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섯가지 색의 피를 흘리니까요.

애플의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듣거나 이들과 개인적인 얘기를 나눌 때면 이들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들은 좋은 팀입니다. 매우 부러운 팀이죠. 이들은 대부분 아주 부분적인 일을 하지만, 전체를 볼 줄 압니다. 자신들이 지금 무슨 종류의 일을 하면서 관련 기술을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 세상의 어느 부분을 더 진전시키고 있는지는 압니다. 그 중에는 팀 쿡과 같이 현재의 CEO 자리까지 오른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더 아는 게 많고, 더 헌신적이며, 더 뛰어날 겁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평직원들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전반적인 일하는 문화의 수준이 높습니다.
“우리는 제품에 집중하는 회사에요. 제품에 신경쓰지 않고 다른 곳에 신경쓰면 회사는 금세 망가져요. 그런 기업들을 참 많이 봤어요.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보다, 얼마나 팔지부터 고민하는 회사들이 그렇게 망가지거든요. 스타트업은 그래서는 안 돼요.”

애플 직원에게서 최근에 들었던 얘기입니다. 그냥 툭 던지듯 얘기했던 굉장히 짧은 한 마디였는데, 너무 인상적이라 도저히 잊혀지질 않네요. 제품에 집중한다는 것, 그리고 애플의 개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한 때 엑손모빌보다 시가총액이 더 컸고, 역사가 25년이 됐으며, 전 세계에 직원이 5만 명이 넘는 회사)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생각한다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군대’라고 합니다. 팀장이든, 임원이든, 윗사람이 지시를 하거나 논쟁을 정리하면 아랫사람들은 이를 따릅니다. 위계질서가 분명하기로 유명하죠. 그렇다고 덜 창의적이라거나, 고압적이라서 의견 개진을 못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평직원의 의견이 (크게 초점을 빗나가지만 않았다면) CEO 레벨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주일 정도라고 합니다. 자, 우리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우리 스스로 또는 우리 동료들이 낸 의견은 언제 CEO 또는 최고경영진 레벨까지 올라갔다가 피드백을 받아서 돌아내려오나요. 직원 5만 명 짜리 회사에서 이럴 수 있는 곳이 또 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없어서 애플이 힘들 거라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합니다. 비저너리와 창의력, 영감의 원천이 사라졌으니 더 이상 마술같은 작품들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도 합니다. 뭐,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닐 것 같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컴퓨터 역사 박물관 글에서 보여드렸던 파워북 같은 제품의 존재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떠난데다(그리고 6년이 흐른데다) 버드 트리블 같은 핵심인재까지 빼내어 간 상황에서도 애플은 간간히 히트작을 낸 겁니다.(물론 아이폰 같진 않았지만)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사람들의 존재입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복귀했던 시절에 대해 회고합니다. 파산까지 90일 남았을 때, 애플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안 좋았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뛰어난 인재는 다 회사를 그만뒀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엄청난 인재들 몇몇이 회사를 나가지 않고 있더라는 겁니다. 조너던 아이브 같은 사람들이었죠. 한 마디가 귀를 확 잡아끌었습니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죠.

“그들에게 왜 남아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남아있던 그 인재들 가운데 한 명이 약간 두려워하면서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왜냐면 나는 여섯 가지 색의 피를 흘리니까요.'(Because I bleed in six colors.)”

여섯 가지 색은 옛 애플 로고의 색을 뜻합니다. 옛 애플 로고는 위부터 초록, 노랑, 오렌지, 빨강, 보라, 파랑의 여섯가지 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섯가지 색 피를 흘린다는 말은 그만큼 애플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는 뜻이죠. 이는 미국인들이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나는 붉은 피와 하얀 피, 그리고 푸른 피를 흘립니다”(I bleed red white and blue, 즉 삼색이 사용된 성조기)라는 표현을 연상시킵니다.

앞으로의 애플도 잘 해나갈 겁니다. 적어도 세상에서 생각하고 지레 짐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 해나갈 겁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여섯 가지 색의 피를 흘릴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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