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 요금제가 필요하다

KT가 무제한데이터 요금제를 ‘와이브로’ 서비스에서 없애겠다고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KT가 와이브로 데이터통화에 얼마를 받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이번에 나온 요금 가운데 제일 비싼 요금이 1GB에 1만원을 받는 요금입니다. 이 경우 1MB 요금은 약 9.8원입니다. 그런데 10GB 요금은 겨우 2만 원에 불과합니다. 2년 약정을 하면 심지어 월 1만2000원으로 요금이 줄어듭니다. 한번에 사는 용량이 커질수록 값은 더 많이 할인되지만, KT가 가장 많은 사용자를 유도하려고 노력하는 요금제로 보이는 10GB 요금제 기준으로 무약정의 경우를 살펴도 1MB 당 요금은 겨우 4.9원에 불과합니다.

KT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만든 스마트폰 요금제(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거의 그대로 따라간)를 보면 가장 인기있던 요금제가 월 500MB를 4만50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번들로 파는 것이었습니다.
이 500MB를 다 쓰고 나면 추가 요금이 1000KB 당 50원이 됩니다. 1MB(1024KB)에 51.2원이란 뜻입니다.(KT는 실제로 1MB당 51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요금으로 500MB를 계산하면 2만5500원이 됩니다. 초당 1.8원 기준으로 음성요금은 2만1600원(200분 통화), 문자 요금은 20원 기준으로 300건에 6000원이니 합하면 5만3100원입니다. 4만5000원은 약 85%, 평균 소진률(다 쓰지 않아도 돈은 내야 하니까요)을 감안한 요금제였을 겁니다. 즉, 1MB에 50원 정도의 요금이 현재의 통신비 구조에서 합리적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요금제를 바꿔 설계하면 어떨까요? 통화는 1초당 1.8원을 받으니, 데이터도 1MB당 요금을 받는 겁니다. MB당 요금제인 셈이죠. KT의 가격을 그대로 차용해 요금을 매기면 누이좋고 매부좋고입니다. 3G를 쓸 땐 1MB에 50원을 내고, 4G를 쓸 땐 1MB에 5원을 내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레 소비도 합리적으로 바뀝니다. 한 달에 데이터는 300MB 쓰는데 음성통화는 300분, 문자는 100건을 쓰는 사람이라면 지금 요금제에서는 4만5000원을 낸 뒤 추가로 1만800원을 더 내야 해서 전체 요금은 5만5800원이 되지만, MB당 요금제가 정착되면 데이터 1만5000원에 음성 3만2400원, 문자 2000원 해서 4만9400원만 내면 됩니다. 훨씬 합리적이고, 통신비도 10% 이상 절약되죠. 사실 KT는 ‘데이터플러스’라는 데이터전용요금제를 통해 월 500MB를 1만 원에 팝니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KT 가입자는 4만5400원만 내면 됩니다. 1만 원 이상 아끼는 셈입니다.

4G에서도 1MB에 5원을 받는다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됩니다. 한 달에 2GB(툭하면 스마트폰에 노트북을 연결해 사용하는 저로서도 실제로 2GB를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문제 등으로 하루 종일 연결할 리가 없거든요.)를 써봐야 1만 원인데,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비싼 값이 가입할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바꾸면 모든 게 합리적으로 변합니다. 통신사들이 늘 주장하는 “필요없는데도 데이터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사라질테고, 통신요금도 자연스럽게 인하됩니다. mVoIP를 규제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사용량이 늘면 데이터로 과금하는 것이니까요. 통신사 입장에선 더 많은 데이터를 쓰라고 기업들을 종용할테고, 혁신이 욕을 먹는 대신 촉진되겠죠.

그러니까 결론은 종량제와 정액제의 문제도, 무제한 데이터와 데이터 돼지의 문제도 아닙니다. 통신사가 좋은 서비스를 제대로 고민해서 값싸게 내놓아주면 해결되는 겁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위한 패키지를 더 싸게 만들어 팔면 그만입니다. 경쟁사가 ‘무제한’으로 마케팅을 벌일 때 별 고민 없이 함께 시작해놓고서는 “무제한은 말도 안 된다”고 뭐라고 하지 말고, 경쟁사보다 더 싸게 ‘유제한’으로도 훨씬 많은 데이터를 쓰게 해주면 어떨까요? 그 정도 차별화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베끼기만 할 거면 통신사가 세 개나 있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또 뭡니까. MB당 요금제, 새로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런 얘기를 해왔습니다. 통신사들이 듣지 않았을 뿐이죠. 엉뚱한 소비자만 비난할 게 아니라, 스스로 할 일부터 제대로 신경써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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