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죽음

저는 극단적인 낙관론자입니다. 저는 지금이 불경기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우리가 불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우리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I am a radical optimist, I don’t buy into all this recession talk. I do not think we are in a recessionary environment, but we do have too many recessionary leaders.

우리는 지금 부카(VUCA) 시대, 그러니까 쉽게 변하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모호하고(ambiguous) 복잡한(complex)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슈퍼 부카’ 시대죠.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아무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고 전 세계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다만 우리 눈에 이 시대가 미쳐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We don’t just live in a VUCA world – a volatile, uncertain, ambiguous and complex world – we live in a super VUCA world. We live in a vibrant world where our kids are connecting to each other and to brands across the world with no money involved. To us this is a world that’s gone crazy.
– 케빈 로버츠, CEO of Saatchi & Saatchi Worldwide

사치앤사치의 케빈 로버츠 CEO가 “전략은 죽었다. 경영도 죽었고, 마케팅도 죽었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고의 마케팅회사 CEO 입에서 나온 소리인만큼 표현도 인상적이고, 내용도 귀에 쏙 들어온다. 읽어보면 가슴을 후벼파는 표현들이 쏟아진다. “전략? 전략 세우는데 시간을 쓰고 있는 동안 당신 라이벌들이 당신 앞에 놓인 식사를 가져다 먹기 시작할 것”이라거나, “Chief Executive Officer가 되고 싶다고?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Chief Excitement Officer가 낫지 않을까? 요새 CEO의 역할은 그런 것” 등등.

그가 얘기한 새로운 경영이란 단순하다. 크게 생각하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작은 아이디어를 고안해 실행부터 해보면서 고쳐가며 크게 발전시키라는 것과 관리하는 CEO가 되지 말고, 사람들이 꿈꾸게 북돋는 CEO가 돼야 한다는 것 정도다. 세상은 아주 작은 차원에서 바뀌고, 그 작은 변화를 크게 만들어내는 게 기업의 일이다. 기업이 큰 꿈을 꾸고 있으니, 직원이 작은 차원의 변화를 희생하라고 말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달라질 게 없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리더의 자질은 ‘감성적 사고’다. 합리적 사고보다 더 중요하다. 합리적 사고는 결론을 필요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 회의가 필수다. 감성적 사고는 다 필요없다. 그냥 실행부터 하면 된다. 요즘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방법론과 비슷한 얘기다. 페이스북의 해커문화 같은.

물론 마케터이다보니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케빈 아저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토리텔리의 힘, 공감의 능력, 친밀감과 감수성 등이다. “당신의 브랜드와 기업에 향기가 있는지, 사운드가 있는지, 느낌과 친밀감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이런 식. 그는 마케팅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매스 마케팅이 끝났다는 것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마케터 개인의 작은 역량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커다란 성공이야 앞으로도 몇몇 스타 마케터의 몫이겠지만, 기업의 실적을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동기는 최전방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소수의 마케터들이 직접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업 차원의 관리란 마케팅 실패를 막기 위한 위기관리에 집중될 테고, 개별 마케터는 수없이 쪼개진 프로젝트에서 영업사원처럼 움직여야 하는 시대다. 마치 온라인게임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GM의 개별 역량인 것처럼.

내가 Chief Excitement Officer라면 마케터들을 엔씨소프트나 넥슨에 보내서 GM 교육을 받게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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