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버블

지난달 가트너의 브라이언 프렌티스 부사장을 만났다. 특별한 주제 없이 올 한 해 IT 업계의 트렌드에 대해 이러저런 얘기를 나눴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 빅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는 신문에 기사로 간단히 소개했다. 그때 함께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SNS에 대한 얘기다. 그는 “단언하는데 지금은 SNS가 버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기”라며 “SNS 투자에 낀 거품은 2013년 이전에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SNS의 ‘닥터 둠’이랄까.
그는 “이해해야 할 건 내가 지금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쓰지 않게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투자에 있어서의 버블이 터지리라는 게 내 예상”이라고 강조했다. 프렌티스 부사장 스스로도 페이스북 팬이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이 놀라운 서비스에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의 미래는 어둡다. 바로 벤처캐피탈 때문이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벤처캐피탈이 실리콘밸리에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이 수많은 벤처캐피탈은 안 좋은 습성을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무리짓는 습성'(Swarming Instinct)”이라고 꼬집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벤처캐피탈들은 지금 모두 성공 신화를 안겨 줄 ‘대박 기업’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IT 산업 중심으로 살아나면서 투자금이 다시 몰려들어 이들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도 최근 수년 동안 가장 많은 상태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들은 “투자를 고려할 때 절반 정도는 그냥 날릴 각오를 하고, 48%에서는 본전만 찾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 2%의 대박을 바랄 뿐”이라는 게 프렌티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런 벤처캐피탈의 부릅뜬 눈에 엔지니어들이 놀아난다. 어쩌면 엔지니어들이 벤처캐피탈을 놀아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와 투자자들은 거대한 무리 가운데에서 함께 공생하는 관계다. 이들이 지금 하는 대부분의 일이 바로 ‘소셜 뭔가’(social something)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셜 게임, 소셜 네트워크, 소셜 미디어, 소셜 뮤직, 소셜 무비 등 앞에 ‘소셜’만 붙으면 서비스가 뭔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페이스북의 성공 덕분이었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패스나 핀터레스트 같은 2차 성공 사례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게 이런 소셜 열풍을 계속 불러 일으킨다.

문제는 투자자의 요구와 엔지니어의 개발 방향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괴리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문제는 SNS가 제한적이란 점”이라며 “소셜네트워크라는 건 일종의 중력과 같은 것이라서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당겨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쓰다가 다른 SNS를 쓰려면 친구가 나를 초대하고, 끌어당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가 하나 더 생긴다고 쉽게 그쪽으로 옮겨갈 리가 없다. 특별한 기능을 갖춘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돈도 많고 엔지니어도 뛰어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그런 기능을 순식간에 따라서 추가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 점이다. 벤처캐피탈은 늘 “2%의 홈런을 날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2%의 홈런은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날렸다. 핀터레스트가 있다고? 아직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더 확실한 건 핀터레스트 뒤로 등장하는 SNS의 성공 가능성은 핀터레스트보다 더 낮다는 점이다. 물론 SNS에 틈새 시장은 존재한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예를 들어 ‘애완견 애호가 SNS’ 같은 SNS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틈새 SNS가 벤처캐피탈로 하여금 홈런을 치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홈런을 원한다. 그런데 이미 8억 명의 사용자 가운데 4억 명 이상이 페이스북에 매일 접속하고 있다. 결국 남는 건 ‘펑’. 거품의 붕괴 뿐이다. 그 때 벤처캐피탈은 쪽박을 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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