니다. 특히 대표적 경쟁사인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팅크웨어도 티맵과 동일한 교통정보를 사용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맵은 여러 비공식 테스트에서 아이나비의 실시간 길안내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의 하드웨어적 기능 측면을 제외한 길안내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만 봤을 때에도 티맵이 늘 더 나은 결과를 나타내고요. 이건 길안내를 하는 노하우가 쌓인 결과입니다.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처음 티맵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0년 가까이 온갖 소비자 불만에 대응하면서 몸으로 익히고 수정해 온 알고리듬 덕분이죠.

도대체 뭐가 다른지 물어봤습니다. ‘링크의 수’가 다르다는 게 SK M&C 분들의 설명입니다. 우리는 길을 그냥 길로 인식하지만, 이런 내비게이션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부르는 용어가 다릅니다. 길과 길이 만나는 교차점을 ‘노드’라고 부르고, 교차점과 교차점 사이의 도로를 ‘링크’라고 부르죠. 티맵은 이 링크를 200만 개 이상 파악하고 있습니다. 골목길까지 안내할 수 있는 건 계산 가능한 도로의 수 자체가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개의 링크를 조합해 만들어내는 최적의 도로를 계산하려면 ‘노드’를 지나는 경우의 수를 잘 따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길안내 서비스는 노드를 그저 교차점으로만 파악합니다. 하지만 티맵은 하나의 링크에서 노드를 어떤 방향으로 지나가는지까지 경우의 수에 포함시켜 계산합니다. 약간 복잡한 듯 하지만, 쉽게 말하면 다른 내비게이션은 한 교차점에서 다른 교차점까지 차가 통과하는 평균시간을 계산합니다. 반면 티맵은 교차점을 좌회전에서 통과했을 때 걸리는 시간, 우회전했을 때 걸리는 시간, 직진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따로 계산합니다. 사거리 정보가 있다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세배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은 이런 경로 계산을 내비게이션 단말기가 합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프로그램도 해당 프로그램이 합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은 피하는 게 원칙입니다. 티맵은 다릅니다. 경로 계산을 티맵의 경로탐색서버(Root Plan Server)에서 모두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는 이렇게 계산된 경로를 보여주는 일종의 중계장치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작은 휴대전화에서 서비스하려고 개발돼 기계 성능의 제약 등을 겪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최고 성능의 내비게이션보다도 오히려 뛰어난 길안내가 가능해진 셈입니다. 티맵의 경로탐색서버가 처리하는 경로탐색 요청은 1주일에 보통 750만 건 정도 된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처럼 탐색 요청이 급증하는 피크타임에는 1분에 1700~2000건 정도의 요청이 한 번에 들어온다고 하죠. SK M&C 분들은 월 330만 명이 쓰는 서비스인데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트래픽이라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서버 성능도 평이합니다. 쿼드코어 2.6GHz 프로세서에 16GB 메모리 서버를 6대 사용한다고 하니 결국 자금력보다는 노하우였던 셈입니다. 이 서버만으로 지난 설 연휴 때 1분에 1만5000건 요청이 들어왔던 피크타임도 잘 버텨냈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UI도 맘에 들었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그 다음부터는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으로 경로를 탐색하고, 추천경로도 단 2개만 보여줘 둘 중 한 길을 선택하게 하며, 선택하지 않아도 1번 추천경로로 알아서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음성입력을 쓴다면 “집으로” 한마디만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손을 전혀 대지 않아도 길안내가 되는 셈입니다. 단순하고, 고민하지 않게 해주고, 군더더기가 빠져서 좋다고 얘기했더니 이 또한 휴대전화용이란 제약 때문이었다고 하더군요. 복잡한 옵션을 설정하기에는 네이트 드라이브 시절 이용하던 휴대전화가 너무 화면이 작고 숫자키밖에 쓸 수 없어 이런 UI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역시 제약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티맵은 사실 아이폰앱으로는 별로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폰4밖에 팔지 않는 SK텔레콤에서 티맵은 아이폰 3GS 이전모델 해상도로 만들었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사라졌죠. 또 멀티태스킹 API를 활용하지 않아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길안내를 받는 간단한 기능조차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티맵을 씁니다. 길안내를 받는 게 내비게이션을 쓰는 이유라면, 길안내 하나만큼은 월등히 뛰어나니까요. 앞으로 티맵의 발전 목표는 종합적인 위치기반서비스(LBS)로의 발전입니다. 예를 들어 차에 타서 티맵을 켜고 “CGV”라고 말하면 길안내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가까운 CGV 영화관 정보가 나타나겠죠. 이 가운데 티맵이 영화표 할인혜택이 있는 곳, 또는 영화가 끝난 뒤 식사를 할만한 할인쿠폰이 있는 극장 인근의 레스토랑 등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영화표도 티맵에서 사고, 할인쿠폰도 받은 뒤 제휴업체에서 식사도 할 수 있게 되는 식입니다. 길안내가 되는 포스퀘어와, 체크인이 되는 티맵. 경쟁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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