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한국은 처음 찾는 것이라고 했지만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라거나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른바 ‘셧다운제’ 등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고, 강하게 이런 규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워커힐호텔이 숙소라 저녁에는 강변 테크노마트에 나가서 새 휴대폰을 사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물론 나는 “그곳 상인들과 가격 흥정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예전부터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가 출간한 Public Parts라는 책 때문이었다. 다행히 30분 동안 따로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기사로도 썼지만, 너무 짧게 소개돼 그의 생각을 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세한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 공공성에 대한 책을 썼고, 사적(私的) 영역은 공적(公的) 영역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생활(privacy)이란 건 무엇이고, 공공성(publicness)라는 건 무엇인가?
=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공공성의 가치다. 공개된 삶(being public)의 가치 말이다. 오해하지 말아달라. 프라이버시는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 모두 사생활을 중요하게 얘기한다. 사생활은 꼭 보호돼야 한다. 내게도 사생활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 얘기를 할 때 등장하는 사생활 얘기를 보라. 사생활, 사생활, 사생활이다.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신기술은 변화를 불러오게 마련이고, 급작스러운 변화는 공포를 불러오며, 공포는 기술을 금지하거나 중단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이는 역사적으로 늘 반복해 등장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이란 건 정말 대단한 도구인데 사생활과 관련된 오해가 인터넷을 규제하고 발목을 잡는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은 뜨겁고 차가운 것도 아니고, 젖고 마른 것도 아니다. 둘은 대립하지 않는 상호의존적인 개념이다. 하나가 있어야 다른 것도 존재할 수 있다.

– 그렇다면 무엇이 사생활이고 공공성인가?
= 나는 사생활을 윤리(ethics)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정보를 알 때 필요한 윤리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에게 지금 뭔가를 얘기하고 있지 않나. 이건 모두에게 알려질 것을 알고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 입장에선 이제부터 나에 대한 뭔가를 알았으니 어떻게 얘기할지 정해야 한다. 이건 윤리의 영역이다. 개인, 기업, 정부 누구든간에 남의 정보를 알게 된다면 그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게 된다. 그게 바로 사생활의 영역이다. 반면 공공성은 당신이 아는 걸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대한 윤리다. 나는 내가 전립선암에 걸린 얘기를 블로그와 책에 썼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런 게 공공성이다. 사생활은 타인의 정보를 내가 알 때 필요한 윤리고, 공공성은 내 정보를 남에게 공유할 때 필요한 윤리다.

– 소셜미디어는 신뢰를 만든다. 이는 마치 신용(credit)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자원이란 생각이 든다.
= 맞다. 지금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신경쓰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같은 걸 열심히 관리한다. 특히 트위터나 블로그는 실제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지 않는 엉뚱한 아이디를 쓰면서도 열심히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난 이런 걸 정체성에 대한 투자(invest to identity)라고 생각한다. 명성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이런 사람들은 신뢰를 얻게 되고, 실명 기반이 없어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마크 저커버그는 그런 점에서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인터넷이란 기본적으로 익명성 위에서 만들어진 네트워크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인터넷에서도 우리가 실제의 정체성을 가지고 실제의 관계를 북돋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현실 사회가 갖고 있는 관계의 질을 높여준 것이다. 개인도, 기업도 이런 점에서 가치를 발견한 것 같다.

– 페이스북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하자. 상장이 된 페이스북이 고평가됐다는 얘기가 많고, 주가도 떨어졌다.
=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주가가 좀 더 떨어지면 난 페이스북 주식을 사겠다.
나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비젼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난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에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아주 강력한 플랫폼이다. 성공했다. 그리고 아직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모르고 있지만, 트위터 또한 강력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도 이런 강력한 플랫폼인데 이제 겨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지금 가치와 이용자 수를 나눠보자. 10억 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다. 사용자 1명의 일생을 담는 서비스인데 가치가 사용자 1인 당 100달러라는 소리다. 내 생각에 페이스북은 이제 겨우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미디어와 비교해도 된다. 미국의 일반적인 뉴스 웹사이트의 독자는 1인 당 한 달에 평균 12페이지의 웹페이지를 읽는다. 한 달에 12페이지. 그런데 페이스북에선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 12페이지를 본다. 30배 더 많이 읽히는 미디어 사이트인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모든 직원 숫자는 대도시 신문사 하나의 직원 숫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직원들이 서비스하는 대상은 10억 명이다.
그래서 난 페이스북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망가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물론이다. 모든 회사가 망할 수 있다. 구글도 그렇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를 비교하는 식의 분석은 잘못됐다. 마이스페이스는 홈페이지 메이커였다. 소셜하지 않았다. AOL과 비교? 야후랑? 마지막 올드미디어였던 회사가 야후다. 이런 회사들은 플랫폼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다. 그런 점에서 엄청난 가치가 페이스북에 있다.

– 소셜미디어로 사생활을 공유하면 나쁜 평판을 얻은 사람들은 경제생활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 그건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까의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빨간줄긋기'(Redlining)라는 제도가 있었다. 은행이 부동산 모기지론을 줄 때 썼던 방식인데,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대출을 구분했던 방식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사는 지역을 봤을 때 가난한 사람이나 소수인종이 사는 지역의 대출 위험도가 높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보면 이런 식으로 대출을 제한하면 소수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뒤쳐진다. 사회가 이들을 배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나중에 레드라이닝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소셜미디어로 생겨난 신뢰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페이스북 친구들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한다면 그것도 윤리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뉴올리언즈는 진짜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뉴올리언즈 음식은 진짜 기름지다. 버터 천지에 동물성 지방 등 몸에 안 좋은 성분이 잔뜩 들었다. 그래서 뉴올리언즈의 심장병 발병률은 다른 지역보다 높다. 과연 보험회사는 뉴올리언즈 주민들에 대해 뉴올리언즈에 사니까 보험료를 더 내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요점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탓할 게 아니라, 그 기술로 인해 비롯되는 우리의 행동을 규제해야 한다. 기술은 옳고 그름을 얘기하지 않는다. 기술은 잘못을 스스로 저지르지 않는다. 우리가 규제하고 통제해야 할 건 우리의 행위지 기술이 아니다.

– 인터넷 규제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듣고 싶다.
= 규제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규제를 시작한다. 문제는 규제가 낳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다. 규제하는 사람들은 늘 기술에 뒤쳐져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니까. 그러니 규제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 위해 기술 전체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동시에 전혀 깨닫지도 못한 수백 가지의 올바른 행동도 함께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 정보의 소유라는 건 불분명하다는 말을 했다. 무슨 뜻인가?
= 유럽연합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주제 가운데 ‘잊혀질 권리’라는 게 있다. 듣기 좋은 말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 같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당신과 나는 늘 상호작용한다. 만약 당신이 컨퍼런스에 나갔는데 내가 사진을 찍었다고 해보자. 그리고 내가 이걸 공개한다면, 당신한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신 직장 상사가 “그 시간에 왜 여기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혹은 당신과 내가 아닌 제3자가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면 당신은 그 사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유럽연합은 이런 문제를 간과했다. 잊혀질 권리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독일에서는 구글이 스트리트뷰를 촬영할 때 문제가 있었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단 얘기였다. 그래서 독일 정부는 구글에게 거리를 촬영할 때 개인 소유물이고 사적인 영역인 집의 모습은 스트리트뷰에서 뿌옇게 처리하라고 했다. 문제는 이 집에 사는 가족은 뿌옇게 처리되길 바랬는데, 이 집의 건물주는 자기 집이 공개되길 원하는 경우였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누가 이걸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가? 세입자? 집주인? 건축가? 사람들은 누군가 정보를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정보는 소유되지 않는다. 정보는 지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copyright)을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지금 인터넷 컨퍼런스와 관련된 TV드라마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진행하는 이 인터뷰를 소재로 삼아 드라마를 쓸 것이다. 그 드라마는 당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우리 대화에서 오간 농담이나 재미있는 일화를 당신이 드라마에 쓰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당신이 알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나. 이런 식으로 정보와 지식을 규제하려 드는 건 잠재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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