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smart?

늘 의문이었다.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어떻게 스마트하게 살라는 것인지. 그만큼 안드로이드에 대해 불신이 심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기점으로 조금씩 생각이 변했고, 갤럭시 넥서스 하드웨어에도 만족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주 갤럭시 노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내 건너갔다, 돌아왔다(USIM을 갤럭시 노트에 꽂았다가, 아이폰4에 꽂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보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아주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왔다갔다 한 중간 느낌이다.
우선 갤럭시 노트를 쓰면서 느낀 좋은 점부터. 사실 안드로이드폰을 기계적으로 리뷰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 폰은 내가 쓸 폰”이라고 생각하면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테마도 바꾸지 않고, 아이폰에서 쓰던 앱을 대체할 앱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폰과 동일한 앱을 깔아서 하루이틀 정도 아이폰 대신 써보면서 장단점을 찾았다. 이번엔 달랐다. 실망해도 다시 돌아왔고, 좋은 점이 있으면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음악도 듣고 게임도 했다. 사실 이 점이 제일 중요했다. 음악하고, 게임하는 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험이니까. 예전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음악을 듣는 기능은 형편없이 후졌고, 게임은 별로였다.

그 결과 이번엔 좋은 점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구글뮤직. 이건 정말 아이튠즈 매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무료로 2만 곡의 MP3 음악을 구글 서버에 올려놓고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다. 구글 계정만 있다면 모바일웹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데스크톱, 노트북 가리지 않고 활용 가능하다. 혁신적이고, 놀랍고, 정말 싸다. 공짜니까. 그런데 쓰면서 계속 양심에 가책이 든다. 이게 과연 뭐 하자는 비즈니스일까. 돈 몇 푼 아끼자고 온갖 불법다운로드 음악들에게 평생 면죄부를 준다. 구글이 자기들의 음악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날려 버릴 일은 없을테니까. 그래서 구글 뮤직은 아이튠즈 매치와는 접근 철학부터 다르다. 구글은 그저 파괴자다. 불도저처럼. 좋긴 좋은데, 이걸 쓰면서 계속 씁쓸하다. 난 1년에 3만원(25달러) 정도 내고 음악을 들을 용의가 충분히 있는데.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통화 녹음이 된다는 사실이다. 기자들에게 이건 정말 중요하고, 때로는 결정적일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폰은 미국법에 따라 제조되기 때문에 이 기능이 강제로 빠진다는 데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통화 녹음 관련 앱도 판매되지 못한다. 심지어 탈옥앱 마켓인 Cydia에서도 통화 녹음 앱은 찾을 수가 없다. 미국에선 통화 중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동의받지 못한 녹음에 대해 법적 증거자료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 녹음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이 기능을 보면서 오래된 갈증이 풀린 것만 같다.

안드로이드용으로 특화된 앱들도 꽤 쓸만하다. 시스템에는 손도 못 대는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굉장히 많은 부분을 앱들이 직접 건드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체리피커. 문자메시지를 읽어서 스스로 해석해서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알뜰 카드 사용을 돕는 이 앱은 놀랍다.(신문기사로 소개된 적도 있다.) 이런 걸 만들려면 그저 OS 차원에서 문자메시지에만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인데, 아이폰은 이걸 막아놨다. 당연히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는 아이폰이 월등한 셈이다. 하지만 체리피커 앱 같은 걸 쓰다보면 정말 ‘와우’ 소리가 난다. 안다. 편리함과 보안은 원래 양날의 칼이란 걸. 그래도 편한 건 편한 거니까.

OTA(Over the Air). 말 그대로 모든 게 무선으로 이뤄진다. 휴대전화를 충전할 때 외에는 거의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삼성이 직접 만든 Kies Wifi 앱도 매우 뛰어나다. 웹브라우저로 파일 탐색을 하도록 만들다니. 크롬북이든, 내 맥북이든 관계없다. 확실히 디바이스의 폐쇄성을 벗어난다는 점에서는 구글이 앞서 있다. 애플은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면 하드웨어를 팔 수 없기 때문에 택하기 힘든 방식인데, 따라서 안드로이드가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 얘기 한 김에 더 말하자면, ‘갤럭시 초이스’ 같은 앱은 꽤 산뜻한 인상을 준다. 안드로이드마켓의 가장 형편없는 점은 엉망진창 쓰레기앱들이 마켓에 지나치게 많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보석같은 쓸만한 앱들이 있긴 한데,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보석이 보석으로 대접받는데다, 보석이 아니더라도 대충 쓸만한 광석이긴 하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는 오물 더미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안드로이드팀이 아무리 골라봐야 그거야 레퍼런스폰을 위한, 최신의, 일부의 앱 정도나 골라진다. 심지어 이렇게 고른 것들도 애개, 싶기도 하다. 그런데 삼성은 아예 갤럭시에서 잘 돌아가는 앱만 모아서 ‘갤럭시 초이스’를 만들었다. 앵그리버드부터 사운드하운드까지. 제조사가 최고 수준의 큐레이션을 직접 벌여서 소비자들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HTC나 모토로라도 이런 걸 하던가?

음성인식. 아이폰은 아직 한국에 맞춰 음성 관련 커스터마이징을 제대로 해 줄 정신까지는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 아이폰 오프라인 판매도 연기할 정도로 제품이 잘 팔리는데 뭣하러 한국까지. 아마도 시리(Siri)의 한국어 서비스가 나올 올해 중후반에야 어떻게든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구글 음성인식과 키보드 어디서든 바로바로 인식이 되는 안드로이드 방식이 음성 입출력에는 상대적으로 편하다.

그리고 펜. 이것 때문에 갤럭시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슥슥. 아주 가는 선으로 선 굵기를 줄여서, 작은 글씨로 글을 썼는데도 별 무리없이 필기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장점이다. 그런데, 디폴트 필기앱인 S메모가 ‘저장’ 버튼을 눌러야만 작성중이던 메모를 저장한다. 황당하다. 여러 장을 쓰다가 마지막 장을 날려버리는 경험이 꽤 자주 있다. 전형적인 윈도 방식, 또는 옛 공돌이 방식의 ‘작성-저장’ 프로세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좋은 점 얘기는 대충 했다. 그러면 이제부턴 쓴소리.

무엇보다 갤럭시 노트는 안 예쁘다. 안드로이드 OS는 더 안 예쁘다.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뭐라뭐라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갖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봤자 아직 멀었다. 갤럭시와 안드로이드에는 독특한 취향이 없다. 그러니까, 냉정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는 아저씨 같다. 아이폰을 쓰다 안드로이드로 건너오면 드는 느낌은 최근 내가 10년 넘게 탄 헌차를 바꾸려고 가끔씩 새 차를 시승해보곤 했는데, 그때 새 차 시승을 마치고 다시 내 차를 모는 느낌과 비슷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디테일, 사용자부터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 아이폰/아이패드에서 화면 일부를 확대한 뒤 스크롤을 하면 화면이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게 아니라 손가락 방향을 해석해 상하로만, 또는 좌우로만 화면이 움직인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상하좌우 360도 화면이 아주 자유롭게 움직인다. 안드로이드가 사용자 의도를 충실히 더 반영한다고? 읽어보면 안다. 사용자의 의도는 글을 편하게 읽는것이지 정신없이 움직이는 화면을 보려는게 아니다. 심지어 글을 아래로 스크롤한 뒤 맨 위로 한번에 이동하는 기능도 안드로이드에는 없다. 개별앱들이 일부 지원할 뿐이다. 소비자가 모두 하루종일 유튜브만 볼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주소록. OSX 차원에서 연동되는 맥-아이폰-아이패드를 이어주는 애플의 주소록을 쓰다가 어쩔 수없이 구글 주소록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이클라우드(iCloud)가 구글주소록과 직접 동기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성과 이름 구별하는 데에도 소극적이던 구글 탓인지,(그냥 말하는대로 쓰면 검색된다는 배짱)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쓰던 구글주소록을 일부러 못 쓰게 만든 애플 탓인지. 하여튼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클라우드가 더 좋은데, 어쩔 수없이 구글로 돌아와야 했다. 기능은 쓸만한지 몰라도 멋대가리는 전혀 없는 그 방식으로.

갤럭시 노트의 화면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채도를 높여서 생동감있어 보이게 만든 것까지는 좋은데, 특정 색 영역에서 붉은색이 너무 도드라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진을 아이폰에서 보면 훨씬 자연스럽고, 갤럭시노트에서 보면 부담스럽다. 붉은색 계열에선 그냥 넘기기 어려운 수준의 왜곡도 가끔 일어난다. 억지로 화장을 덕지덕지 해서 부자연스러운 미모를 만들어낸 싸구려 얼굴 같은 느낌이다. 훌륭한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라고는 볼 수 없는 실수다.

말 나온 김에 카메라도 얘기하자면, 그냥 쓰기에는 갤럭시 노트의 카메라도 무난하고 훌륭한 카메라다. 갤럭시 시리즈의 이전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꽤 좋아졌다. 하지만 늘 얘기하는 고질적인 셔터랙 문제는 (다른 안드로이드 경쟁사와 비교하자면 꽤 훌륭한 수준이지만) 아이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쳐진다. 사람들은 셔터가 눌리는 바로 그 순간의 사진이 필요하다. 그게 스냅사진 아닌가. 그런데 갤럭시 노트에는 여전히 셔터랙이 존재한다. 누를 때 보였던 화면은 멋진데, 실제로 나온 화면은 그 장면이 아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는 인스타그램도 없고, 안드로이드용 패스(Path) 앱은 필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쳇.

또 하나, 한 손으로 쓸 수가 없다. 아이폰 크기가 사실상 한손으로 무리없이 쓸 수 있는 최적화된 화면크기가 아닌가 싶다. 갤럭시 넥서스도 그랬는데, 화면이 크면 보기는 좋은데, 조작은 쉽지 않다. 갤럭시 노트는 아예 두 손 쓰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이 화면 크기 덕분에 세로모드에서도 키보드 입력시 오타가 거의 없다. 갤럭시 노트를 보면서 다시금 펜글씨로 입력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써보니 키보드 오타가 확 줄어들고 입력속도도 빨라져서 펜글씨 입력을 포기했다. 필요 없어졌다.

끝으로 하나. 이 모든 게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와 나온지 1년 반 된 아이폰4 사이의 비교다. 난 Siri라거나, 800만 화소의 놀라운 아이폰4S 카메라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갤럭시 노트는 아이폰4를 버리고 안드로이드로 전향하는 걸 고민하게 할 몇 가지 이유를 제공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여름이나 가을에 아이폰5가 나올 때까지는 갤럭시 노트를 써볼 생각이다. Go런처 같은 걸 쓰는 재미도 느꼈고, 구글 뮤직은 맘에 드는데다, 체리피커 데이터도 쌓아보고 싶으니까.

늘 그렇듯,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유일한 회사가 한국 회사라는 건 나쁜 경험이 아니다. 솔직히 조금은 국수적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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