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미치광이 전략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습니다. 무려 125억 달러를 썼죠. 구글이 갖고 있는 350억 달러의 현금보유액 가운데 3분의 1입니다.
어제 썼던 특허전쟁에서 나타나는 ‘상호확증파괴’에 이어 한마디 더 하자면, 오늘의 이 인수계약도 냉전 시대를 연상시킵니다. 오늘 구글의 베팅은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으로 보이니까요. 닉슨 행정부 시절,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소련과 동구권 국가의 공산주의자들이 자신을 ‘미치광이’로 봐주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난 미친 놈이니까 건드리면 미치광이처럼 행동하겠어. 전쟁도, 3차 세계대전도 겁나지 않아.”

이런 메시지를 적대국에 던졌다는 것이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국가라면 이런 닉슨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마련입니다. 전쟁은 싫으니까요.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하는 행동(연평도 포격 등)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애플과 MS에게 구글도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특허로 “이런 것이 게임의 법칙”이라면서 구글을 압박하고 나선 건 합리적인 일입니다. 큰 돈을 퍼부었다고 해봐야 MS는 노텔 특허 인수에서 약 1조 원 정도 썼고, 애플도 2조 원 정도 썼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구글은 현금보유액 3분의 1을 모토로라에 집어줬습니다. 계약 내용도 심플합니다. 프리미엄을 60% 얹어서 현찰로 주겠다는 겁니다.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죠.

당연히 구글 주가는 곤두박질쳤지만 래리 페이지는 “주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판단을 미화합니다. MS도, 애플도, 현금보유액으로만 따지면 구글에 뒤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애플은 구글보다 두배나 많은 760억 달러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한 번도 이렇게 미치광이처럼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애플 스타일이니까요. 스티브 잡스는 모험을 걸어서 성공하지 않습니다. 검증된 기술로 반발 앞선 미래를 완벽하게 구현하죠. 애플의 세계는 아름답게 큐레이팅된 일급 미술관과 같은 세계입니다. 주주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하는 MS의 경영진들도 보수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갑갑한 양복쟁이 느낌도 여기서 나오죠. 그러니 MS의 세계는 지루하지만 깨끗한, 파티션으로 잘 나눠진 사무실 같습니다.

구글은 다릅니다. 경영권을 방어하고 회사를 벤처처럼 경영하겠다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 구글의 듀얼클래스 제도를 아시나요? 그 제도가 이런 결과를 결국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구글은 창업자 겸 CEO가 한 번 미치면 ‘못 할 게 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죠. 구글의 세계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같습니다. 규칙도, 질서도 없지만 아름답지 않느냐고 강변하고 사람들을 홀리고야 마는 그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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