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의 불편한 진실

SK텔레콤이 오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버라이즌과 NTT도코모 등 LTE를 시작한 해외 이동통신사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LTE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내용입니다. 축하할 일입니다. 차세대 통신 LTE 서비스를 빠른 시간에 대중화한 것도 놀라운 능력이죠. 그런데 함께 내놓은 서비스들이 가관입니다.
SK텔레콤은 이른바 ‘생활가치 혁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합니다. “교육·가정·여가·직장 등 고객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 LTE를 통해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운 모바일 라이프를 제공하기 위한 SK텔레콤 만의 LTE 차별화 전략”이라는 게 자기들 얘기입니다. 멋져보이죠?

본질은 이렇습니다.

1. LTE 강점을 극대화한 ‘스마트 교육’ 요금제를 통해 ‘T스마트러닝’의 우수 교육 콘텐츠를 무료 제공
=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SK텔레콤이 만든 교육콘텐츠를 쓸 때만 LTE데이터통화료가 무료고, 다른 회사 교육콘텐츠를 쓸 때는 돈을 내세요.”

2. 멀티미디어 콘텐츠 이용료 대폭 할인하는 ‘FUN특화 상품’ 2월 출시
= 역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멜론(SK플래닛의 음악서비스) 스트리밍 무제한 이용, 영화-TV 다시보기 상품 데이터 무료 등, SKT 멀티미디어만 데이터 걱정말고 봐라. 나머지는 요금폭탄 맞든 말든.

3. 가족 간 소통 위한 음성·영상통화 대폭 제공
=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페이스타임이고 나발이고, 마이피플이고 나발이고, SK텔레콤 영상통화만 무료.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컴퓨터로 인터넷 쓰시죠? 유튜브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도 보고, 벅스에서 음악도 들으시죠? 그러면서도 평소에는 어느 회사 인터넷을 쓰는지도 모르셨죠? KT든 SK브로드밴드든 관계없이 인터넷은 월 요금만 꼬박꼬박 내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KT가 인터넷 요금을 확 올려놓고서 “KT 동영상 서비스와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인터넷 요금 무료, 유튜브와 벅스를 쓰면 데이터이용료 내세요”라고 얘기하면 황당하겠죠? 지금 SK텔레콤의 서비스가 딱 그런 겁니다.

정액 요금제가 있던 3G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SK텔레콤 서비스와 다른 기업 서비스가 동일하게 경쟁했으니까요. 하지만 정액요금제를 사실상 없앤 LTE환경에서 이런 요금제는 사실상 자기회사 서비스 밀어주기에 다름아닙니다.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러자고 주파수가 국민의 자원이네 뭐네 주장했던건가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보이스피싱 방지, 유해콘텐츠 차단 서비스 등도 끼워넣었지만 본질은 한 가지입니다. “SK텔레콤 가입자는 SK텔레콤 서비스만 쓰세요. 나머지는 다 비싸지만 LTE가 원래 그런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이 소식을 들으면서 전 왜 우리가 망중립성, 망중립성 하면서 통신사들의 책임을 일깨워야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SK텔레콤 LTE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건 축하할 일이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의 혁신을 이끌었던 수많은 인프라에 다시금 빗장과 굴레를 씌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비자운동이라도 벌이면서 단체로 LTE 보이코트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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