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써도 덜 쓴다 (2) 에어비앤비로 지킨 집


첫 화면에서 ‘회원가입’, 두번째 화면에서 ‘페이스북으로 회원가입’을 눌렀다. 그러자 가입이 끝났다. 그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 위한 전부였다. 동시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내가 숙박하고 싶은 지역(샌프란시스코)과 희망 가격대(10~200달러)를 입력하고 적당한 숙소를 고른 뒤 예약 버튼을 눌렀다. 에어비앤비에서 내 신용카드 정보를 확인하자 모든 게 끝났다. 3시간도 되지 않아 집주인으로부터 예약을 확인하는 e메일과 전화번호를 받았다. 집주인의 이름은 피터 불이라고 했다. 이미 몇 차례 방을 빌려준 적이 있던 사람이고, 나보다 앞서 그 방을 이용한 사람들의 평가도 모두 좋았다.

나는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짧은 출장을 왔다가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 가입한 젊은 남자였다. 피터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나도 그를 믿기 힘들었고, 그도 나를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에어비앤비라는 인터넷 숙박중개 서비스가 있었다. 내가 시스템을 믿어보고, 그 사람도 시스템을 믿는다면 내 첫 거래는 잘 이뤄질 것이었다. 직접 해보기로 결심한 이유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봤던 그대로, 방은 깨끗했다. 나 혼자 쓸 수 있는 욕실이 있었고, 쌀쌀한 샌프란시스코의 가을밤을 버티게 해주는 난방기구도 있었다. 피터는 집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맞아줬고, 저녁 약속을 위해 시내로 나가야 했던 내게 금요일 저녁 교통정체를 피해서 빠르게 운전해 갈 수 있는 좋은 우회도로를 안내해 줬다. 하룻밤을 잘 보내고 났더니 다음날 아침에는 조깅코스도 소개받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이 도시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본 건 처음이었다. 피터가 소개해 준 그의 집 뒤에 있는 버널 하이츠 파크 덕분이었다. 태평양과 고층빌딩, 주택가와 도로가 굽어보이는 이 공원은 구글 지도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숨은 보석같은 곳이니 남에게 말하지 말라”는 평가가 붙어있던 곳이었다. 호텔보다 훨씬 값싸면서도 다운타운과 공항 모두에서 가까웠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빌려주는 인터넷 서비스다. 호텔처럼 예약을 하고, 숙박비를 내지만 숙소 주인에게서 직접 방을 빌린다는 게 차이다. 나는 버널 하이츠의 방 한 칸을 빌렸지만, 에어비앤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숙소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나무 위의 오두막부터 100년 된 목재 선박에서의 하룻밤, 호텔보다 훨씬 싼 다운타운 한 가운데의 원룸까지 다양한 객실이 존재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1년 10월25일 기준으로 192개국 1만9732개 도시에서 56만 개 이상의 방을 예약할 수 있다. 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내년이면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할 수 있는 객실 수가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 힐튼보다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예약을 인터넷으로만 해야 하고, 집주인으로서는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낯선 사람을 선뜻 자기 집에 들여야 하는 이 낯선 시스템의 성공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처음 가입한 한국인 여행자가 미국인의 집에서 당일 예약으로 하룻밤을 지내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숙소 자체도 괜찮았지만, 호텔처럼 사생활이 보장됐고, 호텔과는 달리 집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다는 게 훨씬 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묵을 수 있는 곳이 관광지나 비즈니스구역 주변이 아닌 일반 주택가라 마치 샌프란시스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여행이란 새로운 경험,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남는 것인데 에어비앤비는 이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여행자에게 에어비앤비는 현지인과 비슷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추억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다. 하지만 피터에게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그의 직업은 목수였다. 특별히 많은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일했고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뒷마당이 예쁜 작은 집도 한 채 샀다. 그리고는 경제위기가 닥쳤다. 피터는 일자리를 잃었다. 수입도 없어졌다. 그리고 집을 사면서 진 빚만 남아 그의 허리를 짓눌렀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집이 사라질 상황이었다.

그 때 에어비앤비를 알게 됐다. 8월의 일이었다. 집을 등록했더니 매주 2, 3명의 손님이 들렀다고 했다. 6주 째에 묵었던 나는 대략 15번째 전후의 손님이었다. 피터의 집에서 하루밤 묵는 숙박비는 78달러. 이 가운데 8달러가 에어비앤비에 수수료로 돌아가고 불 씨는 70달러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에만 1000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모기지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었다.

피터는 낯선 이에게 자신의 집 일부를 나눠줬다. 그리고 낯선 이들이 지불한 돈 덕분에 그 집을 지킬 수 있었다. 그게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성장해도 그 성장의 열매가 소수의 손에서만 머문다는 사실이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사업모델은 이런 구조를 조금씩 바꾼다. 힐튼과 같은 거대 호텔체인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한다면 그 과실은 힐튼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처럼 수많은 개인이 시장을 무수히 작은 규모로 나눠가진다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대략 20번째 직원 정도로 입사했다는 이 회사의 대변인 에밀리 조프리언 씨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2008년 에어비앤비가 문을 열었던 해, 금융위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어요. 자신들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집을 사라고 부추기던 사람들이 다시 집을 빼앗아가기 시작한 거죠. 그 때 우리 사업모델이 관심을 얻었어요. 직장에서 해고된 뒤 에어비앤비로 모기지를 낼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수없이 많아요. 에어비앤비로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죠.”

에밀리에게 그날 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말해줬다. 에밀리가 물었다. “어디서 묵는데요?” “포트레로 힐 근처였던 것 같아요.” “아, 그럼 혹시 피터의 집에서 묵는 거에요?” 힐튼을 능가할 세계적인 숙박업체의 홍보책임자는 옆 동네에서 6주 전에 새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사람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이들은 힐튼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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