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FC바르셀로나가 사용하는 승리의 축가가 있다. NASA의 우주왕복선 선원들이 우주로 나가 시간 관념을 잃었을 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기상 음악으로 선택한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2009년 그래미가 뽑은 ‘올해의 노래’가 됐다. 또 디지털 싱글로만 520만 곡이 팔려나갔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이 디지털로 팔린 영국노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난 10년 동안 들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스웨덴 다큐멘터리는 30분 가까운 시간을 온전히 ‘비바 라 비다’ 한 곡을 조명하는데만 사용한다. 스웨덴어로 제작됐지만 콜드플레이 멤버들의 영어 인터뷰가 대부분이라 스웨덴어 부분을 다 건너뛰고, 간혹 나오는 스페인어 인터뷰도 건너뛴다해도 이해에는 별 무리가 없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롭게 몇 가지 사실을 알게됐다. 우선 곡이 시작될 때 나오는 매력적인 바이올린 협주는 이탈리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로시가 혼자서 모든 파트를 다 녹음했다. 또 크리스 마틴을 비롯해 밴드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보컬 없이 멤버들이 함께 ‘오오오~오오’를 반복해 부르는 후렴 부분이라고 한다. 콘서트 장면을 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수만 명의 관객들과 함께 동일한 후렴구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고 있다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체감이 들테니까. 그리고 조 새트리아니의 기타연주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역시 이러저런 측면에서 근거없는 소리였음이 밝혀진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의 모든 음악은 표절이다.

이 곡의 멜로디는 정말 불꽃같다. 그리고 노래 제목처럼 인생에 감사하게 만들고(비바 라 비다는 스페인어로 ‘인생 만세’라는 뜻이다), 행복해지게 한다. 그런데 가사는 완전히 다른 뜻이다. 가사는 처연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다. 크리스 마틴은 이게 일종의 은유라고 설명했다. 가사를 직접적으로 읽으면 몰락한 왕의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사실은 인생의 중요한 관계 맺기에 실패한 한 남자의 얘기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패하고, 그 관계를 되돌리고자 애쓰는. 멜로디와 가사의 적절한 거리 때문인지, 이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도무지 물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내 전화기 벨소리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다큐멘터리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있다. 애초에 크리스 마틴이 이 곡을 쓰게 된 건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가 그린 강렬한 그림 ‘Viva la Vida’ 때문이었다고 한다. 멕시코에 가서 그녀의 그림을 봤는데, 그날 밤 원색의 그 그림이 준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새벽 두 시에 잠에서 깼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가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쓰기 시작했다. 마틴이 이 곡을 다 쓰기 까지는 겨우 1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

진짜 작업은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멜로디와 가사를 다 써놓고도 현재의 곡으로 만들기까지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멤버들에게 곡을 들려주고, 수없이 편곡하고, 다시 쓰고, 또 고치고의 반복. 이렇게 편곡된 비바 라 비다의 버전은 55가지에 이르렀다. 여태까지 콜드플레이가 만들었던 모든 곡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또 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조니 버클랜드는 이 곡을 위한 리프만 50개 이상 만들었다. 그러고도 끝이 나지 않았다. 2007년에 데모송이 나왔지만 여전히 부족했고(다큐멘터리에도 나온다. 지금의 완성된 곡과 너무 달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멤버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지막에 노래가 완성된 건 작은 교회종을 찾으면서였다. ‘동, 동,’ 아주 작은 효과음이었는데 이 종소리가 노래에 들어가면서 지금의 비바 라 비다가 완성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머릿속에서 이 종소리를 빼고 들으면 지금의 곡이 정말 뭔가 비고 허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영감은 순간에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감을 진정한 명작으로 만들어내는 건 끊임없는 정제와 담금질의 마술인 셈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왜 우리가 혼자 일하는 것보다 팀으로 일하려고 하는지 알려준다. 한 명의 천재는 놀라운 일을 시작하게 도와주지만, 그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걸작으로 완성시키는 건 좋은 팀의 역할이다. 콜드플레이라는 밴드 없이 크리스 마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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