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그의 손이 몇 차례 책상을 두드렸다. 난 녹음기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녹음 내용을 다시 되감아 듣고 있자니 그 소리가 계속해서 내 고막도 때렸다. 그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몇 명 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한 내 (주관적 편견이 가득 담긴) 분석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둘 중 하나로 요약된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거나,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거나.
2010년 10월 정식으로 인터뷰를 했으니 1년하고도 두 달 이상 지난 셈이었다. 그새 김상헌 대표에게 묻고 싶었다. 1년 전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했는데, 그 때 얘기했던 것들은 다 이뤘냐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느때보다 바빴고, 또 위기였던 기간이었으니 NHN도 많이 변했고, 깨닫고 얻은 것들도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격변기에 NHN은 여전히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켜냈다. 사실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강력한 경쟁사였던 구글이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서 한국 시장에서 치고나가질 못했고, 좀 덜 강력한 경쟁사였던 다음이 너무 소극적이라 기회를 성과로 충분히 바꿔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솔직히 내 생각에는 아직 NHN이 뭔가 잘 해서 1위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경쟁사들이 충분히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래서 다시 만난 자리였다. 김 대표는 계속해서 책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작은 대화를 듣기 위해 잔뜩 올려놓은 볼륨 사이로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책상 두드리는 소리는 지나친 자신감과 부족한 자신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독려하는 북소리처럼 들렸다.

– 새해인데, 올해 목표부터 얘기해 보죠.
“새해 화두는 ‘실행’입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스마트폰도 등장했고,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로 빨리 넘어왔어요. 사자성어로 보면 암중모색이죠. 올해는 스마트폰이 새로 나왔던 것, 또는 태블릿PC가 나왔던 것 정도의 새로운 게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다 나타났죠. 그걸 누가 서비스로 실행하느냐의 문제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승자가 가려지는 해입니다. NHN이 승자겠죠. 우리는 방향을 잡는 걸 제일 잘 한다는 자신은 없지만 방향이 결정되면 그 방향으로 잘 할 자신은 있어요. 삼성도 그렇잖아요? 실행력이 뛰어나고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죠. 우리도 서비스에서 그런 회사가 될 겁니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다. 1등이 뭔가 하면 빠르게 베껴서 쫓아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본능에 가까운 방식인데 관건은 스피드다. 문제는 NHN이 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 소셜네트워크 관련 계획이 야심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과는 의아합니다. 이룬 게 있나요?
“네이버미는 건실하게 성장중이고, 미투데이는 글로벌 서비스 사이에서 선방했습니다. 네이버톡은 라인으로 통합한 뒤 선전했죠. 부연하자면 네이버미는 우리만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화된 서비스와 툴을 제공하죠. 저변이 많이 확대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500만 명 정도가 씁니다. 나중에 우리만 제공하는 특별한 가치가 될 겁니다. 미투데이는 올해 1월 기준으로 800만 명. 회원 수로만 봐도 페이스북·트위터보다 많습니다. 라인도 론칭한지 6개월 만에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내가 굉장히 편향된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부 계층에 속해 있긴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봐도 NHN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소셜서비스는 별로였다. (디지털 기술이라곤 잘 모르는) 아내의 친구들이 SNS를 싫어하는 아내를 꼬드겨 페이스북의 세계로 끌어내는 걸 몇 달 전에 봤고, ‘나꼼수’와 조국, 진중권 같은 사람들이 아내를 트위터의 세계로 유혹하는 것도 비슷한 시기에 함께 봤던 기억이 있다. 그 기간 동안 난 아내의 아이폰에 라인과 미투데이를 깔아줬지만 한번도 쓰는 걸 보지 못했다. 심지어 아내는 네이버 주소록과 네이버 메일을 쓰는데도.

– 지금 네이버를 보면 소셜서비스를 전체 서비스를 통합하는 관계망 중심의 통합서비스로 보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떨어진 서비스 하나하나로 접근한다는 느낌입니다.
“페이스북 등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페이스북은 실명에 기반한 오프라인 지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죠. 우리에겐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그들과 다른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네이버 모델에 그냥 이것저것 덧붙이기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건 아니죠. 우리는 가진 걸 전제로 생각하는 경향은 있어요. 그게 우리 한계일 수도 있죠. 하지만 단편적으로 개별적인 서비스는 아닙니다. 잘 연결돼 있고, 다른 서비스에 없는 가치를 만들려 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위 말하는 메이저 서비스와의 연동이 안 돼 있는 걸 문제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우리가 NHN 자체 생태계에 기반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생태계가 아니라고 하면 곤란해요.”

– 한국 네티즌이 굳이 네이버를 쓸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이 작으니까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했듯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까지 보면 어떨까요? 이런 방향은 NHN에게 위기 아닙니까?
“현실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아직 국경과 언어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장래에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죠. 지금은 외국에서 네이버에 접근하는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한국인을 위한 글로벌 서비스죠.”

얘기가 겉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린 다르다, 한국은 다르다, 한국적 상황이 있다, 월마트도 이마트한테 지지 않았느냐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모두 대기업들이 흔히 쓰는 논리니까. 드문 벤처 성공 사례였던 NHN의 입에서 많이 듣던 얘기를 듣는 기분은 묘했다.

– 광고 문제를 봅시다. 모바일이 성장하지만 PC보다 매출도 작고, 다음 아담 같은 걸 보면 가능성보다는 생각보다 저조한 느낌이 듭니다.
“모바일의 디스플레이 광고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모바일에서 작년에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문제는 PC에서 줄어드는 폭을 모바일에서 보충할 수 있느냐죠. 아직은 그렇지 않아요. 다행히 PC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증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모바일 사용량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검색 쿼리 대비 매출’을 봐야 하는데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몇 가지 화두가 있습니다. 개인화 타게팅 광고가 대표적인 것이죠. 검색 결과에서 전화번호를 바로 연결한다거나 하는 방식도 연구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게 결국 쇼핑과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쇼핑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쇼핑에 대해서도 많은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광고라는 개념이 아니라 검색의 더 넓은 외연으로 연결지으려는 고민을 합니다.”

– 사실 광고를 제일 잘 보여주는 단말기는 직접 만들어야 잘 만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페이스북이 페이스북폰을 만든 것처럼. 네이버 전용 디바이스 계획은 없나요?
“디바이스 고민은 사실 몇 년 전부터 했습니다. 결론이 났는데,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네이버폰으로 만드는 건 ‘네이버 컴퓨터’, ‘구글 컴퓨터’를 따로 만드는 셈입니다. 컴퓨터는 그렇게 쓰지 않죠. 우리가 아이폰보다 더 좋은 폰을 만들 수 있다면 만들어 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만드는 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데 차라리 낫습니다. 또 페이스북처럼 7억 명을 대상으로 시장을 생각하는 것과 우리는 다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같은 걸 보면서 디바이스보다는 아마존이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북스, 네이버 뮤직이 그런 고민에서 나온 서비스죠.”

그래도 NHN만의 방식이란 게 있을 수 있다. 어차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애플과 구글이 했던 방식대로 해서는 그들을 능가할 수 없는 법이니까. 삼성전자가 온갖 비판을 들으면서도 애플과 1, 2위를 다투는 회사로 부각되는 건 그들이 다른데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잘 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잘 하는 건 끝내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엄청나게 복잡한 제품 라인업을 세계 최고 수준의 SCM 능력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 생각에 전자 제조업체 가운데 이 정도의 공급망관리 능력을 갖춘 회사가 있다면 그게 애플과 삼성 단 두 곳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NHN의 강점은 뭘까. 이들은 어디에 집중하는 걸까.

– 해외 업체에서 배운 게 있나요?
“통찰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때문에 사람들이 산업을 보는 시각이 변했어요. 페이스북이 세계에서 1등하지 못 하는 나라 가운데 한국이 들어 있습니다. 물론 싸이월드 때문인데, 하나가 더 있습니다. 컴스코어 자료에 보면 ‘네이버 카페’가 있어요. 회원 수 2000만 명. 우리도 사실 이걸 보고 놀랬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절대로 1등 할 수 없습니다. 컴스코어 관점으로 보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560만 명 쯤 됩니다. 그런데 언제 네이버 카페를 따라잡겠습니까. 우리가 사실 그동안 카페에 주목해 왔어요. 카페라는 게 꽤 좋습니다. 지역 카페, 취미 카페… 내가 여의도 살 때엔 여의도 카페에도 가입해 있었죠. 그 사람 개인은 모르더라도 카페라는 집단의 관심사와 사는 곳 등은 알 수 있으니 우리는 어마어마한 자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인 겁니다. 이런 걸 이용해서 올해 멋진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 그런 자산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것 아닌가요?
“이미 우리는 훌륭한 플랫폼사업자입니다. 왜 페이스북은 플랫폼이고 우리는 아니라고 보는 거죠?”

– 네이버 카페를 보죠. 카페 회원, 활동 지수, 가입자의 다른 카페 가입 현황 등의 정보를 네이버가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외부 개발자가 쓸 수 있어야 플랫폼인 것 아닙니까?
“그게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에 만든 카페앱 같은 게 그런 거죠. 앞으로 소셜 그래프를 그려서 그런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죠? 우리는 지금 거꾸로 소셜 그래프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시작 단계죠. 이 과정에서 문제는 개인정보 문제입니다. 개인들의 카페 활동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맘대로 쓰겠어요. 우리도 개인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보수적으로 해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페이스북은 저렇게 많이 공개하는데’라는 변명이 통하질 않거든요. NHN은 한국 사회의 한국 기업이니까요. 예를 들어 미투데이 가입자가 어떤 카페에 가입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개발자에게 미투데이의 활용도가 엄청나게 높아지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단순히 정부 규제 문제는 아니에요. 이용자들의 집단적인 의식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건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파괴력은 정말 큽니다. 인터넷 기업 대표로 그동안 일하면서 배운 건 이 회사가 집단적 사고, 집단적 의식, 집단적 가치 판단을 일선에서 느끼게 되는 공간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집단 의식을 매일, 매분, 매초 체험합니다. 뭐 하나 삐끗하면 우리가 크게 손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엄청나게 합니다. 법을 뒤지면 언제든 구멍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 구멍을 이용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답답해 보이죠? 왜 이리 느리냐고 할 수도 있을 거에요.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돌다리를 두드려야만 합니다. 개인화? 당장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논란을 피하면서 하는 게 우리의 더 큰 목표입니다.”

몇 가지 자원들이 있긴 했다. 스스로 설명하듯, 카페가 좋은 자원이었다. 그런데 이걸 활용할 생각은 네이버보다는 다음이 먼저 하지 않았던가. 물론 다음의 시도는 별 반향이 없었다. 그 점을 생각하면 두 가지 정도의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로, 카페 정보라는 게 의외로 활용하려고 들면 별 게 아닌 정보일 가능성이다. 소셜그래프를 그리기에는 카페에서 얻는 정보가 너무 불충분한 쓰레기 데이터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면 의미가 없어진다. 둘째로, 카페 정보를 활용하기가 너무 힘들 가능성이다. 카페는 시작 자체가 그냥 게시판이었기 때문에 이걸 의미있는 소셜그래프로 쓰기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려면 아예 카페 시스템을 뒤엎는 수준의 개선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직 다음도, NHN도 그런 개선 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은 듯 싶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적 경쟁력은 보호받는 국내 울타리 아닐까. 언어라는 울타리, 규제라는 울타리 등등. 물론 역차별 규제라는 비판도 있지만.

–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은 한국 규제를 낡은 규제로 직접적으로 비판했어요.
“과연 그 분이 한국 상황을 다 알고 그런 말씀 하셨을까요? 그 규제가 왜 나왔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그 분이 다 이해하고 있을까요? 에릭 슈미트 씨는 훌륭한 분이겠지만 그 분이 한국 사정을 잘 알기는 어려울 겁니다. 우리는 규제를 아주 어려운 주제로 보고 고민하고 있어요. 사업자로서 많은 부분을 생각합니다.전반적으로 슈미트 씨 얘기는 인터넷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신조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인터넷은 원래 개방적이라는 신조가 있죠. 출발점 자체도 그렇고.”

– 그래도…
“제가 최근 겪은 일 하나 말씀드리죠. 제가 유리 밀너하고 알잖아요. 메일닷루(러시아 최대 포털) 사외이사니까. 11월11일이 유리 밀너 생일이에요. 실리콘밸리의 큰손이니까 자기 생일파티에 네트워크 인맥을 전부 초청하더라고요. 저도 이사니까 초청받았죠. 부부동반으로. 그루폰 창업자 앤드류 메이슨 부부하고 같이 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밀너의 집으로 갔는데, 가보니 마크 저커버그, 마크 핀커스(징가),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등 인터넷업계의 잘나가는 사람들이 다 와 있더라고요. 저커버그하고 잠깐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 제가 먼저 인사 좀 하자고 다가갔어요. 처음에는 “당신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내가 한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회사 사장이라고 하니까 바로 궁금해 하는 거에요. 네이버 사장이라니까 갑자기 “네이버 정말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 서비스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시간 있으면 다음날 따로 만나자는 거에요. 저는 귀국 일정이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는데, 언제든 실리콘밸리에 오면 연락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때 네이버가 다른 외국 기업에게도 보여준 게 많아요. 물론 한계도 많지만 배울 것도 있죠. 밀너도 그날 저녁 저를 끌고 다니면서 계속 ‘구글을 이기는 유일한 회사’라고 약간 과장해서 소개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가 개방을 안 했고, 그래서 우리는 망할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어요. 편협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내부에 쌓아둔 콘텐츠가 많긴 해요. 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만으로 보면 엄청난 수준입니다. 일주일 단위로 검색개선안 프로젝트를 계속 10개 이상 돌리는데 엄청난 투자죠. 이런 걸 한 번 보죠. 구글이 최근 자갓서베이를 인수했어요. Yelp 같은 데 구글이 밀리다보니 아예 자갓을 사버린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윙버스를 인수했어요. 구글보다 앞서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놓았던 검색 서비스죠. 이런 부분은 국내에서 별로 인정하지 않아요. 구글은 우리보다 돈이 훨씬 많으니까 돈싸움을 벌이면 결국 우리가 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안 지려고 열심히 해요. 그런데도 계속 비난받으니 섭섭한 거죠. 어떤 건 매우 불공평한 비교입니다.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언어장벽 없이 1만 명이 넘는 기술자를 두고 사업을 벌이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과 몇백명의 엔지니어로 개발하는 우리와는 너무 달라요.”

여러 차례 그의 손은 다시 책상을 때렸다. 오가는 목소리의 톤도 약간 높아졌다. 구글은 정말 엄청나게 거대하다. 구글이 항공모함이라면 NHN은 구축함은 커녕 그냥 작은 초계함 정도에 불과하다. 정면으로 맞붙으면 질 수밖에 없다. 대개 이렇게 해군 전력이 차이나는 경우, 작은 나라는 잠수함을 만든다. 바다 위에서 맞붙으면 백전백패 하겠지만, 바다 밑으로 들어가 조용히 숨어있다가 나타나는 잠수함은 역시 매우 낮은 가능성이긴 해도, 승률이 약간이라도 올라가니까. 지금 NHN은 잠수함을 만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초계함을 구축함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걸까.

–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이제 개인화로 가는 겁니까?
“좀 달라요. 개인화가 아닙니다. 다양한 뷰를 선택할 수 있는 거죠. 뉴스캐스트도 뉴스를 골라보는 건데, 소비자가 고르는 게 아니고, 네이버가 고르는 것도 아니고, 신문사가 고르는 거에요. 오픈캐스트도 마찬가지죠. 특정 분야에서 잘 고를 수 있는 사람들이 고르는 걸 이용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입니다. 큐레이팅 시스템이죠. 이미 4년 전 이해진 의장이 얘기한 겁니다. 웹에 있는 수많은 정보를 골라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이들의 시각을 이용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카페나 지식인 같은 걸 다시 해석하려고 합니다. 사실 요즘 페이스북도 반신반의해요. 페이스북이 과연 미래를 석권할 수 있을까요? 저 요새 미투데이 잘 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가 피곤해요. SNS가 어느 순간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죠. 그래서 관계에 대한 욕망이 페이스북을 성공시킨 요인이겠지만, 관계에 대한 욕망이 무한대로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큐레이션이 계속 필요해지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큐레이션이 네이버가 제공하는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일까? 그 답을 네이버 스스로 찾아내지 않으면 다음에는 누군가 새로운 답을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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