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의 틱톡 인수

SK플래닛이 틱톡을 인수했다는데,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대체 왜 했을까?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설마… 라고 생각했다. 인수합병의 여러 전통적인 목적을 살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
1. 시장점유율 확대: SK텔레콤은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의 메시징 업체다. 문자메시지가 있지않나. 게다가 돈 못 버는 카카오와 달리 문자메시지로 돈도 번다. 카톡이 발송건수 점유율에서는 앞설지 모르겠는데, 이 격차를 줄이려면 틱톡을 인수하는 것보다 그냥 문자메시지를 무료화하는 게 더 낫다. 그건 SK텔레콤의 수익원이라 손을 못대는 거라면 도대체 이 회사 왜 분사했을까.
2. 기술력 강화 및 우수인력 흡수: 그러면 독립자회사로 남겨둘 게 아니라, 이들에게 임원자리 내어주고 플래닛 안으로 흡수했어야지. 그것도 아니고 그냥 독립자회사로 놓아두면 이들의 기술이 플래닛 안에 어떻게 흡수되나. 과감하게 부사장 자리를 주는 게 아까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앤디 루빈이 지금 구글에서 어떤 위치인지 다들 잘 알텐데.
3. 경쟁서비스 무력화: 가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은 잠재적 경쟁을 회피하는 비용이 인수가격보다 크다는 판단이 들면 돈을 내고 경쟁업체를 사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우 경쟁업체는 틱톡이 아니다. 카카오톡이지.
4. 시너지 또는 구색 갖추기: SK플래닛이 하고자 하는 여러 서비스와 틱톡이 서로 상승 효과를 내리라는 기대. 또는 기업이 성장하다보면 소비자가 이것저것 원하는데, 작은 규모의 회사일 땐 못 제공하던 비어있는 서비스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런 상품을 들여놓기 위해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관련회사를 사들이는 게 훨씬 좋은 판단이다. 좋다. 그런데, 그러면 역시 틱톡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그 회사가 만들어 놓은 네이트온UC는? 그냥 버릴 건가? 구색은 이미 다 갖췄던 것 같고, 시너지는 컴즈하고 냈어야 할텐데.
5. 기타: 손실을 보는 회사(하지만 가진 기술이 도움이 된다거나, 장기적으로는 흑자를 볼거라거나)를 일부러 사들여 손실을 포함시킨 뒤 법인세 폭탄을 피하려는 M&A가 있다. 그런데 이런 건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가 택할 전략이지, 플래닛은 아닌 듯. 글로벌로 나가려는 계획도 가질 수 있다. SK가 이런 건 잘 못하니까. 그런데 틱톡도 딱히 글로벌한 서비스는 아니다. 불행히도.

경영학 교과서에는 몇 가지 잘못된 M&A 전략도 소개하는데, 혹시 이런 건 아닐까 궁금하다.

1. 다양성의 신화: 구색갖추기 식으로 이것저것 필요할 거라 생각되는 기업을 사들여놓고 보는 식이다. 예전에 SK커뮤니케이션즈(아마도 당시 SK플래닛 역할을 했을…)에서 “인터넷 사업은 역시 검색”이라던 기억이 난다. 그 땐 페이스북도, 마이스페이스도 별 게 아니었던 시절이고 싸이월드가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던 소셜플랫폼이었는데, 여기에 집중하는 대신 엠파스를 인수하는 등 삽질을 했다. 결국 검색도 별로, 소셜도 별로, 그게 오늘의 이 회사. 사실 경영진이 별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거라고 생각되는 사업을 사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2. 경영진의 오만: Managerial Hubris라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나는 똑똑하고 훌륭한 CEO니까 내 선택에는 틀림이 없을 거라는 자만과 오만 얘기다. 앞서 든 다양성의 경우와는 반대의 동기.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이 이런 일을 잘 벌이는데, M&A가 단기간에 회사의 재무제표를 변화시키고, 상품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성공할 경우 화려하게 주목받기 때문에 그렇다. 장기목표보다 단기 성과에 급급한 이른바 ‘능력있는’ 경영진이 잘 겪는 일. 하지만 시너지가 생길 거라는 확신은 그들에게만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렇게 회사 규모를 M&A로 늘려가면, 전문경영인의 권한도 따라서 커진다. 쉽게 빠져드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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