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블랙베리

“블랙베리를 쓰고 계시네요?”나는 아무런 공격적인 의도가 없었다. 그냥 로리의 손에 들려 있는 그 스마트폰을 보고 무심코 한마디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거의 공식 반박문 수준이었다. 출장길에 들렀던 기업의 홍보담당자였던 로리는 “알아요, 알아. 내가 이 폰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날 놀려요. 다 한마디 씩 해요. 아이폰도 있고, 삼성폰도 있고, 좋은 게 많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그 아이폰으로 뭘 해요? 인터넷 서핑? 그 수많은 번지르르한 앱들?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는 것 아니에요? 난 이 작은 블랙베리만 갖고도 하루 종일 문자에 답하고, 이메일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여기에 더해서 웹서핑과 앱 놀이까지 하라고요?” 그리고는 키보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거 써봤어요? 난 아이폰 키보드 써봤어요. 그건 장난감이에요, 장난감. 한 줄을 오타없이 쓰려면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요. 블랙베리하고는 비교가 되질 않아요.”

만나기로 약속돼 있던 임원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그녀도 책상 위에 블랙베리를 꺼내놓았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로리가 또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거봐요, 여기도 블랙베리네!” 그 임원도 덧붙였다. “프로페셔널을 위한 스마트폰이죠.”

블랙베리를 만드는 리서치인모션(RIM)이 실적을 발표했다. 최악이다. 기대를 훨씬 하회했고,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 계획까지 나왔다. 전직 대표였던 이사회 멤버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고, 블랙베리의 자랑이던 블랙베리OS는 라이센스 판매를 통해 다른 제조사도 사용하도록 허가할 예정이란 얘기도 나왔다. 매각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우선시되는 계획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회사가 문닫기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이대로는 망한다”는 사실을 회사가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크크런치는 ‘마지막 희망’을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BlackBerry fanboys still exist. They’re out there and love their Bolds and Curves. There still isn’t a better email/messaging device than a BlackBerry. I would go back to a BlackBerry in a hot second if they had a similar feature set as an Android device. Much like Windows Phones now, BlackBerrys have always been about core features over apps.

세상에는 아직 로리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한 때 블랙베리 맛에 중독됐던 사람으로서 나도 이 회사가 화려하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줬으면 좋겠다. 아니, 화려하게 안드로이드 수준까지 올라설 필요도 없다. 그냥 노키아가 망하려다가 윈도폰 덕분에 재기의 실마리를 잡았듯, 이들도 자신의 제품을 사랑하는 팬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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